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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의 시각] 스토킹, 엄연한 범법 행위다

@김현주 입력 2021.04.07. 17:01 수정 2021.04.12. 13:27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남자가 호감 가는 여성의 뒤를 쫓아가거나 번호를 묻는 일이 한때는 '낭만'이나 '로맨스'로 포장됐다. 분명 과거의 일이다. 2021년 현시점에서 이는 엄연한 범죄다. 스토킹은 더는 '순애보'나 '구애'로 불릴 수 없는 범죄 그 자체다.

지난달 23일 광주에 사는 A(39·여)씨는 공포의 스토킹을 겪었다. 혼자 봄꽃 나들이를 다녀오는 길이었다. A씨가 뜻하지 않은 추격전을 벌이게 된 것은 잠시 들린 휴게소에서 마주친 남성 때문이다. 경적을 누르며 위협적인 행동을 보인 남성은 결국 A씨를 뒤쫓아 46㎞를 내달렸다. A씨는 집으로 오는 동안 남성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차선과 속도를 변경하는 등 갖은 노력을 펼쳤지만 남성의 추적은 끈질기게 이어졌다. 겁에 질린 A씨는 집으로 가지 못하고 광주 한 파출소로 들어가 피해를 호소했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 경험담을 글로 남겼다. 이 글은 순식간에 화제가 됐고 많은 여성 운전자의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

이 같은 스토킹을 단순한 우연으로 묵과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방치된 스토킹이 인명피해로 발전되는 일이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발생한 세모녀 살인사건이 더는 스토킹 범죄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세모녀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김태현(25)에 대한 범행 전 행적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미 성범죄 전과가 3건 있었던 김태현은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 된 피해자 큰딸을 지속적으로 스토킹 해왔다. 큰딸은 김태현의 호감 표시에 대해 응대하지 않거나 전화를 받지 않는 등 거부 의사를 확실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집 앞까지 쫓아왔던 것으로 경찰조사에서 드러났다.

15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 처벌법)이 22년간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24일 국회를 통과했다. 오는 9월 법 시행을 앞두고 스토킹으로 피해와 공포를 겪은 이들이 무참히 희생되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스토킹 처벌법은 스토킹을 한 사람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법 통과에도 불구하고 폭행이나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에는 고작 경범죄로 가볍게 여겨졌던 스토킹에 대해 중범죄로 규정하고 형사처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더이상 스토킹을 사생활의 영역으로 치부하고 외면할 일이 아니라 수사당국에 적극적인 신고와 피해호소로 자기 자신을 방어해야 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김현주 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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