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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수의 '꾸브랑 나브랑'

입력 2017.12.12. 00:00
틈과 떨림의 계절

"스승님, 겨울은 무엇입니까?"

"'겨'는 틈이고, '울'은 떨림이다"

겨울은 추워서도 떨리지만 앞날을 그려보는 때라 설레서 떨린다는 가르침이다. 스승님은 아름다운 마음을 실천하는 분이라서 그의 말씀과 몸짓(행동)은 늘 믿음이 간다. 실천은 믿음이다. 겨울은 틈을 내어 이웃을 살피고, 틈 사이로 우리의 앞날을 보는 계절이라는 스승님의 말씀이 오래 남는다.

겨울은 떨리는 마음으로 차분하게 다가올 한 해를 엮어보는 때다. 겨울은 어떻게 한 해를 맞이하고 어떻게 한 해를 채울지 떠올리며 오래 걸어야 맛이 난다. 다가오는 한 해를 시뮬레이션 해보는 일은 꿈의 설계다. 물론 벅찬 꿈을 실천하려면 꿈틀거리는 애씀이 끊임없이 더해져야 멋지다.

작년 이맘때쯤 갈빛으로 젖어든 들판을 걸으며 두둑해진 흙더미를 봤다. 아마 겨울맞이 두더지의 움직임이겠거니 했다. 농사꾼은 흙을 파며 흙 속에서 살며 흙을 사랑하기에 두더지와 닮아서 '농사꾼은 두더지'라는 익은말(속담)이 생겼구나는 생각을 했다. 고슴도치 또한 흙과 나누어 생각할 수 없다.

다른 동물들은 추위가 찾아오면 서로 몸을 부둥켜안고 추위를 이기는데 가시가 돋아있는 고슴도치는 어떻게 할까? 가시가 없는 머리 쪽만 서로 맞대고 지내지 않을까, 그렇게 옹기종기 웅크린 모습이 별 모양이 되어 참 멋지겠구나, 이런 생각들을 했다.

오랜 걸음과 여러 가지 생각에서 돌아와 고슴도치의 겨울나기를 찾아보니 그 생각이 딱 맞아서 흐뭇했는데 그건 잠시였다. 150년 전에 쇼펜하우어는 이미 '고슴도치 딜레마'를 생각했고, 이론으로까지 만들었으니까. 그때쯤이면 흙 속을 잘 살피지도 못하던 시절인데도 말이다.

어려운 일이 닥치면 서로 잘났다고 다툴 것이 아니라 슬기를 모아서 어려움을 이겨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추위 또한 이겨내려면 서로 힘을 보태야 하는데 고슴도치는 가시 때문에 서로 가까이 하지 못한다. 사람 세상에서 많이 겪는 모순된 심리다. 평화를 따르자니 옳음이 무너질 때가 생기는 것처럼. 그래도 추위를 이기려면 상처 받지 않으면서 서로 돕고 북돋아주어야 한다. 사람 세상의 현실이자 원칙이기도 하다. 자율의 삶을 살지만 친밀하게 조화를 이뤄야 하는 것처럼. 쇼펜하우어는 고슴도치의 추위에서 사람 세상의 이치를 콕 꼬집어 끄집어냈다.

딜레마, 우리가 쓰는 말로는 진퇴양난(進退兩難)쯤으로 볼 수 있겠다. 나아가기도 어렵고 물러나기도 힘든, 이쪽을 고르면 저쪽이 아쉬운데 어느 쪽이든 골라야 하는 처지.

보통 사람들은 딜레마에 빠지면 머뭇거리다가 아무 선택도 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가버린다. 중요한 고비인데도 아무 일도 하지 않아서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고,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 한참 뒤에야 후회하고 아쉬워한다. 아니면 투덜거리든지.

아름다운 날을 만들려고 애쓰는 우리에겐 늘 골라야(선택) 할 때가 오고, 해야 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무엇을 고르느냐에 따라 삶은 엄청나게 바뀌고, 할 일을 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삶의 윤택함이 달라진다.

지난겨울이 닥쳐오던 12월을 맞이하면서 2017년에 해야 할 일 3가지, 하고 싶은 일 3가지를 적바림(메모)해 책상 앞에 붙여둔 종이를 1년이 지나 물끄러미 본다. 그리고 그 밑에 적힌 이른바 행동강령도 다시 살핀다, 절반은 흐뭇하고, 절반은 아쉽다. 그리고 다시 2018년 할 일을 한 달 동안 적바림하기로 한다.

겨는 틈이고, 울은 떨림인 '겨울'! 스승님의 말을 되새김하며 그렇게 추위를 맞이하고 있다. 다가오는 1월에는 부지런히 사는 동무들과 만나 서로의 앞날을 나눠봐야겠다. 부족한 내 생각을 더 채우려면.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콘텐츠산업진흥본부장#그림1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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