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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가주망
입력 : 2019년 10월 16일(수) 18:08


“반복컨대, 진실은 땅 속에 묻더라도 그대로 보존되고, 그 속에서 무서운 폭발력을 간직한다. 이것이 폭발하는 날, 진실은 주위의 모든 것을 휩쓸어버릴 것이다…(중략) 누가 감히 나를 법정으로 끌고 갈 것인가”

프랑스 소설가 에밀 졸라가 1898년 1월 ‘로로르지’에 발표한 공개선언문 ‘나는 고발한다’의 일부다. 에밀 졸라는 해당 격문을 통해 독일 간첩누명을 쓰고 투옥됐던 유대인 드레퓌스 대위가 무죄임을 격정적으로 밝혔다.

에밀 졸라는 당대 최고 인기 작가이자 대문호로 칭송 받았지만 해당 글을 발표한 이후 감옥에 갇히고 훈장도 박탈당하는 엄청난 고초를 당했다. 그리고 3년 뒤인 1902년 가스 중독 사고로 허망하게 사망하고 만다.

하지만 에밀 졸라는 드레퓌스 재심 운동 등을 이끄는 원동력이 됐고, 양심의 편에 선 지식인의 용기를 보여준 프랑스 사회의 변혁을 이끌어낸 인물로 손꼽힌다.

프랑스 철학자이자 문학가인 J.P.사르트르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특히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참여의 중요성, 즉 ‘앙가주망’을 자유를 억압하는 것들에 대항하는 ‘행동하는 지성인’으로 보고 ‘앙가주망’의 필요와 당위성을 어필했다.

변혁의 시기, 지식인의 사회참여가 어느 때보다 필요했던 당시의 상황을 고려해 보면 ‘아는 만큼 행동하고, 사상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의무로 받아들인다’는 앙가주망을 주창한 그들의 행동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최근 법무부 장관을 사퇴하고 서울대에 곧바로 복직한 조국 교수의 ‘앙가주망’ 발언이 다시금 논란이 되고 있다. 임명직 공무원으로 일한 조 교수의 교수직 휴직과 복직은 법률과 서울대 학칙상 문제가 없다. 법률로만 따져보면 어느 것 하나 문제될 것이 없는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온 나라가 이토록 시끄러운 것은 그의 행동과 말에 에밀 졸라와 사르트르와 같은 사회에 대한 모순과 부조리에 대항해 진실을 전달하고자 한 정당성과 객관성이 결여돼 있기 때문은 아닐까.

프랑스 또다른 철학자 레이몽 아롱은 왜곡된 ‘앙가주망’에 대해 “객관성, 보편성과 소통하지 못하는 사상은 아집이자 편견일 뿐이다”고 말했다. 학식이 높다고 해서 지식인이 될 수 없고, 지배계층의 목적에 따라 지식을 악용하는 정치도구가 돼서는 안된다는 경고다.

김옥경 문화체육부 부장대우 okkim@sr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