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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칼럼] '공정(公正)'이 아니면 '공정'이라고 말하지 말라

@윤승한 입력 2020.10.21. 09:20 수정 2020.10.21. 17:52

요즘 우리 사회에서 '공정(公正)'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공정이 자꾸 입살에 오르내리는 게 좋은 현상은 아니다. 공정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건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가 그만큼 공정하지 않다는 반증이다.

성숙한 민주사회에서 공정은 당연한 가치 기준이다. 공정을 들먹이지 않아도 공정한 사회가 바로 민주화된 사회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너무 외형적 민주화에 몰입돼 온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공정은 '공평하고 올바름'을 뜻한다. 나이, 성별, 계층, 직업 등 모든 것을 망라한다. 그렇지 않은 공정은 공정이 아니다. 공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캐치프레이즈에도 등장했다.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가 바로 그것이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공정에 대한 갑론을박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늘 있어 왔고 지금도 곳곳에서 작은 시비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유독 최근에 이 문제가 불거진 건 방탄소년단(BTS)과 의대생들 때문이다. 한쪽은 병역특례 논란이고 다른 한쪽은 국가고시 재허용 문제다. 내용에선 차이가 있어 보이는 듯 하지만 본질은 같다. 공정한가, 그렇지 않은가가 골자다.

우선 BTS는 입영 연기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분위기다. 병역 면제 얘기가 나올 때만 해도 여론이 들썩였다. 미국 빌보드 차트 1위를 석권하며 K팝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는 BTS의 병역을 면제하자는 주장이 팬들을 중심으로 나왔다. 일부 정치인들은 이를 부추기는 듯한 발언들을 쏟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상당수 여론은 썩 달갑지 않게 반응했다. 그들이 젊은 나이에 노력해서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덕분에 한국의 국가적 이미지가 개선된 건 충분히 박수받을 만한 일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병역의무와 무슨 상관이냐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어떤 젊은이도 소중하지 않고 귀하지 않은 젊은이는 없다. 노래를 잘하고 인기가 많은 젊은이가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듯 바늘구멍인 취업문을 뚫기 위해 밤잠 못자고 공부하는 젊은이들이나 비싼 등록금 마련을 위해 24시간도 부족할 정도로 쪼개가며 아르바이트 현장을 전전긍긍하는 젊은이들도 우리 사회의 더없이 소중한 자산이다. 그런데 인기가 많은 젊은이들은 군대를 면제해 주자고 하고 그렇지 않은 젊은이들은 군대를 가야만 한다고 한다. 이를 두고 공정하다고 말할 순 없다.

이 와중에 나온 안이 '입영 연기'다. 현 병역법은 연령으로는 만30세, 기간으로는 2년, 횟수로는 5회를 초과해 병역을 연기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병무청이 이 법안을 개정해 대중문화예술인들을 기간·횟수와 관계없이 만30세까지 입영을 연기해 주겠다는 것이다. 일반 젊은이들의 극단적 상실감은 그나마 덜어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적용 대상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공정성 논란은 남는다.

또 다른 하나는 의대생들의 의사국가고시 재시험 허용 여부다.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방침에 반발해 진료는 물론 의사국가고시까지 거부했던 그들이다. 시험 허용을 촉구하는 의료계의 목소리가 집요하다. 의사수급 불균형 문제까지 들먹이는 걸 보면 마음이 급하긴 급한 모양이다. 정부가 자초했으니 정부가 알아서 해결하라고 으름장까지 놓는다.

의대생들에 대한 정부의 배려는 이미 충분했다. 접수 기한을 연기하면서까지 시험에 응시하도록 호소하고 설득했다. 다른 국가시험에선 찾아보기 힘든 정부의 특혜성 태도였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의대생들은 결연한 의지로 시험을 거부했다. 그런 그들이 다시 시험을 보겠다고 하고 의사 선배들이 정부를 상대로 강하게 허용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일반 여론이 싸늘하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바로 그들의 재시험 허용 요구 자체가 공정의 가치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일단 정부는 국민적 공감을 전제로 재시험 허용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공정의 가치는 한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이 얘기했던 것처럼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해야 한다. 그 결과도 정의로워야 한다. 그래야 특정 계층이 아닌 모든 국민이 우리 사회를 공정의 가치가 살아있는 민주화된 사회로 신뢰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공정의 적용은 공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사회는 불공정한 사회다. 공정의 예외는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 윤승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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