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의 시각] 스토킹, 엄연한 범법 행위다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남자가 호감 가는 여성의 뒤를 쫓아가거나 번호를 묻는 일이 한때는 '낭만'이나 '로맨스'로 포장됐다. 분명 과거의 일이다. 2021년 현시점에서 이는 엄연한 범죄다. 스토킹은 더는 '순애보'나 '구애'로 불릴 수 없는 범죄 그 자체다.
지난달 23일 광주에 사는 A(39·여)씨는 공포의 스토킹을 겪었다. 혼자 봄꽃 나들이를 다녀오는 길이었다. A씨가 뜻하지 않은 추격전을 벌이게 된 것은 잠시 들린 휴게소에서 마주친 남성 때문이다. 경적을 누르며 위협적인 행동을 보인 남성은 결국 A씨를 뒤쫓아 46㎞를 내달렸다. A씨는 집으로 오는 동안 남성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차선과 속도를 변경하는 등 갖은 노력을 펼쳤지만 남성의 추적은 끈질기게 이어졌다. 겁에 질린 A씨는 집으로 가지 못하고 광주 한 파출소로 들어가 피해를 호소했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 경험담을 글로 남겼다. 이 글은 순식간에 화제가 됐고 많은 여성 운전자의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
이 같은 스토킹을 단순한 우연으로 묵과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방치된 스토킹이 인명피해로 발전되는 일이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발생한 세모녀 살인사건이 더는 스토킹 범죄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세모녀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김태현(25)에 대한 범행 전 행적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미 성범죄 전과가 3건 있었던 김태현은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 된 피해자 큰딸을 지속적으로 스토킹 해왔다. 큰딸은 김태현의 호감 표시에 대해 응대하지 않거나 전화를 받지 않는 등 거부 의사를 확실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집 앞까지 쫓아왔던 것으로 경찰조사에서 드러났다.
15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 처벌법)이 22년간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24일 국회를 통과했다. 오는 9월 법 시행을 앞두고 스토킹으로 피해와 공포를 겪은 이들이 무참히 희생되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스토킹 처벌법은 스토킹을 한 사람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법 통과에도 불구하고 폭행이나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에는 고작 경범죄로 가볍게 여겨졌던 스토킹에 대해 중범죄로 규정하고 형사처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더이상 스토킹을 사생활의 영역으로 치부하고 외면할 일이 아니라 수사당국에 적극적인 신고와 피해호소로 자기 자신을 방어해야 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김현주 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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