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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섭 감독, 광주FC 떠난다

입력 2020.12.01. 17:02 수정 2020.12.01. 18:10
구단, 개인 사정 존중해 배려
깊은 공감 아름다운 이별 선택
후임 감독 선임 절차 착수
박진섭 감독. 광주FC 제공

광주FC가 박진섭 감독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선택했다.

광주는 1일 열린 긴급 이사회에서 박진섭 감독 거취 관련해 논의 한 결과 상호합의 하에 계약을 해지할 것으로 의결했다.

박진섭 감독은 3년 동안 광주와 동행하며 많은 영광의 순간을 남겼다. 지난 2018년부터 광주 지휘봉을 잡은 박진섭 감독은 2부리그로 강등된 팀을 빠르게 안정시키며 강하게 성장시켰다. 신인 감독임에도 그의 용병술과 전술은 깊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팀 컬러를 자신의 색으로 입혀가더니 약팀에게는 물론 강팀에게도 쉽게 지지 않는 광주로 만들었다.

두각은 데뷔 첫 해부터 드러났다. 비록 2부리그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등 승격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듬해에는 펠리페(19년 리그 최다득점)를 필두로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며 상대팀을 제압했고, K리그2 조기우승(21승 10무 5패)을 달성했다. 1부리그에 들어선 그와 광주는 위축되지 않고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시즌 초에는 다소 부진했으나 뒷심을 발휘하며 6위로 시즌을 마쳤다. 지난 성적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이로써 광주는 창단 처음으로 파이널A에 진출하게 됐고, 팬들은 그를 명장으로 추대했다.

하지만 올 시즌을 끝으로 박진섭 감독은 광주를 떠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러브콜이 온 FC서울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의지였다. 광주에게 위약금 4억원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입장을 유지한 채, 합의 해지를 요청했다.

광주구단 입장에서는 나쁜 선례가 남을 수 있었기에 선뜻 응하지 못했다. 여기에 재정이 풍족하지 못한 처지에 있는 광주가 위약금을 포기하게 되면 또 다른 비난을 살 수 있었기에 더욱 조심스러웠다.

그럼에도 광주는 박진섭 감독의 뜻을 존중해주기로 했다. 팀을 옮기는데는 단순히 자신만의 욕심때문만이 아니라 병중에 있는 자녀와 멀어질 수 없는 사정을 이해해 주기로 한 것이다.

박진섭 감독은 "개인적인 사정이 있고, 어려운 부탁을 드렸는데 구단에서 큰 결심을 해주셨다"며 "구단과 팬들의 사랑에 깊은 감사드리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광주 품에서 다시한번 도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광주는 박진섭감독의 거취가 결정됨에 따라 빠르게 후임감독을 선임하고 선수단 구성과 동계훈련 준비에 매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광주 관계자는 "구단은 박진섭 감독과의 계약해지에 따라 곧바로 후임 감독 선임에 절차에 들어간다"이라며 "구단에 자신의 철학을 입힐 수 있는 감독을 영입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한경국기자 hkk42@srb.co.kr

다음은 박진섭 감독의 입장문 전문.

안녕하세요. 광주FC 박진섭 감독입니다.

팬 여러분에게 일일이 인사를 드리는 것이 도리겠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글로 먼저 말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광주에서 감독을 시작한 이후 벌써 세 번이나 해가 바뀌었습니다. 참으로 희노애락이 충만했던 3년이었습니다.

K2에서 시작해 플레이오프와 승격 좌절, 다음해 K2리그 우승, 올해 파이널A 6위 등등 이 모든 결과가 선수, 구단, 팬 모두의 노력이었지만 그래도 가장 큰 힘이 되었던 건 팬 한분 한분의 응원과 함성이었습니다.

올해는 안타깝게 코로나19로 가까이에서 함께 울고 웃지 못했지만 항상 광주FC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응원해주시는 마음은 우리 선수들에게 오롯이 전달되어 선수들이 한발 더 뛸 수 있는 가장 큰 힘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선수들을 대표해 감독으로써 다시 한번 큰 감사를 드립니다.

제 거취에 대해서 이미 많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게 어렵지만, 지금은 제가 가족과 함께해야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가족 곁에서 도전 할 수 있는 기회를 쉽게 져버릴 수 없어 구단에 어려운 부탁을 드리게 됐습니다.

광주시, 구단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적극적으로 지원할테니 함께 가자고 제안했을 때는 너무 큰 감동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사랑을 뒤로 하고 아쉽지만 이젠 광주를 떠나야 합니다.

몸은 떠나지만 제가 감독으로서 인정받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들어주신 빛고을 여러분들과 마음은 영원히 함께 할 것입니다. 기회를 주신다면 광주의 품으로 다시 돌아와 여러분들과 새로운 빛을 만들어 나갈 시간을 늘 꿈꾸겠습니다.

다시 한번 광주FC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팬 여러분들께 머리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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