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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진의 어떤스케치- 고층아파트와 공공복리, 살고 싶은 도시
입력 : 2019년 11월 11일(월) 22:04


남일 같던 아파트 광풍이 광주를 휘몰아치며 도시가 일그러지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시대 흐름이라면 좋은 면도 함께이면 좋으련만 폐해만 답습하는 듯하다. 도심은 맥락 없이 불쑥불쑥 튀어 오른 아파트로 국적도 색깔도 없이 난장으로 전락하는 양상이다.

도시 스카이라인은 만신창이가 돼가고 있다. 여기에 시민들이 미처 들여다보지 못한 공공복리,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한 질문도 담겨있다. 현실적인 문제도 얽혀있다. 외지 건설사들이 사단을 이끌고 와 지역 중소건설사들 참여가 차단돼 지역경제의 역외유출 문제까지, 고층아파트 문제는 재앙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시민들만의 생각은 아닌 듯하다. “조망권이라는 타인의 복리를 저해하는 것이 고층아파트다. 무등산 자락을 병풍처럼 둘러싼 것은 잘못된 것이다.” 지난 주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고층아파트 문제를 다룬 광주시민 100인 공론장에 발제자로 나선 가천대 이창수 교수의 지적이다.

문제는 허가를 받은 고층아파트들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고 고층아파트 건축시도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에 대처할 방안도 없는 실정이다. 현재 시는 40층 고도제한 외에 뚜렷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시의회의 제대로 된 조례도 없는 실정이다. 광주시 건축심의위원회 역할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는 것도 당연하다.

땅값 비싼 서울에서도 건축심의에서 주변경관과의 조화 등을 기준으로 건축물 높이를 조정하고 있다. 11층까지 건축이 가능한 서울대 연건 캠퍼스는 심의에서 6층으로 조정됐다. 주변 경관과의 고려로 6층으로 제한된 우이동 유원지 아파트의 경우 시민들이 공사를 중단시키기도 했다. 공공성의 엄격한 적용은 서울시 뿐 아니라 인근 신도시와 수원시 등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함인선 총괄건축가는 제도에 관한 고민거리를 던졌다. 서울과 세종시는 건축심의 대상이 설계다. 설계 심사 1등 건설사에 시공권을 허가하면서 기존 차벽 같은 고층 아파트 대신 이웃과의 공존을 모델로 한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같은 설계문화에 광주·전남의 지역 건설사들도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른 도시에서도 하는데 ‘예술도시 광주는 왜?’라는 반문이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시민들은 답답하고 서운하다.

광주시는 무엇을 했는가. 광주시 건축심의위원회는, 지역 건설사들은….

다행인 것은 뒤늦게나마 총괄건축가를 중심으로 시가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다. 광주시의회도 산업건설위원회를 중심으로 의회 차원의 점검을 다짐하고 나섰다.

공론장에 참여한 시민들은 참담한 현실에 분노하며 ‘행정에만 맡겨둘 수 없다,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한다’며 ‘시민참여’를 다짐하기도 했다. 시민들의 뒤늦은 각성이 반갑기도 하지만 시민들이 나서야 문제 해결이 가능한가 싶어 씁쓸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사회적 가치’를 시민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가는 출발점이 되리라는 기대감이 더 크다.

예술을 사랑하는 광주시민들은 이웃의 고통을 기꺼이 함께 하는 공동체를 가꿔온 이들이다. 이같은 면면이 도시 건축에도 묻어난다면 얼마나 아름답겠는가. 그 아름다움이 미적 범주와 가치를 포함한 도시문화를 만들어내며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어 가지 않을까. 그러한 문화야말로 진정한 도시경쟁력 아니겠는가.

아트플러스편집장 겸 문화체육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