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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할 사람도 투자할 데도 없다"…광주·전남 벤처 인프라 취약
입력 : 2019년 12월 12일(목) 11:00


매출 천억 넘는 벤처기업 20곳 불과
충청권 90곳·경상권 108곳과 대조
열악한 생태계에 “창업 인식 부정적’
공공 출자기금 모태펀드서도 외면
벤처기업협회가 최근 ‘2019년 벤처천억기업조사’를 발표했다. 벤처기업협회 제공
광주·전남지역에서 매출 천억이 넘는 벤처기업 수가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기업 투자·양성에 필요한 벤처캐피탈(VC)은 물론 공공출자 투자 기금인 ‘모태펀드’ 투자도 없다시피 해 벤처 생태계가 전반적으로 열악한 게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벤처기업이 창업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취약한 벤처 생태계 인프라를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벤처기업협회가 최근 발표한 ‘2019년 벤처천억기업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천억기업’은 587개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벤처천억기업 조사는 1회 이상 벤처 확인을 받은 기업(10만3천559개사) 중 지난해 매출 1천억원 이상 기업의 경영성과를 재무제표로 분석하는 방식으로 실시된다.

이 중 광주와 전남지역에 소재를 두고 있는 벤처기업은 각각 8곳(1.4%), 12곳(2.0%)으로, 광주·전남지역 벤처천억기업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은 5곳(0.9%)의 벤처기업이 매출 천억을 넘겼다.

가장 높은 비중을 보인 곳은 188곳(32.0%)이 소재한 경기다. 서울 140곳(23.9%), 인천 30곳(5.1%) 등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61%에 달했다.

대전의 경우 9곳(1.5%)으로 인구규모가 비슷한 광주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지만 충남 43곳(7.3%), 충북 34곳(5.8%), 세종 4곳(0.7%)이 매출 천억을 넘겼다. 충청권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3%로 호남권(4.3%)보다 무려 3배 가까이 높았다.

경상권의 벤처천억기업은 대구 16곳(2.7%), 부산 25곳(4.3%), 울산 15곳(2.6%), 경남 33곳(5.6%), 경북 19곳(3.2%)이다. 경상권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4%로 수도권 다음으로 높았다.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천억을 넘은 신규 벤처천억기업을 살펴보면 광주·전남지역에서는 각각 1곳(1.7%)과 3곳(5.2%)으로 전국 대비 6.9%를 차지해 수도권(65.5%)은 물론 충청권(15.5%), 경상권(10.2%)에 미치지 못했다.

3년 연속 매출이 20% 이상 성장한 ‘가젤형 벤처천억기업’ 총 28곳 중 광주·전남지역은 전무했다.

이와 같은 성적은 광주·전남지역의 열악한 벤처 생태계 인프라와 벤처 창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기인한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기술창업을 바탕으로 하는 벤처기업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 안착하기까지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이를 이끌어줄 투자자나 벤처캐피탈이 지역에서는 전무하다는 것이다.

이상식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투자사업본부장은 “창업 투자의 바탕은 먼저 창업해서 성공한 선배, 벤처캐피탈과 같은 전문투자자들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네트워크 형성이 선결돼야 하지만 우리 지역에는 그런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지 않다”며 “심지어 신생 스타트업을 이끌어 줄 대기업도, 투자할 사람도 투자할 데도 없는 지역에서 창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유망한 벤처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창업에 우호적인 투자 생태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며, 열악한 민간 투자 환경은 지역의 창업 현황을 잘 아는 창업지원기관이 ‘직접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열악한 민간 투자 환경과 더불어 정부의 공공출자 투자 기금에서의 지역 홀대도 열악한 벤처 생태계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송갑석(광주 서구갑) 의원이 한국벤처투자에서 제출받은 ‘최근 10년간 각 시도별 모태펀드 투자 현황’을 살펴보면 광주지역은 지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1천96억을 투자받아 전체 투자금액 13조9천716억원 중 0.8%에 그쳤다. 지난해도 전국에 2조4천380억원이 투자됐지만, 광주는 총 투자금의 0.9%인 226억 밖에 투자받지 못했다.

송 의원은 “지역에서도 스타 벤처 기업이 탄생하고 신기술·신서비스 스타트업이 성장해 지역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모태펀드의 지역 투자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삼섭기자 seobi@sr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