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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물들어가는데 현장은 ‘그날 그대로’
입력 : 2019년 10월 22일(화) 18:39


무등산 목조다리 붕괴사고
본격 등산철 불구 사고장소 보존
책임 소재 가려야 보수작업 가능
등산객들 탐방로 두고 애먼 길로
경찰 “관계자 소환 등 막바지 단계”
동구 “수사 끝나는데로 조치 취해”
지난 7월 31일 광주 동구 운림동 산책로에서 일어난 추락사고와 관련해 경찰수사가 막바지 단계에 이르고 있다. 동구청은 해당 수사가 마무리된 후 탐방로 보수공사를 벌일 계획이다. 사진은 출입이 통제된 해당 탐방로의 모습.
가을 단풍철을 맞아 무등산을 찾는 탐방객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탐방객들과 인근지역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던 증심사 방면 산책로 내 목조다리가 붕괴 사망사고 이후 3개월여가 넘도록 수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불만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고 이후 관련 공무원 소환 등에 나섰던 경찰 수사는 막바지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동구청은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관할 부서의 책임이 확실히 가려진 후 보수 작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22일 찾은 동구 운림동 증심사 방면 산책로. 지난 7월 붕괴 사고가 일어났던 목조다리가 사고 당시의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다. 목조 다리가 위치한 탐방로 구간 출입구에는 사고현장의 보존과 수사 및 탐방객들의 출입을 차단하기 위해 동구청이 내건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평소 이 탐방로는 그늘진데다 계곡을 따라 이뤄진 경관이 좋은 탓에 무등산을 찾는 탐방객들이 자주 찾는 길이다. 뿐만아니라 이 탐방로는 증심사 버스차고지까지 돌아가지 않고도 곧장 향할 수 있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고 이후 보수공사가 늦어지면서 도보로 무등산을 찾는 탐방객들은 해당 탐방로를 이용하지 못하고 돌아서 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무등산을 찾은 시민 양모(54·여)씨는 “무등산을 종종 찾는데 언제부터인지 이곳 탐방로가 막혀있어 부득이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이곳 탐방로는 그늘이 져 시원하고 계곡물 흐르는 소리도 좋아 자주 걷던 곳이다. 그러나 탐방로가 막힌 이후로 그늘 하나 없는 도로변으로 돌아가야하는 상황이라 불편하다. 하루빨리 복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해당 사고와 관련해 막바지 수사를 벌이고 있다. 광주 동부경찰은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는 동구청 건설과와 공원녹지과 뿐만 아니라 시공 당시 발주를 담당한 광주시와 광주시 종합건설계획본부 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에 따르면 먼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조사 결과 다리 붕괴 원인이 관리부실과 함께 난간 이음새를 고정시켜주는 못이 녹슬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 과정에서 당초 설계도가 지시한 내용과 다른 형태로 공사가 이뤄진 사실도 확인됐다. 설계도상 난간의 이음새는 볼트와 너트로 고정돼야 했었으나 단순히 못을 박아 연결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경찰은 관리주체였던 동구는 물론 설계도 내용과 다르게 시공한 시공사와 설계도와 달리 준공됐음에도 준공 승인을 내준 광주시도 조사했다. 또한 목조 다리만을 대상으로 하는 동구의 관리 조례도 없었던 탓에 특별한 점검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부정기적으로 이뤄진 동구청의 점검도 단순히 육안 검사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주 내로 관계자들 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워낙 오래 전에 지어진 다리인데다 다리 관리를 해온 대상의 폭도 넓었던 만큼 다방면으로 조사를 진행해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동구청은 경찰 수사에 따라 책임자가 가려진 후 보수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31일 광주 동구 운림동 산책로에서 일어난 추락사고와 관련해 경찰수사가 막바지 단계에 이르고 있다. 동구청은 해당 수사가 마무리된 후 탐방로 보수공사를 벌일 계획이다. 사진은 출입이 통제된 해당 탐방로의 모습.


동구청 관계자는 “구청 내에서는 시비를 가릴 수 없을 정도로 책임 의견이 분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망사고인 만큼 책임자가 특정된다면 엄중한 징계가 불가피해 보인다”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현장보존을 위해 현수막을 쳐놓은 상태다. 수사 종료 후 책임자가 가려진다면 바로 보수 공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7월 31일 오후 7시께 광주 동구 운림동 무등산 산책로에 있는 증심사천 다리 난간이 무너지면서 산책 중이던 A(69·여)씨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다리는 길이 15m, 폭 1.8m 크기로 사고 이전까지 관리책임부서가 명확하지 않아 점검이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사실상 방치돼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영주기자 lyj2578@sr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