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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열정으로 일궈낸 블루오션 '건강영양쌀'
입력 : 2019년 12월 12일(목) 18:06


왕겨 사업으로 밑바닥 다지며 성장
작은 성공 안주 않고 새 상품 개발
모든 제품 지역 특산물 활용 ‘상생’
끝없는 고민 불구 성과는 이웃 나눔
건강쌀 전국화 성공한

‘명성제분’ 김철진·차경숙 부부



80㎏들이 쌀 19만3천700원을 밥 한 공기(쌀100g)값으로 나눠보면 242~245원 정도다. 어쩌면 소주 한두 잔이나 자판기 커피 값 정도에 그치는 수준이다. 쌀을 생산하기 위해 88번의 손길이 가는 점에 비춰볼 때 그 값어치로는 터무니없지만 사정은 더욱 좋아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아이디어 하나로 어려운 쌀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바꿔가는 사람이 있어 관심이다.

나주에서 쌀 성형공장을 하고 있는 농업회사법인 ‘명성제분’을 찾아 김철진 대표와 부인인 차경숙 상무가 꾸려내 온 새로운 쌀 ‘건강영양쌀’ 이야기를 들어 본다.



◆한발 한발 조심스런 첫 사업

차 상무 친정이 가까이 있는 포천에서 야산을 빌려 흑염소를 키우고 목장 한 켠에서 닭볶음탕이나 염소 요리를 팔며 지냈다. 딸을 들쳐 업고 남편 수발은 물론 목장과 식당일까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5년을 억척스럽게 일했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 때 시아버지께서 전화를 주셨는데 남편 고향인 영암으로 내려와 왕겨 사업을 해 보라는 권유였습니다.”

온도에 예민한 오리를 위해 각 농가에서는 왕겨를 바닥에 깔아 주는 등 일정한 관리가 필요했기 때문에 왕겨를 구해다가 다른 오리농장에 납품을 하면서 살아 보라 하셨던 것이다.

“영암이 남편 고향이지만 어려서 떠나 타지생활을 오래해 온 탓에 사실 귀농인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시골에서는 한 다리 거치면 다 친척이고, 한 마을 사람인데 새로운 납품처를 따내기는 정말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그렇지만 왕겨사업을 밑바닥에서부터 배워가는 중에 본격적인 농업사업 아이템은 이 때 본격화 됐다는 사실은 두 부부도 나중에야 깨달게 된다.



◆건강에 대한 관심도 사업 아이템

“왕겨 사업이 조금 안정화 되자 작은 아이템들이 하나 둘씩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 가장 현실적인 사업이 바로 쌀눈이었습니다.”

차 상무는 나락을 도정하는 과정에서 현미는 물론 쌀눈이 나오게 되는데 바로 쌀눈의 좋은 영양분 때문에 일반인들은 물론 식품에 첨가하는 업체들이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왕겨를 유통하는 과정에서 쌀눈의 유통과정은 이미 파악하고 있어 비교적 쉽게 쌀눈 생산과 유통 사업을 할 수 있었다.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면서 생산된 쌀눈은 농협 하나로마트에까지 판매를 할 수 있게 된다.

어렵게 시작한 왕겨 사업이 안정화된데 이어 쌀눈 사업까지 순조롭게 성장하자 부부가 시작한 사업은 탄력을 받게 된다. 부부는 이 과정에서 벌어들인 자금을 다시 투자해 나주에 있는 제분소를 인수한다. 현재의 명성제분이다.



◆ 소비자 입장에서 상품개발

제분소를 인수한 뒤 사업을 키우는 결정적인 아이디어가 나왔다. 바로 ‘건강영양쌀’사업이다.

“결혼한 뒤 시댁에서 톳밥을 먹는데 신기했지만 느낌도 그렇고 맛도 괜찮았어요, 특히 톳에 철분 등 영양분이 많아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가끔 톳밥을 지어먹었던 기억이 났죠.”

하지만 톳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알지만 일반 가정에서 톳밥을 지어먹기는 번거롭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차 상무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다. 밥 색깔은 거무스름하고 잘못 지으면 바다 비린내까지 날 수 있어 일반 가정에서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건강식이기 때문에 간편식 톳밥 아이템은 나쁘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시중에는 이미 톳밥용 쌀이 시판되고 있었다. 일반 쌀에 톳에서 뽑아낸 영양소와 향기를 코팅한 쌀이었다.

이번에는 제분소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채득한 경험이 사업가이자 주부인 차 상무의 아이디어와 맞아떨어졌다.

“주부들 입장에서 보면 영양분이 코팅된 쌀은 씻는 과정에서 손실될 우려가 크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싼 영양분이 다 씻겨 내려간다면 그 식품을 구입할 의미는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기존 제품과 다른 상품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제분소를 운영하면서 채득한 제분기술을 접목하게 된다.

가루가 된 쌀을 다시 일정한 모양과 크기로 굳히는 기술이 이미 개발된 사실을 떠올려 이 기술을 접목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게 그렇듯 공짜는 없었다. 아이디어는 완성됐지만 현장에 적용하는 일이 그리 순탄하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각종 특산물을 가루 내 쌀가루와 섞은 뒤 다시 쌀 모양으로 만들어내는 작업에는 여러 과정이 필요했던 것이다.

“공정 별로 황금 비율이 모두 필요했습니다. 특히 톳과 쌀가루 비율을 정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죠. 실험용 톳밥 과정에서 버려진 쌀 2.5톤을 땅에 묻을 때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오랜 시행착오를 거쳐 지난 2017년 4월 마침내 건강영양식 ‘톳쌀’ 개발이 완성됐다.

밥을 지을 때 함께 넣는 콩이나 보리 등의 잡곡처럼 톳쌀을 원하는 비율대로 넣어 밥을 지으면 되는 것이다.



◆완도 톳·장흥 표고·보성 녹차도

톳쌀 개발과정은 힘들고 지루했지만 이후 과정은 비교적 쉬웠다.

녹차와 울금, 다시마와 표고 등 다른 건강식 농산물을 활용한 제품들도 잇따라 출시돼 큰 인기를 얻었다.

건강식 ‘톳쌀’(정식명 ‘밥할 때 톳’)의 성장은 명성제분만의 몫이 아니었다. ‘건강영양쌀’의 주원료가 대부분 전남지역 특산물이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농어민들의 판로도 확대되는 등 상생할 수 있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다.

“완도에서는 톳을 가져오고, 장흥에서는 표고, 보성의 녹차, 진도의 강황을 들여 오죠, 지역의 쌀을 이용하는 것은 당연하구요.”

차상무의 말이 이어진다.

“명성제분이 잘 되면 지역의 다른 농어민들도 함께 성장합니다. 100원을 벌면 50원은 주위 분들과 나눠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서로 도움을 주면 또 한번 도약하는 것이죠.”

처음 개발된 상품이 나주와 영암 등 전남지역을 중심으로 판매된 것도 사실 큰 도움을 받은 것이라는 차상무의 겸손함 때문인지 2년이 지난 지금 명성제분의 ‘건강영양쌀’ 상품들은 이미 전국화 됐다.

“다른 상품과 비슷한 상품을 만들면 시장에서 주목받기 힘들죠. 남들이 하지 않는 사업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저무는 사업으로 생각할만한 쌀 시장에서 독보적인 아이디어로 살아 남은 김대표와 차상무의 사례를 보고 또 다른 명성제분이 나오길 바라본다.

도철기자 douls18309@sr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