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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입으로 먹을 수 있다’
입력 : 2019년 05월 24일(금) 00:00


손미경 조선대학교치과병원장

하루하루 바쁜 일상에서 불규칙하고 짧은 식사시간에 더해 스마트폰을 보면서 도대체 어떤 음식을 먹고 있는지, 어떻게 씹어서 삼켰는지도 모를 정도로 급하게 그리고 습관처럼 식사를 하곤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입으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특히 음식을 씹어서 삼키는 기능에 대해 어려움을 겪어본 적이 없는 젊고 건강한 사람들은 매 끼니마다 무엇을 먹을지에 대해서는 고민을 할지언정 어떻게 먹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다.

그런데 노인복지관이나 요양시설을 방문해 보면 식사는 생활 프로그램처럼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충분한 여유시간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느긋한 식사시간으로 인해 천천히 씹고 삼키는 과정에도 불구하고 식사하는 도중에 잠시 쉬거나 또는 기침을 하는 노인 분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씹어서 삼키는 당연한 동작조차도 근력과 기력이 쇠약한 고령자에게는 집중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음식을 먹는 과정은 가장 먼저 음식을 음식으로 인식한 후에 입에 넣고 씹은 다음, 삼키기 좋은 형태로 입안에서 만들어진 후, 삼켜서 인두와 식도로 통과하는 단계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입으로 먹을 수 있다’라는 의미는 음식물을 인지하고 씹고 삼켜서 소화기관으로 보낼 수 있다는 포괄적인 의미를 포함한다.

그런데 치매와 같은 인지장애가 있는 환자나 전체적인 신체의 기능 및 근력이 저하된 경우, 치아의 결손으로 저작기능에 문제가 있는 경우, 혀나 근육의 움직임이나 기능의 저하가 있는 경우, 소화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잘 씹거나 삼키기 힘들거나 또는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는 ‘오연(잘못 삼킴)’이 발생할 수 있다. 젊고 건강한 사람들도 식사도중에 간혹 오연으로 인한 사레가 발생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정상적으로는 기침반응을 통해 오연된 음식물이나 침을 뱉어내는 반면, 고령자의 경우는 근력저하와 기도점막 감수성 감소로 인해 ‘사레들지 않는 오연’ 즉 ‘무반응성 오연’이 발생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큰 문제가 된다.

2013년 연구에 의하면 노인의 34%가 삼킴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고령환자에서 잘못 삼킴은 기도폐쇄를 일으켜 질식을 유발하거나, 폐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 일본에서는 노인의 사망원인 4위였던 폐렴이 3위가 됐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폐렴으로 인한 사망률이 2006년에는 10위였으나 2015년부터는 4위로 급증하면서 폐렴의 원인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폐렴의 원인은 흔히 감기에 의한 바이러스성 폐렴을 주로 떠올린다. 하지만 고령자에서 발생되는 세균성 폐렴은 주로 오연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70세 이상 노인환자에서 오연에 의한 폐렴은 70세 이전의 환자에 비해 6배정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구강위생이 불량한 고령 환자들에서 삼킴장애는 폐렴의 원인이 되므로 더욱 철저한 구강관리가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먹는 즐거움은 삶의 가장 큰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만약 입으로 먹을 수 없다면 삶의 질은 현저히 저하될 수밖에 없다. 인구의 7%가 65세 이상 노인인 경우를 고령사회, 14%가 노인인 경우가 고령화 사회, 20%가 노인인 경우를 초고령사회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고령화 사회이며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구의 고령화에 따라 여자는 86세, 남자는 80세로 기대수명도 늘어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경제·산업·복지·교육·문화 등 사회시스템 전반의 변화가 야기되고 노인들의 삶의 질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면서 의료, 복지 서비스에서의 정책과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한 고민 또한 요구되고 있다. 이런 고령화 시대의 의료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추어 치과치료도 충치치료나 잇몸치료와 같은 질병 중심의 치료에서 이제는 구강기능회복과 재활치료로의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전신건강은 구강건강으로부터 시작된다. 건강하고 청결한 구강환경을 유지하는 것이야 말로 노인의 삶의 질을 유지하는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초고령화 시대를 준비하면서 거동이 불편해 병원을 내원하기 힘든 고령환자들의 포괄적 의료지원 시스템이 구축되고 구강케어를 포함한 체계적인 지역의 커뮤니티 케어 프로그램이 운영됨으로써 더 많은 고령자들이 100세에 이르기까지 ‘입으로 먹을 수 있다’라는 쉽지만 어려운 목표가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