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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칼럼] 학교에 바라는 것

@이운규 신용중 교사 입력 2021.01.25. 11:12 수정 2021.01.25. 16:11

나는 중학교 학급 담임 교사이다. 담임으로서 나의 주요 일과 중 하나는 우리 반 아이들의 '출결 상황'을 체크하여 '교무업무시스템'에 입력하는 일이다. 물론 '출결 상황'에는 출석과 결석만 있는 것이 아니고 지각, 조퇴, 결과도 있다. 이 중 출석 외의 다른 것들은 그 사유에 따라 다시 질병과 기타, 무단으로 나누어진다.

그런데 한국 학교의 출결 규정에는 한 가지 이상한 항목이 있다. '출석 인정 결석'이 바로 그것이다. 한 마디로 결석을 했는데 출석한 것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학기 말이 되어 우리 반 아이들의 지난 한 해 출결 상황을 정리하다 보니 올해는 유독 '출석 인정 결석'이 많음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코로나19 때문이다. 고열이나 기침, 인후통 같은 코로나 증상이 있어서 학교에 올 수 없는 학생들의 경우 모두 '출석 인정 결석'으로 처리되었다. (평상시의 출석 인정 결석은 학생이 부모와 가족 여행을 가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어떤 학생이 '출석 인정 결석'으로 처리되었다는 것은 말하자면 다음과 같은 경우이다. 어떤 학생이 코로나 증상이 있어 학교에 오지 못해, 당일 학교 수업 -예를 들어 수학 수업 -에 참여하지 못했는데, 출석부에는 '수학 수업'을 한 것으로 입력이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모순이 발생한다. 학교에는 과목마다 학생들이 반드시 수업해야 할 연간 최저 수업시수가 정해져 있는데, 위의 학생들은 실제로 그 수업 시수를 수업하지 않았음에도 수업을 한 것으로 기록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분명한 수업 결손이 발생했는데도 그것을 수업 결손으로 처리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이다. 한국 학교는 다른 나라처럼 일정한 수준 이상의 학업 성취도를 보이지 못하면 다음 학년으로 진급하지 못하는 방식의 유급 제도가 없다. 대신 연간 법정 수업 일수 규정을 두어 학생들의 학습 결손을 방지하고자 한다. 그런데 '출석 인정 결석'은 이 법정 수업 일수 규정을 무의미하게 만들면서 그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

그러면 왜 '출석 인정 결석'이라는 모순적인 출결 규정이 생기게 되었을까? 그건 아마도, 그렇게 처리하지 않았을 때 예상되는 학부모들의 민원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 증상 때문에 학교에서 '등교 중지'가 내려져서 '어쩔 수 없이' 등교하지 못한 자녀를 학교에서 '결석' 처리했을 때 생길 수 있는 학부모들의 항의와 반발을 말한다. 이러한 항의와 반발은 언뜻 정당한 것처럼 들린다. 그런데 다음의 경우를 상상해 보자.

어떤 학부모가 수학 학원에 자녀를 보낸다. 코로나 증상이 있어서 며칠간 자녀를 학원에 보내지 못했다. 그런데 학원에서 그 며칠을 '출석 인정 결석'으로 처리한다. 즉 실제로는 학원 수업을 받지 못했지만 그래도 학원 수업을 받은 것으로 처리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학부모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당연히 항의하고 반발할 것이다. 어떻게 수강하지도 않은 수업을 수강했다고 할 수 있으며, 어떻게 배우지도 않았는데 배웠다고 한단 말인가?

생각해 보면 학원의 이 처사는 앞에서 말한 학교의 처사와 전혀 다르지 않다. 다만 이에 대한 학부모의 반응이 상반될 뿐이다. 왜 그럴까? 그것은 학부모들이 학교와 학원을 다르게 생각하기 있기 때문이 아닐까? 무엇보다 두 기관의 존재 목적을 다르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이중 학원에 대해서는 당연히 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곳으로 생각할 것이다. 학원이 그런 목적을 지니고 있지 않다면 매달 비싼 수강료를 내고 자녀를 보낼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면 학교에 대해서는 어떨까? 아마도 그렇게('공부를 가르치는 곳으로')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배우지 않았는데 '그냥 배웠다고 하고' 넘어가 달라고 오히려 학부모가 요구할 정도라면, 그건 한국의 학부모들이 학교를 '배움의 공간'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굳이 학교에 보내는 데는, 배움이나 공부 즉 교육이 아닌 다른 어떤 것을 학교에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무엇일까? 이운규 신용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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