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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의 시각] 5·18 바깥 세대가 본 문화의 힘

@김혜진 입력 2020.05.21. 14:10 수정 2020.05.21. 16:39

기자는 30대 초반으로 소위 5·18의 바깥세대다. 5·18에 대한 교육이 부족했던 세대다. 광주에서 나고 자랐지만 '5·18' 하면 초등학생 때 망월동 국립묘지에 전시 사진에서 봤던 '끔찍한' 죽임을 당한 시민들의 모습만이 생각나는, 오월에 관심도 없고 아는 것도 없는 젊은 세대 중 한 사람이었다.

언론사에 입사하며 5·18을 기사로, 자료로 조금씩 알아가던 기자는 40주년이 된 올해에서야 부끄럽게도 80년 5월 광주를 조금 더 가슴으로 느끼게 됐다.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가 계기였다. 책을 본 이후 몇 날 며칠을 여운에 빠졌다. 아직까지 누군가의 상처이자, 인생의 한 부분인데 누가 어떤 자격으로 '지겹다' 말하고 폄훼할 수 있나.

이런 감정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준비한 연극 '나는 광주에 없었다'로 이어졌다. 5·18을 그저 '광주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사실'로만 인식했던 기자는 극을 보고 충격에 심장이 빠르게 뛰기도 했다. 있어선 안 되는 일이 이곳에서 정말 일어났다니…. 80년 5월의 광주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비극적이었다. 그 시절을 견뎌낸 이들이 내 가족이자, 이웃이라니 너무도 고마운 마음이었다.

광주 첫 브랜드 영화 중 하나인 '아들의 이름으로' 또한 시사회 이후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중장년의 관객들을 보며 이들에게 80년 5월이란 어떤 의미인지 어렴풋하게 공감할 수 있게 됐다. 예술의 힘이 그렇다. 공부할 대상으로만 여겼던 5·18민주화운동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게 한다. 좀 더 알고 싶게 한다.

올해 40주년을 맞아 예술인과 예술단체는 물론 다양한 기관 등에서 5·18 마흔 해를 기리는 기념작, 기념행사들을 만들어냈다. 진작 이뤄졌으면 좋았으련만, 40주년이 돼서야 나온 몇몇 결과물들이 아쉬움을 남기지만 지금에라도 오월 광주를 예술로 승화한 것은 다행이고, 잘한 일이다.

다만 여러 기념작, 기념 행사에 대한 연령대별 반응을 취재해봤을 때 타겟층을 정확히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오월 작품은 세대에 따라 평이 정확히 둘로 나뉘는데, 중장년층은 좀 더 장엄하고 역사적 깊이를 원하는 반면 청년층은 너무 무겁지만은 않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그동안 우린 영화 '택시운전사', 소설 '소년이 온다' 등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오월 정신의 대중화, 세계화는 물론 다음, 이 다음세대까지 5·18의 의미를 이어갈 수 있는 힘은 예술·문화에 있다는 것을.

'40주년 한정'이 아닌 41주년, 42주년, 49주년에도 오월의 작품화가 이어진다면 10년이 지난 50주년에는 어떤 장르에서든 이미 자리 잡은 브랜드 작품 하나쯤 있으리란 기대를 가져본다.

김혜진 문화체육부 차장대우 hj@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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