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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여름···다뉴브 강물에는 헝가리의 역사가 흘렀다

입력 2020.05.11. 17:22 수정 2020.05.22. 09:16 @김현주 5151khj@hanmail.net
제1부. 스포츠와 스토리텔링
② 부다페스트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상>브랜드 전략

"다뉴브((Danube) 강물을 끌어올려 '워터 스크린'으로 쓸 생각을 어떻게…"

기가 막혔다. 솟아오른 물기둥에 파랑·빨강·보라 등 형형색색 빛이 그림을 그렸다. 부다 왕궁·어부의 요새·세체니 다리 등 세계적 관광명소는 튀는 '도화지(미디어 파사드)'였다. 강 위에 뜬 홀로그램·미디어아트는 헝가리 역사을 보여주는 공연과 맞춤 옷처럼 어울렸다. 드론은 별 처럼 떠다닌다. 식전공연은 ▲물과 생활 ▲물과 문화 ▲물과 스포츠 등 총 3막으로 구성됐다. 마자르족의 전설과 역사, 문화를 멀티미디어쇼로 녹였다. 선사시대에서부터 고대 로마를 거쳐 르네상스와 근대로 달려간다. 현장의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들은 주연이었다. 장소 마케팅의 극대화. "Wonderful" "Amazing" 등 찬사가 쏟아졌다. '와! 이거 어떡하지…'. 한숨부터 새 나왔다.

2017년 7월 14일 오후 9시(현지 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캐슬 가든 바자르(다뉴브 강가) 앞. 아름다운 다뉴브강을 따라 화려한 야경을 배경으로 펼쳐진 제17회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막식 이야기다. 대본과 연출이 탄탄한 한 편의 블록버스터급 뮤지컬. 그 해 'Best Live Entertainment' 상을 받았다. "그냥 봐도 아름다운 건축물에 미디어아트를 입혔으니…". "광주는 이제 어떡하냐". 현장에 있던 광주 조직위 직원들 대부분의 고민. 긴 여정의 출발점. '광주는 무엇을 보여줘야 되나' '브랜드 마케팅에 최적화 된 장소는 어디일까'. 민주·인권·평화 도시 소개와 교통·숙박·대회 준비 상황 등 2년 뒤 열릴 광주대회 홍보(프로그램 운영)·개막식 참관 등을 위해 부다페스트를 찾은 터였다. 홍보관은 두나아레나 마켓 스트리트(Market Street)에 설치됐다.

부다페스트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 패러다임을 바꿔놨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단순히 수영만 하는 대회가 아니었다. 파리(프랑스), 프라하(체코)와 함께 야경(夜景)이 아름다운 세계 3대 도시. 19세기 다뉴브강을 사이에 두고 나눠진 부다(Buda)와 페스트(Pest) 지구가 합쳐져 만들어진 '동유럽의 장미'. 개막식은 이 같은 부다페스트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영상 미디어가 가미된 개막 공연을 통해서다. 다뉴브강 한 켠에 정박한 바지선에 무대를 세웠다. 마자르족의 역사와 문화는 스토리를 통해 되살아났다. 도시의 아름다움은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각인됐다. 인기 드라마 속 PPL(관광상품)처럼. "도시 마케팅은 이렇게 하는 거구나."

하루 전까지도 '감춰진 발톱'을 몰랐다. 되레 "대회를 잘 치러낼 수 있을까" 걱정했다. 헝가리를 유럽의 변방이자, 한국보다 1인당 GDP가 낮은 국가 정도로만 봤다. 선입견이 있었다. 17회 대회 개최도시는 당초 멕시코 과달라하라. 개최권을 반납했다. 유가하락에 따른 국가 재정 악영향 탓이었다. 2021년 대회 유치 계획을 잡고 있던 부다페스트가 나선 건 2015년. 준비기간이 턱없이 짧았다. 불과 3개월 전까지 하이다이빙 경기 장소조차 확정짓지 못했다. 그러나 모든 게 기우였다. 그들은 칼을 벼리고 있었다.

7월 13일 오후 2시30분쯤 찾은 주경기장 두나 아레나(Duna Arena). 대회가 코 앞인데도 실내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완공 2개월이 채 되지 않아서다. 기록적 단축이었다. 3시에 만나기로 약속했던 조직위 관계자는 1시간이 넘도록 연락두절. 현장 취재를 온 광주지역 기자들과 일명 '뻗치기' 했다. '사회주의 체제가 오래 지속되어서 인가. 시간 개념이…'. 당초 약속했던 인터뷰를 할 수 있을지 조차 의심스러웠다. 우여곡절 끝, 인터뷰는 13일·14일 오후 5시에 각각 이뤄졌다. 인터뷰이는 모두 3명. 스잔토 에바(Szanto Eva) 사무총장과 카르파티 가보르(Karpati Gabor) 마케팅 디렉터 등이다.

광주 조직위 통역담당인 이은영 주임과 함께 동석했다. 인터뷰 컨펌과 통역 지원 등을 위해서였다. 예상은 빗나갔다. 인상적인 대목은 크게 2가지. 콘텐츠와 네트워크. 그들은 도시 브랜드·마케팅, 도시 관광 이야기에 주력했다. 5∼10분 마다 한번씩 전화통화와 DM·E-mail 메시지 확인을 했다. 표정은 시시각각 변했다. 미안했다. 인터뷰 내내 불편할 정도로.



▶ 기자 "오늘 열리는 개막식에 대해 소개해 달라"

▶ 에바 "도심 한복판을 관통하는 다뉴브 강변에서 열린다. 부다페스트의 특별함을 선사하게 될 것이다"

▶ 기자 : "대회의 특징을 말해달라"

▶ 에바·가보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영웅광장 등 TV 생중계를 통해 전 세계인들이 부다페스트의 상징적인 경기장·아름다운 이미지 등을 만나게 될 것이다. 대회 파급효과의 초점을 당장의 경제효과보다 10년 후 도시 브랜드 가치 제고에 맞췄다. 향후 부다페스트를 찾는 관광객 숫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다페스트는 스포츠관광의 큰 그림을 그렸다. 성과도 냈다. 수영대회 개최 이후 유럽 관광 중심지로 거듭났다. 대회기간 관중은 총 48만 명. 미디어·방송 관계자 1천120여 명, 선수·임원 등 5천500여 명이 참여했다. 마스터즈대회에는 1만2천여 명이 등록했다. 최근엔 밀려드는 관광객으로 특수를 누리고 있다. '두나 아레나'. 경기장 이름 하나에도 전략이 묻어났다. 다뉴브강은 이름이 많다. 독일 남서부에서 발원해 9개국을 거쳐 흑해로 흘러든다. 각 나라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작곡한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처럼 독일어로는 도나우(Donau), 체코어로는 두나이(Dunaj), 헝가리어가 바로 두나(Duna). 유럽을 포함해 전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름으로 브랜드화 했다. 프라이드가 느껴진다.

바르셀로나(스페인)의 업그레이드 버전. 1992년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가 탄생한 당시 마라톤 코스는 역대 올림픽 중 가장 난코스였다. 이유가 있었다. 바르셀로나 조직위는 당시 선수들의 불평을 무릅쓰고 가우디 양식의 건축물과 피카소 청색시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피카소 미술관 등으로 마라톤 코스를 잡았다. '가우디 도시'의 아름다움은 전 세계에 전파를 탔다.

14일 밤 10시50분쯤, 한 여름밤의 꿈 같았던 공연은 불꽃놀이와 함께 사라졌다. 하지만 놀라움은 개막식 이후에도 계속됐다. "경기장 자체가 관광지란 점이 가장 큰 자랑거리 중 하나"라던 에바 사무총장. 그의 말처럼 부다페스트는 계획이 다 있었다.

(※ 2017년 7월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을 메인 무대로 한 수영대회 개막식을 소개한 기사입니다. 지난해 5월,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단체 관광객을 태운 유람선 침몰사고로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국제수영연맹(Fédération Internationale de Natation, FINA)

1908년 런던 올림픽대회 때 창립됐다. 스위스 로잔에 본부가 있으며, 회원국은 209개 국. 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FINA가 주관한다.

갈등과 협력은 필연적이다. 예산 보단 대회의 '격'을 우선시 하는 창(FINA)과 저비용 고효율을 지향하는 방패(조직위)의 논리가 맞선다. FINA는 대회에 최적화 된 조직. 코넬 마르쿨레스쿠(Cornel Marculescu) 사무총장은 1회 때부터 참여했다. 그 간 대회를 치러본 각 분야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FINA와 네트워크가 중요한 이유다. 공식적인 협상 테이블 대신 만찬 등 비공식적인 자리가 더 효율적일 때도 있다. FINA는 개최지 선정 때 부터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해 둔다. 개최도시협약서(Host City Agreement)와 실행과 절차(P&P, Practices & Procedures) 등을 통해서다. 동병상련.

▶ 기자 "광주가 2019년 수영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필요한 점이 뭔가"

▶ 에바·가보르 "FINA와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들의 푸시(Push)를 버텨낼 강한 조직위가 돼야 한다."

부다페스트는 경험했다. '모든 길은 FINA로 통한다'는 것을.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글·사진=유지호기자 hwaon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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