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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6천원 벌었는데 사납금은 다 내랍니다”

입력 2020.02.25. 17:57
코로나19 사태 벼랑 끝 선 택시기사들
한번 들어가면 2시간…‘감옥’ 된 승강장
남는 것 없는데 사납금 19만원 그대로
“매일 적자…다음달부터 그만두려해”
택시노조 "올해부터 사납금제 불법"
25일 오후 광주 송정역 앞 택시 승강장에서 만난 택시기사 노모씨의 미터기에 이날 수입 6천400원이 적혀 있다.

“코로나 확진자 나오면서부터는 손님 받기가 하늘에 별따깁니다. 2~3시간은 꼬박 기다려야 한 명 태울까 말까…. ‘미쳐버리겠다’는 말이 입에 붙을 지경입니다. 사정은 이런데도 회사에 내야 할 사납금은 그대로니, 죽으라는 말 밖에 더 되나 싶어 조만간 일을 접을까 합니다.”

25일 오후 광주송정역 앞 택시 승강장에서 만난 택시기사 노모(69)씨는 취재진에게 기다렸다는 듯이 하소연을 쏟아냈다.

시내 곳곳 손님이 있을만한 찾아 곳을 돌아다니다 허탕을 치고 송정역 택시 승강장으로 온 게 2시간 전이라고 했다. 운전대를 잡은 지 3시간이 넘었다는 그의 차량 미터기에 찍힌 이날 수익은 6천400원이 전부였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의 외부 활동이 뚝 끊긴 이날, 택시 승강장은 택시기사들에게 감옥이나 다름 없었다.

여기 모인 택시기사들의 고민은 사납금이었다.

노씨는 이번달 말까지만 일해보고 그만둘 생각이라고 했다. 손님 태우기가 하늘의 별따기라 하루 5만원 벌기도 어려운데 회사에서는 사납금 19만2천원을 그대로 요구한다고 했다. 이미 1주일 넘게 사비를 털어 사납금을 내고 있는 형편이다.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어 이달 말까지만 일하겠다고 방금 회사에 연락한 참이라고 노씨는 말했다.

사납금에 유류세까지 택시기사들이 제 살을 깎아 먹고 있지만 회사들은 여전히 사납금을 내리거나 근무일수를 줄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날 노씨도 결국 손님을 태우지 못하고 승강장을 빠져나갔다.

이 모습을 보던 또다른 택시기사들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택시기사 최모(65)씨는 “새벽 5시에 집을 나서 1시간여 만에 겨우 첫 손님을 태웠다”며 “오늘도 10시간 정도 일했는데 5만원밖에 못 벌어 부족한 사납금 14만원은 내가 메꿔야 할 참이다. 나도 그만둬야 하나 싶다”고 전했다.

마침 KTX열차가 도착했지만 택시를 타는 손님은 2명에 그쳤다.

택시기사들은 아예 차에서 내려 하릴없이 걷거나 줄담배를 태웠다.

다른 곳은 어떨까.

유·스퀘어 앞 택시 승강장에도 기나긴 줄이 서 있긴 마찬가지였다. 송정역보다는 일부 소통하긴 했지만 손님을 태우려면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하는 처지인 것도 같았다.

회사 소속이 아닌 개인 택시 기사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았지만 초조하긴 마찬가지다.

금남로에서 만난 택시기사 정모(66)씨는 36년 무사고 경력에서 지금처럼 손님 잡기 뜸한 건 처음이라고 했다. 이날 정씨가 번 수익은 4만5천원. 평소에는 10만원도 넘을 시간에 반토막이 난 수입에 정씨는 한숨을 쉬었다. 감염을 막으려 마스크를 착용한 것은 필수고 손님이 타고 내릴 때마다 알코올로 소독한다. 손님으로부터 현금을 받으면 현금도 소독한다고 했다. 정씨는 “여건이 좋지 않지만 우리는 반드시 코로나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며 힘줘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택시지부 광주지회 관계자는 “2020년 전액관리제 시행으로 사납금제가 폐지, 각 회사는 새로운 임금 체계를 구축해야 하지만 이를 감독할 지자체의 무관심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이 가운데 코로나19로 생계난을 겪는 택시기사들이 도저히 버티지 못하고 현장을 떠나려는 상황이다.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기사들의 피해는 장기화될 것이다”고 밝혔다.

서충섭기자 zorba85@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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