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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칼럼-김동하의 도시 풍경 이야기

입력 2018.02.20. 00:00
길의 흔적과 시간
계림동 나무전거리를 그리다

길은 선형 공간으로 이루어진다. 서로 떨어진 두 곳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구불구불한 골목길은 당나귀의 길, 직선으로 곧게 뻗은 길은 현대적이고, 자동차의 길이라고 했던 근대건축가인 르 꼬르뷔제의 표현처럼 도시의 길은 시간이 흐르며 정신 없이 넓혀가며 바뀌고 있다. 본디 우리 도시의 길은 필지를 중심으로 자연발생적인 나뭇가지의 형태를 띠었다. 근현대화 되면서 골목길은 이른바 도시계획도로를 만들기 위해 기존 길을 중심으로 곧게 확장하고, 단독주택의 마당이 이상한 형태로 잘려나간 것을 구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집의 배치에서 이전 길의 방향과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며 바뀌어 가는 길의 흔적을 찾아가는 것은 도심 골목여행의 묘미일 것이다. 골목길을 걸으며 담장을 따라 돌아서면, 미처 인지하지 못한 새로운 길과 장면에 마주치며 좁은 공간을 길게 느끼곤 한다. 넓게 뚫린 대로에서는 다음 장면과 거리를 쉽게 예측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거리를 걸으며 도시경관을 1소점투시로 바라보는 것과 달리, 평소보다 좀 더 높은 장소에 찾아 올라선다면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보며 다양한 시점의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나름의 옥상에서 내려다 보며 도심에 얽힌 길이 어떻게 형성되고, 어떠한 흔적이 남아있는지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시간의 흔적을 장소나 길에서 찾는다면 모든 도시에는 각기 특별한 공간이 있다. 그 중에서 '수탈의 역사' 속에서 건설된 철도는 도시가 확장되고 교통수단의 변화에 따라 상당수 도심에서 외곽으로 이전되었다. 사라진 철길을 찾아서 기록한 이들의 답사기를 읽은 적이 있다. 현재 도시의 모습 속에서 문헌과 현장을 면밀하게 돌아다니며 과거에 기차가 다녔던 길을 발견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다. 광주의 도심에도 이전세대들은 '구광주역'이라 부르는 곳에 현재 동부소방서가 자리하고 있다. 광주역이 1969년 새터로 옮기며 그 곳은 철도역사를 리모델링해서 만들었다. 예전 철길은 대인시장을 관통하여 계림오거리에 이르러 두 갈래로 나뉘었다. 하나는 광주, 담양을 오가는 전남선(1923-44), 다른 하나는 경전선(1930-69)이다. 새로 옮겨진 경전선은 2000년까지 존재하다 시민을 위한 푸른길로 탈바꿈한 철길의 흔적이다. 길은 시간의 흐름과 도시민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 끊임없이 바뀌어 왔다.

계림오거리에서 푸른길 방향으로 이어진 길을 '나무전거리'라 부른다. 1900년부터 광주, 화순 일대의 나무꾼들이 무등산에서 잘라온 나무 땔감을 팔고, 담양의 대나무들이 다발로 다른 지방으로 기차에 실려 보내던 철로변이었다. 이설과 함께 그 길은 그대로 찻길로 바뀌며 철길 모양의 커다란 곡선을 띠고 있다. 60년대 가정용 주연료가 나무에서 연탄으로 바뀌며 본래 시장기능을 상실하고, 주택수요가 늘어나면서 목재상과 목공소, 문짝시장이 형성되어 길을 따라 주변에 남아있던 점포들이 점차 늘어났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이제는 다양한 건축자재상으로 변모하며 오늘에 이른다.

나무전거리는 현재 경양로라는 거리이름으로 계림동, 산수동, 동명동에 걸쳐져 있다. #그림1왼쪽#

근래에 바뀐 도로명주소는 서양의 계획도시 체계를 가져왔지만, 아직은 한창 과도기인 듯싶다. 기존의 동명, 지번을 사용한 면적 공간의 인지에서, 도로라는 선형적 공간으로 도시의 인식 방법을 바꾸고 있다. 수십 년간 사용하던 체계에서 아직도 많은 이들이 적응하는데 노력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나무 팔던 길에서 철길로, 다시 찻길로 시간이 연속되는 풍경은 선이기보다는 이어진 면으로 남아있다.

아뜰리에38건축도시연구소장.광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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