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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 정선자·강준호씨 부부] 자연농법·전통방식 고집···정성으로 빚어낸 명품 고추장

입력 2020.07.08. 19:11 수정 2020.07.08. 19:36
곡괭이·삽으로 일군 밭에
더덕·도라지·무 등 재배
'1년 숙성' 옛 방식 그대로
생산·가공·판매 '한번에'
6차 산업 성공 모델 눈길
장류대회서 최우수상 수상

해남 두륜산 자락에서 자연농법으로 직접 일군 농산물을 전통방식의 발효음식으로 빚어낸 명인이 있어 화제다. 해남 고추장 명인인 정선자·강준호 씨 부부가 그들이다. 오랜 세월 배우고 스스로 터득해 온 방식들을 건강한 먹거리로 만들어내며 재배에서 가공, 판매까지 6차 산업 성공 사례여서 의미를 더한다. 최근 귀농한 아들 내외에게 비법을 대물림하며 농촌의 미래에 희망을 전하고 있다.

천년고찰 대흥사가 자리한 두륜산 서쪽 해남군 현산면 덕흥길 태평농원은 정선자(61)·강준호(67) 씨 부부가 아들 강태양(41)·며느리 고도연(41)씨, 손자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곳이다. 4만여㎡ 규모의 농원은 잡초와 농작물이 서로 상생하며 자라고 있다. 농약, 비료, 퇴비를 일체 사용하지 않고 농작물 스스로 자라도록 하는 자연농법으로 재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작물은 더덕, 도라지, 홍화, 무, 고추, 콩, 깨, 토종호박, 재래종오이, 팥 등으로 수확한 후에는 가루와 즙으로 판매되거나 이것들을 활용한 된장, 고추장, 조청, 식초 등으로 가공돼 판매된다.

농작물을 재배하는 태평농원은 남편 강준호씨가, 이 농산물을 재료로 다양한 식품을 만들어내는 정선자씨는 오도식품 대표를 각각 맡고 있다.

비오는 오후 장독에서 고추자,된장, 장류 항아리를 살피고 있다

최근 정씨는 고추장 명인으로 공인 받았다.

국내 장류발효문화의 계승과 복원, 한류음식 재창조를 위해 관련 분야의 장인들을 선발하고 있는 '대한민국 제2회 장류발효대전 장류왕 선발대회'에서 고추장왕 단체전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전국의 장인들이 전통 손맛으로 재현한 특색있는 장류를 출품한 대회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정씨의 고추장은 한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오랜 시간이 빚어낸 명품이다.

12년된 도라지와 오도식품에서 생샨되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긴 시간 자연의 힘을 빌려서 발효를 하고 여기에 정성과 손맛을 첨가한다. 더덕, 도라지를 폭 고아서 조청을 만들고 마늘을 쪄서 넣는다.

고추장이 익어가면 한참 후에 꿀에 절인 마늘과 더덕, 도라지 등 재료를 추가한다. 조청과 메주가루는 전통방식으로 직접 만들고 물엿은 넣지 않는다. 고추장은 햇볕에 항아리 뚜껑을 열고 닫고 반복해 1년 이상 숙성시킨 이후에 제품으로 출시된다. 이러한 열정과 노력으로 정 명인의 장은 전국에서 기능성 약고추장으로 인정받았다.

자연을 빚어낸 명품이 탄생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30여년전 현산면에에서 오이, 토마토 등 비닐하우스 600평을 10년 동안 일구며 살았지만 가격폭락과 태풍으로 제방이 무너져 하우스가 물에 잠기는 바람에 빚만 떠안게 됐다.

다행히 열관리자격증, 설비자격증, 전기기능사 2급 등 자격증을 갖고 있는 남편 강씨가 영산강하굿둑 공사장에서 수문관리를 맡게 됐고, 부인 정씨는 작업인부들을 상대로 함바식당을 운영하며 3년만에 부채를 갚고 일어서게 됐다.

이후 농어촌공사에 입사하게 된 강씨는 17년 동안 해남농업기반공사에 근무하며 틈틈이 농사일을 익혔고 2004년부터 두륜산 자락 덕흥리 일대 밭과 임야를 사들였다.

부부는 직접 곡괭이와 삽으로 밭을 일구며 산에다 더덕과 도라지를 심었다. 한때 4년근에서 6년근까지 재배했으나 산에서의 재배는 수확량과 인력에 한계가 있어 주변 밭을 임대하고 일부는 매입해 더덕과 도라지는 물론 홍화, 무, 고추, 콩, 깨, 토종호박, 재래종 오이, 팥 등 자연농법 재배를 시작했다.

태평농원 강준호 대표는 "20여년의 땀과 노력끝에 희망이 보인다"며 "이제는 농약,비료, 퇴비 등을 일체 사용하지 않고 녹비작물을 활용해 작물이 병충해를 이기고 스스로 자라나도록 키우는 자연농법이 일반재배에 비해 수확량은 40% 정도 감소해도 영농비 절감과 시중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가 되는 등 소비자들의 신뢰 등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고 전했다.

부부는 안정적인 판로개척을 위해 가공식품으로 눈을 돌려 직접 생산한 도라지, 더덕 등을 이용해 가루와 즙을 가공 생산하면서 전통 된장,고추장,장류식품에 이어 6년근 도라지조청, 천연발효식초, 느릅나무조청, 콩물까지 만들어 판매했다.

대부분 직접 생산한 농산물과 인근 농가와의 계약재배를 통해 질좋은 농산물을 구입해 설탕, 방부제, 향신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고 제품을 만들어 전국의 소비자들에게 각광을 받게 됐다.

장류를 설명하며 활짝 웃으며 명인으로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정씨는 15년 동안 식당을 운영하며 건강한 식단을 위한 식자재의 중요성을 인식해 약용식물인 더덕, 도라지 재배를 시작으로 2006년 오도식품 설립하고 2007년 임업후계자, 2013년 전통주 발효식품연구회 부회장, 2013년 임업부문 농업인 대상, 2014년 전통고추장 명인으로 선정, 자연재배 농산물의 우수성을 전국에 알리게 됐다.

특히 아들부부가 최근에 귀농해 함께 녹비작물을 활용해 농약, 비료, 퇴비를 일체 이용하지 않고 농작물 스스로 자라도록 자연농법으로 재배하고 있다. 일반농사에 비해 수확량은 40% 이상 감소하지만 높은 가격에 거래돼 소득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정씨는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가격폭락과 자연재해 등으로 울고 웃으면서 넘어지면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근성으로 살아가고 있다"며 "이제는 농사도 건강식에 대한 소비자들의 먹거리 재료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어 양 보다는 질로 승부하는 자연농법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농부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해남=박혁기자 md181@srb.co.kr


[인터뷰] 전통고추장명인 정선자 오도식품 대표

"건강한 먹을거리로 사람들 돕고 싶다"

"자연이 살아 숨쉬는 두륜산 자락 밑에서 20여년 남편과 함께 고집스럽게 고수해 온 자연재배가 이제야 인정받는 것 같아 흐뭇합니다."

지난달 열린 '대한민국 제2회 장류발효대전 장류왕 선발대회'에서 고추장왕 단체전 최우수상을 수상한 정선자(61) 오도식품 대표의 소감이다.

정 대표는 "수많은 실패 끝에 더덕, 도라지 같은 약용식물과 참깨,콩,팥 등을 관행농"업에서 탈피해 정성스럽게 재배,생산했지만 때깔이 좋지 않다고 외면받던 시절이 엊그제 같다"며 "10여년의 하우스재배로 빚만 지고 밤봇집을 싸던일, 함바식당과 한식당을 운영하면서 땀과 눈물로 옷을 흠뼉 적시면서 지나간 일들이 고추장왕과 명인으로 인정받으면서 아스라한 추억으로 남는다"고 전했다.


정씨는 "16년전 처음 남편과 함께 더덕과 도라지를 산에 심고 4년에서 6년만에 수확한 자식같은 더덕과 도라지들이 볼품없는 모양에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고 제 가격을 받지 못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가공식품에 뛰어 들었던 것이 이제는 생산에서 재배, 가공, 판매까지 6차 산업이 됐다"고 회상했다.

대부분 힘겨운 농삿일을 자식들에게 대물림하지 않으려는 여느 부모들과 달리 정 대표는 국선도 사범인 아들과 학교상담사인 며느리가 귀농해 3대가 들녁에서 어울릴때 든든함을 느낀다.

정 대표는 "우리 부부는 귀농한 아들부부와 함께 땅을 갈지 않고, 풀이나 벌레도 죽이지 않는 등 인위적인 방법을 쓰지 않는 대신 최대한 자연의 본래 활동에 맡겨 재배하고 있다"며 "이런 경험을 전국의 젊은 초년 농부들에게 체험시키고 교육하는 것이 최대의 소원"이라고 강조했다.

정대표는 "자연 먹거리를 통한 건강식품을 가공 판매는 물론 병상에서 고생하는 이들에게 자연먹거리를 통해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농부가 되겠다"며 "지금까지 알고 배웠던 농삿일과 고추장,된장 등 전통장류와 즙,식초,조청 등을 이용한 식품개발을 통해 식탁에 건강한 식재료에서 건강기능식품까지 공급해 인스턴트 식품 등으로 찌들어 있는 사람들을 구제하는 전도사가 되겠다"고 웃음지었다.

해남=박혁기자 md181@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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