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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의 눈으로 '일본의 양심'을 묻다

입력 2020.04.08. 15:42 수정 2020.04.08. 15:53
야마카와 슈헤이 에세이 '인간의 보루…'출간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여자근로정신대 동원의 진실을 파헤치며 끈질기게 일본의 책임을 물어 온 일본 시민단체의 활동상을 소개한 책이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이하 나고야 소송 지원회) 회원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야마카와 슈헤이(山川修平)가 쓴 자전적 에세이 '인간의 보루-조선여자근로정신대 유족과의 교류'(소명출판刊)를 펴냈다.

에세이는 주택 산업에 종사하던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던 작가가 1992년 골프 여행을 위해 제주도에 왔다가 우연히 근로정신대 동원 피해자의 유족을 만나면서부터 시작된다.

평범한 소시민에 불과했던 그의 인생은 아시아태평양전쟁 말기 일재 강제동원에 의해 사랑하는 여동생을 잃은 피해자의 유족 김중곤(金中坤)을 만나면서 바뀌었다.

김중곤의 여동생 김순례(金淳禮)는 1944년 12월 7일 발생한 도난카이(東南海) 대지진 당시 안타깝게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광주전남 출신 소녀 6명 중 한명이다. 김순례는 광주북정국민학교(현 광주수창초등학교)를 졸업한 직후인 1944년 5월경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로 동원돼 강제노역 중 지진 당시 건물이 붕괴되면서 목숨을 잃고 말았다.

김중곤의 부인(고 김복례 ·2001년 사망) 또한 근로정신대 동원 피해자로, 1944년 여동생 순례와는 동네 친구였다. 여동생과 함께 동원돼 강제노역에 시달리다 광복 후 구사일생으로 고향에 돌아온 김복례는 서로를 가정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양가 부모의 뜻에 따라 김중곤과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이처럼 역사의 굴곡진 사연을 안고 있는 김중곤과 인간적인 교류를 이어가던 저자는 김중곤의 소개로 시민단체 '나고야 소송 지원회' 다카하시 마코토 공동대표를 만나면서 인생의 새로운 전환기를 맞는다.

고교 역사교사였던 다카하시 대표는 1986년 '아이치현 조선인강제연행 조사반' 활동 과정에서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로 동원된 여자근로정신대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역사에 가려져 있던 진실 찾기에 나섰다. 다카하시 대표는 그 후 주위 뜻있는 시민들과 함께 '나고야 소송 지원회'를 결성하고, 1999년 3월 일본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일본의 전쟁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본격적인 외로운 투쟁에 나선 인물이다.

'나고야 소송 지원회' 다카하시 마코토 대표가 왜 일본인으로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1988년 도난카이 지진 희생자 추도비 건립을 비롯해 어떻게 동료들과 시민단체 '나고야 소송 지원회'를 설립했는지, 1999년 소송을 시작해 2008년에 이르기까지 장장 10년에 걸친 소송을 뒷받침해 왔는지 역시 생생한 증언을 얻어 책에 새겼다.

야마카와 슈헤이는 "유족을 통해 일제강제동원 문제와 인권에 눈을 뜨게 돼, 그 자신 스스로 시민단체 일원으로서 활동하면서 한일관계를 목격한 자전적 기록"이라고 말했다..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가 우리말로 옮겼다.

최민석기자 cms20@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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