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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고 분통터져" 전두환 보며 '분루' 삼킨 광주 시민들

입력 2020.11.30. 18:04 수정 2020.12.02. 18:42
7개월만에 다시 광주 찾은 전씨 뻔뻔한 태도에
곳곳에서 ‘오열’…도로에 주저앉아버린 어머니들
“법정 구속되기만을 기대했는데…실망 크다”
30일 전두환의 사자명예훼손 재판 판결이 끝난 후 광주지법을 빠져나가던 전두환의 에쿠스 차량이 분노한 광주 시민들에 막혀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 전씨는 다른 차량을 타고 광주를 빠져 나갔다.


"죄지은 사람은 편하게 왔다가 곱게 돌아가고 왜 피해자인 우리가 이렇게 고통받고 도로에 널부러져야 하는 겁니까."

7개월만에 다시 전두환을 마주한 광주 시민들은 끝내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 그가 광주에 도착해 재판을 받고 떠나는 순간까지 또다시 고통스러운 감정에 휩싸인 시민들은 떠나는 전씨를 지켜보며 분루를 삼켜야 했다.

전두환이 사자명예훼손 재판 선고를 위해 광주를 찾은 30일. 이날 하루동안 광주지방법원 곳곳에서는 전두환을 향한 광주 시민들의 분노와 오열이 끊이지 않았다.

당초 5월 단체의 입장 발표가 오후 1시로 예정돼 있었으나 오전부터 법원 앞에 모인 5월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전두환의 엄벌을 외치며 곳곳에서 분통을 터트렸다.

5·18 당시 숨진 아들 권호영씨의 유골을 DNA 감식을 통해 22년만에 품에 안은 이근례(81)씨는 "오늘 전두환을 만나 사죄를 받지 못하면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죽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며 "어떻게 사람을 이지경으로 만들어놓고 눈하나 깜빡 안하고 살 수가 있는가. 오늘 전두환을 보고 꼭 사과를 받고 말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자택을 출발하며 항의하는 이들을 향해 "시끄럽다 이놈아"라고 되받아친 전씨는 광주지법에 도착해서도 한 마디 사죄의 말 없이 재판정으로 향했다.

30일 전두환의 사자명예훼손 재판이 끝난 직후 법원을 유유히 빠져나간 전두환을 지켜봐야만 했던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이 도로 위에 앉아 있다. 

전두환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접한 5월 어머니들은 법원 앞으로 향했으나 폴리스 라인 뒤에 서서 "사죄하라"고 외치는 것이 고작이었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재판이 끝나는 1시간여 동안 시민들은 법원 앞에서 차분히 기다리며 재판 결과를 기다렸다. 오후 3시께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법원 앞은 다시 술렁였다.

시민들은 "이게 재판이냐. 당장 전두환을 구속하라"고 반발했다. 재판이 끝난 후 5월 단체들이 "양형이 아쉬운 재판이었으나 헬기 사격이 인정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으나 시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선고받은 전씨가 끝내 사죄의 말 한 마디 없이 법원을 빠져나가자 시민들은 참았던 분노를 터트렸다.

법원 후문으로 빠져나가는 전씨 차량을 향해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은 "이 나쁜놈아" "내 자식 살려내라"고 외치며 다가가려 했으나 제지당하자 허탈해하며 도로 위에 주저 앉았다.

이명자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법정구속되기를 기대했는데 집행유예 2년이라니 있을 수 없는 판결이 나왔다"며 "대체 우리 어머니들 한을 어떻게 풀라는 것인가. 전두환을 마주보고 사죄의 말 한마디 듣자는 게 이렇게나 어려운 일인가.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고 오열했다.

법원 정문에서도 시민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전두환이 오전 자택을 출발하며 타고 온 에쿠스 차량이 광주지법 정문을 지나자 분노한 시민들은 차량을 가로막고 준비한 계란 한 판을 차량에 던지거나 밀가루를 던졌다. 전씨가 타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도 시민들은 "이 차라도 압류해야 분이 풀리겠다"며 10여분간 차량을 붙잡고 보내주지 않았다. 끝내 경찰이 시민들을 떼어 놓으면서 전두환의 에쿠스 차량은 전두환 대신 광주 시민들의 분노를 한 몸에 받고 법원을 떠났다. 서충섭기자 zorba85@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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