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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의 시정만담] 코로나 시대의 거짓말과 확증편향

@김영태 입력 2020.09.16. 18:27 수정 2020.09.16. 18:56


정치는 '백성들의 눈물을 닦아주는데 근본을 두는 행위'라고 했다. 하지만 고금의 정치는 그러한 근본적인 역할과 거리가 멀었다. 옛적의 백성 혹은 근대의 시민을 도구로 삼아 특정인들의 야망과 권력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충실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정치도 마찬가지로 유사한 과정을 걷는듯 해보인다.

물론 관점과 논자에 따라 긍정과 부정이 교차할 수 있다. 하지만 촛불 이전의 분위기 속에서 한껏 피어올랐던 희망과 이후 기대하는 바가 많은 차이가 나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워졌다.

한 작가는 어떤 책의 서평에서 이렇게 언급한 적이 있다. "정치로부터 그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면 민중은 일쑤 종교적 구원에 의지하게 된다"고. "그러므로 생각이 밝은 치자(治者)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종교에 빠지는걸 기뻐하지 않고 헤아림이 깊은 식자(識者)는 그걸 근심한다"고도 했다.

생각밝은 치자(治者)는 거짓을 근심

필자 또한 오래전 본란을 통해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의 침대'와 '피노키오의 코'를 빗대어 거짓말, 참말을 언급한 적이 있다. 고무줄 잣대와 참말의 반대말인 거짓말이 초래하는 여러 악폐를 지적하기 위함이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쿠르스테스는 노상강도로 힘이 엄청나게 센 거인이었다. 아테네 교외 케피소스 강가에 살면서 지나가는 나그네를 상대로 강도질 등 온갖 악행을 일삼았다. 그는 나그네를 붙잡아 그의 집으로 끌고가 쇠로 만든 침대에 눕혀 나그네의 키가 침대 길이보다 짧으면 이를 억지로 늘리고 길면 잘라 죽이곤 했다. 그 침대는 그만이 길이를 조절하는 장치가 따로 있어 어떤 나그네의 키도 침대 길이에 딱 들어맞을 수 없었다.

이에서 유래된 '프로쿠르스테스 잣대'는 심리학 용어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Bed)'및 '프로크루스테스의 체계(Method)'라 한다. 타인의 생각을 자신에 맞게 바꾸게하려는 행위가 심하거나 심지어 타인에게 해를 끼치면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않는 사람을 비유하는데 곧잘 인용된다.

당대의 지배자, 권력자들은 피지배자들을 다스리기 위해 법칙을 만들고 이데올로그를 형상화해 그에 맞추도록 강요하기 일쑤다. 다양하고 복잡한 현실을 무시하고 특정 방향으로만 몰고가려는 정책 추진자들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대표적이다. 그들이 세워놓은 규정이나 규칙, 법칙에 따르지않으면 제재를 가하고 위해나 손해를 주는 강압적이고 폭압적인 점에서 그렇다.

이와 비슷한 어의(語意)를 지닌 용어로 '확증편향'(確證偏向·Confirmation Bias)을 들 수 있다. 확증편향 또한 자신과 생각이 다른 상대를 심각한 위협 상태에 빠뜨리게 한다는 점에서 심리적 부조화다. 다시 말해 자신의 신념이나 생각에 부합하거나 유리한 이야기만 가려듣거나 정보만 받아들여 기존의 신념과 생각을 강화하는 심리 상태를 일컫는다.

일사불란한 의사 결정과 정보 처리에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상대의 신념이나 생각을 결코 용인하지 않는 확증편향은 커다란 위험성을 내포한다. 주변의 객관적 사실이나 여건이 아무리 명확하고 뚜렷해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음은 확증편향의 치명적 결함이다.

폭증세를 보이던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는 모양새다. 지난 3월 1차 대유행에 이어 지난달 8·15 광복절을 기점으로 2차 대유행 양상으로 접어들며 방역당국을 긴장시키고 온 국민을 옥죄고 난 뒤다. 2차 대유행으로 자영업자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소상공인들은 또 다시 가게문을 닫거나 강제 폐쇄 명령을 받고 깊은 한 숨 속으로 빠져들어야 했다.

헤아림 깊은 식자는 확증편향을 우려

종교계 일부의 고집스러운 대면 예배와 광복절 대규모 집회가 코로나19 2차 대유행의 주요 원인의 하나였다. 국민 대다수의 우려와 방역당국의 지적을 아랑곳않은 그들만의 집회로 야기된 걷잡을 수 없는 n차 감염은 어렵사리 이어왔던 방역망을 통째로 흔들어 버리는 계기로 작용했다.

극우 보수단체와 연대한 그들은 다음달 3일 개천절 집회도 강행한다고 한다. 야권의 대표 정치인은 극우단체의 개천절 집회를 언감 생심 3·1 독립운동에 비유, 헛 웃음이 나오게 했다. 정부는 개천절 집회를 원천 금지하기로 하는 등 강력 대응을 천명하고 필요할 경우 공권력을 동원해서라도 이를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공동체의 안전을 염두에 두지 않은 그들만의 신앙과 믿음이 공동체 전체에 끼친 폐해는 결코 적지 않다. 국민 대다수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주의, 주장은 언제나 끝이 좋을 리 없다.

거짓말이 참말을 가리고 제멋대로 옳고 그름을 재단하는 뒤틀림을 결코 용납해선 안된다. 확증편향으로 오염된 음모론까지 곁들여 진다면 더욱 그렇다. 코로나 이후의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가늠하기 쉽지 않지만 참과 거짓은 변함없이 뚜렷하게 구별돼야 한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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