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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 국가면제론

@이윤주 입력 2021.01.12. 18:36 수정 2021.01.12. 18:43

'국가면제'(國家免除, State Immunity)는 국제법상 국가에 인정되는 법적인 면책으로, 국가가 행한 주권행위는 다른 나라에서 재판받을 책임에서 면제된다는 관습법이다. 오랜 기간 국제사회에서 통용돼 온 이 관습법이 얼마전 우리나라에서 깨졌다. 고 배춘희 할머니 등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우리나라에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하면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는 "일본군 위안소 운영은 일본 제국에 의해 계획적이고 광범위하게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행위로, 국가의 주권적 행위라고 해도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인권이 국가의 주권에 앞선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국가면제라는 방패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해 온 일본 정부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이번 판결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얻어낸 첫 승소 판결이다. 전쟁이 끝난지 76년, 공개 증언이 나온지 꼬박 30년만의 일이다.

돌고 돌아 지난한 싸움을 벌여온 그들에게 손을 내민 것은 한국 정부였다.

그동안 피해자들은 일본에서 일본 정부를 상대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해왔다. 1990년대 이후 피해자들이 일본에서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4건은 모두 3심까지 진행됐지만 모두 패소했다. 구체적인 사실 관계에 대한 판단 보다는 제척기간(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 소멸이나 '개인이 전쟁범죄에 대해 민사청구를 할 수 없다', '불법행위에 대해 국가는 책임이 없다'(국가무책임법리) 등이 그 이유였다.

빈손으로 돌아온 피해자들은 일본이 내세운 한일청구권협정(1965)을 근거로 어렵사리 한국 정부의 책임을 명시하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얻어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일본 정부와 함께 발표한 '위안부 문제 타결' 선언이었다.

이번 판결은 새로운 선례를 만들어냈지만 일본은 다시 국제사회로 문제를 끌어내려 하고 있다. '국가면제론'을 고수하며 일본 같은 전범국가에 면죄부를 주는 국제사법재판소의 역할에 대한 나름의 계산 때문이다.

전쟁은 국경을 넘어 벌어진 일이건만 그 후유증은 국경의 울타리를 벗어날 수 없다니 지독한 아이러니다. 역사의 족쇄를 우리 스스로 끊어내야 하는 이유다.

이윤주 지역사회부 부장대우 lyj2001@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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