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7(목)광주 12ºC
뉴스 > 특집
[창간31주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 방향
입력 : 2019년 10월 09일(수) 19:07


진상규명…국가적 공감대·후세 교육·세계화로
내년 5월 전까지 특위 구성 촉각
8차례 선행 조사 한계 극복하고
속죄하려는 가해자 목소리 들어야
광주 한계 극복해야 전국화 가능
5·18민주화운동 39주기인 지난 5월 18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5·18 진상 규명! 역사 왜곡 처벌법 제정! 망언 의원 퇴출!’ 범국민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뉴시스
벌써 1년 넘게 표류하고 있는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특별법.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가 20년 이상 복무한 군인의 조사위원 참여를 허용하는 개정안을 내는 등 여야의 입장차를 줄이기 위한 시도가 분주하다.

내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두고 부담을 느낀 정치권이 진상조사 특위 구성을 더이상 미루지 못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최대한 앞당긴다면 내년 3월부터 출범도 가능하다.

이미 1년 이상의 시간을 허비한 조사위의 앞에는 지난 8차례의 국가 조사가 풀지 못해 산적한 5·18의 과제 그리고 재발방지를 위한 국가보고서 발간의 숙제가 있다.

5월의 진실을 규명하는 작업에 마지막은 없어야 겠으나 피해자들의 노령화로 다음 기회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번 진상규명 작업의 무게를 더한다.



◆진상조사, 어떻게 진행될까

진상조사위의 작업은 5·18 과정에서 이뤄진 살상 및 인권 침해 행위의 실체적 진실을 다루는 것은 물론 이 행위들이 어떠한 정치적 맥락과 음모 속에서 이뤄졌는지를 규명한다.

향후 재발되지 않도록 하고 미해결 과제를 명시해 정부가 이를 시행토록 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진상조사위는 2년+1년의 한정적인 활동기간을 갖는 만큼 시간, 증인, 자료의 전략적 활용이 요구된다. 때문에 최적의 길을 선택하는 작업이 필수다.

이에 진상조사위가 활동하지 않는 현재도 5·18기념재단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지금까지 개별적으로 이뤄졌던 학계 연구와 세미나, 정부, 군 및 신군부 등에서 나온 자료의 타임라인을 5·18을 기점으로 10·26까지 거슬러 정리하는 연구 용역이 국방부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5·18 진실규명의 핵심이라 할 발포 명령과 관련해서도 지휘 체계와 관련자들에 대한 연구 용역이 이뤄졌다. 이같은 작업들은 진상 조사 착수 단계에서 자료 정리의 번잡함을 줄이고 조사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들이다.

진상조사위원으로 위촉된 송선태 전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과거 진상조사는 내란 목적 살인 혐의를 입증하는 데 급급한 한계가 있었다는 부분에 많은 연구자들의 지적이 있었다”며 “가해자 대상을 대대장급으로 축소했고 암매장이나 발포명령, 지휘체계 일원화는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못했으며 5월 27일 이외의 발포 행위 역시 내란목적살인으로 인정되지 않은 점은 많은 시사점을 남기는 부분이다”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각도로 접근해 가지 않는 한 과거의 조사를 그대로 반복하거나 그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기존의 대전제를 새롭게 뒤집을 자료와 증언을 확보할 조사 과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39년간의 벽 깰 가해자의 양심

8차례의 조사 결과의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가능성으로 최근 제기되는 것이 가해자의 양심이다.

지난 8월 23일 신군부 가해자측 직계 가족으로는 유일하게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씨가 광주를 찾아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며 사죄했다.

또 그에 앞선 1988년에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망월동 묘역의 고 이한열 열사의 묘를 참배했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려지면서 전국적 관심을 받았다.

이들의 행보는 신군부 핵심 인사들 속 양심적인 가해자라는 기대를 낳았고 사회 각계 각층도 이들의 더 큰 용단을 촉구하고 있다. 양심의 문제는 이해 타산과 계산을 뛰어넘는 미지의 영역인 만큼 진실을 향한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

송 전 상임이사는 “처벌이 능사가 아니다”며 “당시의 지휘관급 장교나 하사관, 사병들 가운데는 부당한 명령에 출동해 총부리를 겨눴다는 사실에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이 많다. 그들에게도 말할 기회를 줘야 한다. 가해자들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친일파는 100년이 지나도 친일파로 남는다. 그 같은 오명을 피하려 친일이 죄가 아니라는 철 지난 역사 왜곡이 등장한다. 5·18 왜곡의 이유 또한 거기에 있다”며 “가해자들 역시 자손들이 오명을 안고 살아가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진실을 증언한다면 우리는 화합해야 한다. 재판에서 사면을 건의할 수도 있다. 신군부 핵심 인사들도 그런 기로에 서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가해자를 위한 사면 문제는 실제로 지난해 9월 14일 시행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 48조에 명시돼 있다.

48조는 진상규명의 과정에서 가해자가 가해 사실을 스스로 인정함으로써 진상규명에 적극 협조하고, 그 내용이 진실에 부합하는 경우 위원회는 가해자에 대하여 수사 및 재판절차에서 처벌하지 않거나 감형할 것을 관계 기관에 건의할 수 있다. 유죄로 인정된 경우에도 대통령에게 법령이 정한 바에 따라 특별 사면과 복권을 건의할 수 있다.



◆진상규명, 그 이후는?

이 모든 과정을 통해 5월의 진실이 밝혀진다면 그 이후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은 이미 한 세대도 훌쩍 지난 5·18을 어떻게 기억하고 보전할지에 대한 고민도 내포한다.

먼저 진상규명을 통해 인권 유린 범죄의 직접적 책임이 규명된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 그리고 기록 문제가 있다. 형법상 일사부재리 소급입법 제한으로 가해자들을 새롭게 처벌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국가 보고서상에 가해자 이름을 명시함으로써 역사적 사회적인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진상규명 특별법에 의거해 진상규명 활동 방향 제시를 위한 연구 용역을 진행해 온 최용주 5·18기념재단 비상임연구원은 “전 세계의 모든 진실위원회는 가해자의 사법 처벌이 어려울 경우 보고서에 가해자 이름을 명시하고 있다”며 “가해자가 인정한 죄목을 국가가 공증해 기록에 남기는 과정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의 명예와 인권을 다시 회복한 내용을 담은 국가 보고서를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낭독을 하는 상징적인 조치를 통해 더 이상 진상규명이 요구되지 않아야 한다. 5·18을 둘러싼 도덕적 합의를 끝마치고 이 정신을 확대시켜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5·18의 전국화를 위한 국가적 공감대 형성, 후속세대 교육을 강조했다.

최 연구원은 “5·18이 타국의 사례와 다른 점은 국가적 규모가 아닌 지역적 사건이었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소수자들의 사건과 비슷하다. 이 때문에 4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지역의 한계에 갇힐 수 있다”면서 “후속 세대를 위한 5·18 교육과 이를 통한 가치 계승으로 세대·지역을 초월한 확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충섭기자 zorba85@sr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