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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원의 트빌리시편지

한희원의 트빌리시 편지 <36> 조지아의 역사·아름다운 풍광 '텔라비'

입력 2020.07.16. 16:21 수정 2020.07.16. 18:44
수백년 소나무 숲에서 지친 영혼의 안식을 찾다

'별, 사랑을 찾아'

존재로서 너를 본다

가장 깊숙한 언어로

너를 보는 순간

강이 거칠게 거슬러 오르다

긴 평온을 찾는다

담 아래 핀

먼지 묻은 풀꽃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지만

거추장스러운 언어가 아닌

너라고, 불러본다

겹겹이 쌓인 껍질을 벗겨내고

하나의 존재로서

너를 보는 것

그것이 비록 가난한 일 일지언정

(한희원의 시 '존재의 언어')


여행은 미지의 세계를 향해 걸어가는 길이다. 귀로는 그동안 길에서 만난 사람과 풍경을 가슴속에 차곡차곡 쌓는 과정이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말끔히 잊혀진다.

어느날 문득 오래된 서랍에서 잊고 있었던 물건을 보면 불현듯 과거로의 회상에 젖어든다. 여행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매개체이자 또 다른 미래를 꿈꾸게 한다.

텔라비에 갔을 때 그곳의 역사나 문화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았었다. 조지아 동남쪽 카헤티 지방의 중요 도시로써 와인 주산지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며칠 동안 선교사 집에서 기거하며 마주한 텔라비는 조지아의 역사와 종교, 아름다운 풍광 그리고 유서 깊은 와이너리를 두루 갖춘 곳임을 알게 되었다.

선교사 집 앞으로 드넓은 평원이 끝없이 펼쳐지고 그 너머로는 높고 긴 카프카스 산맥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얀 눈이 쌓인 산봉우리가 긴 성벽처럼 서 있었다. 시그나기 성벽에서 멀게만 느껴졌던 산맥이 이곳에서는 한층 더 가깝게 보인다.

산맥 아래에는 알라자니(Alazani)강이 흐른다. 텔라비는 조지아 최대 와인 생산지답게 사방이 포도밭 물결이다. 텔라비 와인 때문에 사업차 방문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귀향'

선교사 집 근처 호텔에서 커피를 마셨다. 조지아에는 카즈베기의 룸스 호텔처럼 소도시의 매력적인 호텔이 있다. 자동차로 잠깐 달려간 Radisson Collection Hotel은 옛 와이너리를 개조하여 만든 호텔이었다.

와이너리 특유의 벽돌과 천정은 우아한 곡선의 고전미가 그대로 살려져 있었다. 마룻바닥과 소파들은 안락하면서 독창적이고 아름다웠다. 여행자들은 피곤한 몸을 소파에 누인 채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셨다. 세월이 켜켜이 쌓이고 쌓인 건물을 헐지 않고 재사용하니 현대적인 감각과 조화를 이루면서 인간에게 정신적 안정을 누리게 해준다. 과거와 현대의 간극에서 나를 인식하고 바라본다.

따뜻한 커피로 몸을 녹인 후 호텔과 연결된 알렉산더 차브차바제 박물관(House Museum of Alexander Chavchavadze)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텔라비는 8세기부터 도시가 형성되었다. 15~17세기까지는 카헤티 왕국의 수도였다. 에레클 2세가 통치할 때는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이곳 알렉산더 차브차바제 박물관은 1835년에 지어졌는데 조지아의 귀족 시인 알렉산더 차브차바제의 저택을 박물관으로 만든 곳이다. 저택 안에는 당시 조지아 귀족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도록 재현해 놓았다.

갤러리와 박물관은 훌륭했다. 그렇지만 정원은 더 환상적이었다. 수백 년 된 나무숲을 거닐었더니 타향살이로 지쳤던 영혼이 서서히 안식을 찾아갔다. 훗날 조지아를 다시 오게 되면 이 정원만큼은 꼭 다시 찾으리라 마음먹었다.

'푸른 기도'

텔라비 근교에서 카프카스 산맥 쪽으로 가면 깊은 산속에 크바렐리 호수(kvareli lake)가 있다. 조지아는 바다와 맞닿는 면적이 적은 나라이기에 호수를 귀히 여긴다.

호수를 찾아 한참 길을 달리는데 경비원들이 길을 막아섰다. 자연경관을 찾는 여행자에게도 이곳은 꽤 까탈스러웠다. 조지아에서 호수는 그만큼 특별하다.

기대했던 것만큼 규모가 크지 않은 호수였다. 노을이 내려앉은 숲속의 호수는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호수 옆에 위치한 호텔 레스토랑에서 평원과 작별인사를 나누는 햇살을 보며 저녁식사를 했다.

텔라비에는 1천년 된 와이너리가 있는 알라베르디 대성당(Alaverdi Cathedral)이 있다. 이 대성당은 2004년까지만 해도 조지아에서 가장 큰 교회였다.

6세기 말에 지어진 이칼토 수도원(Ikalto Monastery)은 성 제논에 의해 지어진 학문의 성당이다.

올드 슈암타 수도원(Old Shuamta Monasteries), 뉴 슈암타 수도원(New Shuamta Monasteries)같은 역사적인 수도원을 텔라비에 오면 만날 수 있다.

텔라비 시내에 있는 공원에 올라가면 높이가 46m에 900살이나 나이를 먹은 Giant plane tree가 있다. 바람이 불면 큰 나무는 온몸을 흔들며 요동을 친다. 오랫동안 강대국의 침탈을 겪어온 조지아의 영혼도 이럴까? 나이 먹은 나무 곁에 서면 조지아의 흐느끼는 숨결이 느껴진다.


한희원

시인을 꿈꾸던 문청출신의 한희원은 조선대 미대를 나와 교사로 활동하다 1997년 '내 영혼의 빈터'를 주제로 첫 개인전을 열며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50여 차례의 개인전과 국내외 전시에 참여했다. 2015년 양림동에 '한희원 미술관'을 개관했다. 화업 45년 만에 화가의 길을 침잠하기 위해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일년 동안 작업활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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