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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칼럼] '17대 1'···회초리 민심을 잊었는가

@구길용 뉴시스 광주전남본부장 입력 2020.03.25. 13:39 수정 2020.03.25. 19:06

백번 양보해도 이건 아니다. 마치 한 편의 막장드라마를 지켜본 듯 개운치 않다. 시스템공천이라고 허울 좋은 포장이나 말지, 저 지경의 '누더기 경선'을 만들어놓고도 중앙당은 한 마디 말이 없다. 꼼수 위성정당을 둘러싸고 미래통합당과 벌이는 반칙 경쟁은 점입가경이다. 과연 정치개혁 입법을 주도한 정당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다. 이러려고 민의의 전당을 동물국회로 만들며 패스트트랙을 이끌었는가라는 핀잔들도 쏟아진다. 더불어민주당 얘기다.

후보간 진흙탕 싸움은 기본이고 재경선에 후보자격 박탈까지, 민주당 광주·전남지역 경선잡음의 후유증이 의외로 심각하다. 유권자들이 느끼는 파장의 세기가 강하고 깊다. 도대체 광주·전남을 어떻게 생각했으면 이토록 오만할까라는 말들이 거침없이 나온다. 시스템공천의 취지는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엔 상처뿐인 영광만 가득하다. 민주당 공천이 마무리된 광주·전남 18개 선거구 가운데 재심청구가 이뤄진 곳만 7곳에 달한다. 단수추천 된 몇 곳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선거구에서 잡음이 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압권은 단연 광주 광산갑·을과 여수시갑이다. 후보자격 박탈과 재경선, 컷오프 취소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비젓이 이뤄졌다. 불법선거 혐의로 고발된 광산갑 후보에 대해서는 한차례 재심이 기각되더니, 돌연 최고위에서 공천 자격을 박탈했다. 그럴 것이었으면 재심을 받아들여 원점에서 재검토했으면 됐을텐데, 원칙도 기준도 없다. 여수시갑도 당초 컷오프 됐던 후보가 재심을 거쳐 3자 경선으로 공천권을 따냈다. 왜 컷오프 시켰는지 알 수 없다. 돌고 돌아 제자리다. 공천후보 본인도 억울하고 힘든 과정을 거쳐 기사회생 했겠지만 당초 2자 경선 대상이었던 낙선자들은 얼마나 황당하고, 이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은 또 얼마나 어리둥절해 하는지 혼란스럽다.

광주 광산을은 경선, 재심, 재경선까지 거치는 동안 후보자들 사이 진흙탕 싸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권리당원 명부 과다열람에서 촉발된 다툼이 금품살포설, 신천지연루설로 이어지더니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성명전까지 난무했다. '신인의 탈을 쓴 구태정치의 끝판왕', '한 사람의 삐뚤어진 권력욕이 가져 온 최악의 참사'. 한 때 막역했던 두 후보 사이의 관계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막말이 오갔다. 시민활동가 당시에는 그 누구보다 '깨끗한 정치'를 외쳤을 그들인데,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오점을 남겼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경선은 곧 본선'이라는 등식 아래 과열경쟁에 나선 후보들에게 일차 귀책사유가 있지만, 공천관리를 제대로 못한 민주당의 책임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재심이 청구됐던 여러 사안들을 보면 사전에 중앙당 선관위나 공관위 등에서 충분히 제어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런데도 이를 방치했다가 스스로 화를 자초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시스템공천의 취지가 '질서 있는 혁신공천'이라고 강조해 왔는데, 과연 그 원칙과 기준이 제대로 작동됐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실상 권리당원 1인 2표제로 얼룩졌던 경선방식의 허점이나 선거구별 재심 인용 기준의 형평성 등도 두고두고 시빗거리다. 이런 경선잡음의 결과를 곱씹어 보면 결국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높은 당 지지율에 취해 오만함에 빠진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그게 아니라면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비례대표 정당과 관련해서도 민주당의 정체성에 비판이 쏟아진다. 일찌감치 꼼수 위성정당을 만들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무력화에 앞장선 미래통합당의 뻔뻔함이야 논외로 치자. 동물국회까지 감수하며 어렵게 정치개혁 입법을 성사시킨 민주당이 어찌 이럴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미래한국당을 향해 "꼼수정당이자, 대한민국 정치의 흑역사다"라고 비판했던 민주당이 위성정당 대열에 앞장서는 것은 아이러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정치개혁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원내 제1당을 내주지 않기 위해, 탄핵추진 가능 의석을 막기 위해서라는 민주당의 논리도 궁색하다. 비례 몇 석 더 얻는 대신 지역구에서 그보다 더 많은 중도층이 빠져나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게 원내 1당을 내주게 되면 그 때는 실리도 명분도 모두 잃은 꼴이다.

이제는 유권자의 시간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지쳐있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선택할 때다. 더불어민주당이 4년 전의 회초리 민심을 잊고 또 다시 흔들리지 않기를 기대한다. '17 대 1' 20대 총선 당시 광주·전남 스코어다.

구길용 뉴시스 광주전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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