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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칼럼] 농협 '대의원 총회'는 전가의 보도?

@윤승한 입력 2019.12.11. 17:36

윤승한 사회부장

“대의원 총회에서 통과된 만큼 문제 없다.” 또다시 전가의 보도가 등장했다. ‘대의원 총회’가 그것이다. 농협에 문제가 있을 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하는데, 그 위력이 가공할 만 하다. 아무리 잘못한 게 있어도 대의원들만 눈감아주면 된다. 반성하거나 사과할 필요가 없다. 개선책을 마련할 이유도 없다. 대의원들에게만 잘하면 된다.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들만 내 편이면 어떤 잘못도, 어떤 비난도, 어떤 책임도 그냥 넘어가면 된다.

‘도덕성 논란’에 휩싸인 송정농협도 예외는 아니다. 전 조합장이 규정에도 없는 복지연금을 가져가고, 현 조합장이 규정에도 없는 복리후생비를 가져갔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변한다. 근거가 ‘대의원 총회’다. “통과했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규정 문제는 논외다. 그냥 대의원 총회에서 ‘됐다’고 했으니 됐다는 것이다. 참, 쉽다. 여기에 ‘잘 몰랐다’는 변명이 덧씌워지면서 ‘대의원 총회’의 위력은 배가 된다. 잘 몰랐고 대의원 총회를 통과했는데 무슨 말들이 그리 많냐는 식의 항변이다. “월급으로 알고 받았을 뿐 자세한 내용은 잘 몰랐다. 대의원 총회에서 복지연금을 지급하도록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만큼 논란이 발생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도덕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의도적으로 잘못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치자. 그들 주장대로 잘 몰랐고,대의원 총회에서 통과했으니 문제 없는 게 맞을 수 있다. 그래서 되묻고 싶다. 그렇다면 규정에 없는 복지연금을 가져가고 규정에 없는 복리후생비를 가져간 게 정당하단 얘긴가. 개인금고도 아니고 조합원들 금고에서. “도덕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의도적으로 잘못하지 않았다”는 이율배반적인 해명이 어떻게 성립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해명도 그럴 듯 해야 해명으로서 가치를 갖는다.

2005년 6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역임한 전 조합장은 재임 기간 동안 매달 꼬박꼬박 복지연금 명목의 돈을 챙겼다. 물론 자체 규약에 없는 돈이었다. 농협측도 일정 부분 잘못을 인정했다. 지난 2015년 7월 임시 대의원회에서였다. 송정농협은 ‘2005년 7월~2006년 12월분’ 1천770만원이 잘못 지급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나마 양심적인 판단이었다.

대신, ‘부적절한 지급’ 논란이 여전한 나머지 기간 복지연금에 대해선 면죄부를 줬다. 뒤늦게 자치규약 해당 항목에 삽입한 ‘∼ 등’이란 한 글자를 통해서였다. 이 한 글자 속에 복지연금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었다. 결론은 ‘문제 없다’였다. 이 글자 하나가 조합원들의 돈을 그렇게 쉽게 가져갈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송정농협은 그나마 잘못 지급된 것으로 판단한 1천770만원 조차 공식 환수가 아닌 ‘장학금 기탁’ 형식을 통해 전관을 예우했다.

현 조합장도 취임 이후 매년 건강진단비 30만원, 업무활동보조비 240만원, 가정의달 350만원, 근로자의날 40만원, 창립기념품비 40만원, 임직원 피복비 80만원 등을 챙겼다. 근로자 외에 상임위원이나 비상임 조합장은 받아서는 안될 돈이었다. 이러는 사이 직원들은 근무 여부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시간외 수당’을 매월 고정적으로 챙기기 까지 했다.

정작 농협중앙회 광주본부의 태도가 가관이다. “중앙회 규정은 참고사항일 뿐, 각 농협 실정에 맞게 규정을 바꿀 수 있다. 송정농협이 총회를 통해 문제없다고 결정한 만큼 중앙회가 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없다.” 조합장들이 대의원들만 잘 구슬린다면 무슨 일을 해도 상관없다는 얘기로 들린다. 조합원들의 피 같은 돈이 새나가도 ‘대의원 총회’만 통과하면 되는 게 농협의 현실이다. 조합장 선거철만 되면 금품·향응 등으로 몸살을 앓는 이유이기도 하다.

뒤늦게나마 “잘못된 부분은 수정할 것이며 내년부터는 복리후생비를 받지 않겠다”는 현 조합장의 입장이 나왔다. 간접적으로라도 잘못을 인정한 것 처럼 보인다. 문제는 내년부터 복리후생비를 받지 않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여전히 본질에 대한 인식은 뒤떨어져 보인다. “규정에 없거나 맞지 않아도 총회에서 동의만 하면 얼마가 됐든 받아갈 수 있다는 것이냐.” 한 조합원의 자조섞인 한탄이 처절하다. 자체 개혁만을 바라기엔 갈 길이 너무 멀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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