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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 새로운 일상

@윤승한 입력 2020.04.02. 18:26 수정 2020.04.02. 18:34

째깍째깍 돌아가는 시침과 분침. 양떼. 뒤이어 지하철역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이들의 발걸음은 바쁘기만 하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스'의 첫 장면은 이렇게 시작된다.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인간의 삶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기존 농업과 수공업 사회에서는 전혀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일상'의 시작이었다.

기계화된 문명의 어두운 이면을 해학적으로 그려낸 이 영화의 압권은 컨베이어벨트 작업 장면이다. 거대한 톱니바퀴들 사이에 끼여 끊임없이 나사를 조이고 있는 한 노동자는 채플린이 보여주고자 했던 그 시대의 대표적 인간상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2018년 개봉작 '레디 플레이어 원'은 또다른 '새로운 일상'을 보여준다. 미래사회. 2045년. 현실은 암울하지만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세상. 4차 산업혁명이 불러온 가상현실이 바로 그것이다.

영화 속 가상현실 세계는 '오아시스(OASIS)'로 이름붙여졌다. 오아시스는 '사막 가운데에 샘이 솟아올라 식물이 자라고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을 뜻한다. 스필버그의 기막힌 상징이다. 사람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이 오아시스 속에서 보낸다.

새로운 일상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중요한 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최근 질병관리본부가 '새로운 일상'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때문이다. 탄력적 근무체계, 생활 방역 등이 골자다. 기존의 문화와 사회적 인식을 확 바꿔야 한다는 절박함이 배어 있다.

'아파도 출근'이 아닌 '아프면 쉬어라'고 한다. 어디 가능한 일인가. 그래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한다. 적절한 사회적 거리 두기도 강조한다. 당장 병문안이나 경·조사 문화부터 바꿔야 할 판이다. 개인 위생 수칙도 생활화하라고 한다. 예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신종 감염병이 새로운 일상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사상 초유의 4월 개학에 이어 또다시 유치원·초·중·고 등교 개학이 전격 연기됐다. 확진자 속출로 사회적 불안과 혼란도 여전하다.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 기약 조차 없다. 그렇다고 좌절할 순 없는 노릇이다. 버텨내야 이길 수 있다. 코로나19가 초래한 '새로운 일상'이 이미 새롭지 않은 일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윤승한 논설위원 shyoon@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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