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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side 칼럼- 김요수의 꾸브랑 나브랑 - 딱 내 이야기잖아

입력 2018.08.07. 00:00

정기고와 소유가 부르는 '썸'이라는 노랫말에 '요즘 따라 내 것 인 듯, 내 것 아닌, 내 것 같은 너~, 네 것인 듯, 네 것 아닌, 네 것 같은 나~'란 대목이 있다. 요즘 사람들은 표준말과 달리 '내 꺼 인 듯, 내 꺼 아닌, 내 꺼 같은 너~, 니 꺼 인 듯, 니 꺼 아닌, 니 꺼 같은 나~' 이렇게 쓰고 노래해야 얼른 알아먹는다.

이런 만남을 옛날에는 '간을 보는 사이'라고 말했는데 요즘은 '썸 타는 사이'라고 말한다. 내가 좋아하고 그도 좋아하는 것 같지만 알 수가 없어서 말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숨기고 있기도 그런 아리송한 마음.

자기들은 이렇게 갈팡질팡 하지만 사실 한 발 떨어져서 보는 사람은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금방 눈치 챈다. 재채기와 사랑은 숨길 수가 없으니까. 그럴 때는 옆에서 살짝 팔꿈치를 툭 치면 쉽게 풀어지기도 한다. '정기고는 콩물국수랑 팥죽을 좋아한대'. '소유는 옛 골목길 다니는 걸 좋아한대', 사람들은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은 조금만 밀어주어도 금방 더 잘하게 되니까.

어렴풋해서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일을 이야기로 만들면 보통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롭게 받아들이거나 자신만의 이야기로 알아먹는다. 자신의 바람이거나 착각임에도 그 일이 마치 자신에게 딱 들어맞는 일로 여긴다. 맞지 않는 부분이 나오면 무지르거나 풀이가 잘못되었다고 넘어간다.

광고업자나 정치인이 으레 그런 수법을 쓴다. '힘들게 일한 당신, 저녁이 있는 삶을!'. 바로 나에게 한 말로 받아들인다. 회사에서 빈둥빈둥 일한 사람까지도. '당신은 소중하니까, 당당하게 요구하라'. 쉽게 믿고 감동마저 느낀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까지도.

혈액형 분석이나 점괘도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말을 해주는데 그걸 마치 나에게만 들어맞는다고 느낀다. 별자리 운세에서도 끄트머리에 '가끔', '때로', '아니면'이라는 말을 붙여 놓으니 모든 사람에게 딱 들어맞는다.

'낯가림이 심하지만 배려가 깊다, 가끔 자유로움을 추구한다', 누구나 잘 모르는 사람과는 서먹하고, 잘 아는 일에는 배려가 깊다. 인숭무레기만 빼고. '인숭무레기'는 어리석어 사리분별을 못하는 사람을 말한다. 시간이나 돈이 없어서 그렇지 누구나 자유로움을 찾는다.

'대인관계가 원만하여 귀인의 도움을 받는다, 때로 설마가 사람 잡는다', 좋은 사람끼리는 가까이 지내고 도움을 주고받는다. 째마리만 빼고. '째마리'는 가장 못된 찌꺼기를 말한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믿음을 저버릴 때가 있다. 좋은 사람의 기준은 언제나 '나'다.

점괘는 앞날에 대한 불안감을 이겨내도록 마음을 보듬어주는 일이다. 칭찬과 인정으로 위로해주는 일이다. 그래서 별 뜻 없는 자국(흔적)에서도 의미를 찾아 사람들을 북돋아준다. '어제 보여준 사진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를 얻었어, 고마워'

19세기 미국의 바넘은 사람들의 성격을 잘 알아맞혔다. 누구나 갖고 있는 상황과 심리를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해주면 사람들은 '딱 내 이야기잖아' 하면서 그의 말에 깜짝 놀라고 즐거워했다. 이를 '바넘 효과'라 부른다. 바넘은 복화술사, 난쟁이, 거인, 동물들로 서커스단을 꾸려서 흥행에 성공했다. 80살 할머니를 161세라고 속여도, 원숭이 머리와 물고기 꼬리를 붙여 '피지 인어'라 해도 사람들은 믿었다. 요즘 말로 하면 바넘은 엔터테인먼트 천재 기획자였다.

1948년 미국 심리학자 포러는 학생들 성격 검사를 하고, 누구에게나 똑같은 글귀를 적어 주었다.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존경하기를 바라는 욕구가 있고 자신에게 비판적인 경향이 있다' 같은 문구. 그리고 맞느냐고 물었더니 5점 만점에 평균 4.26점이 나왔다. '포러 효과'라 부른다.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놓은 환상을 믿기 때문에 생긴다. 바넘 효과가 곧 포러 효과인데 여기에는 '1:1 면담'이라는 숨은 꾀(묘책)가 눈에 띈다.

광고업자든 정치인이든 규정(정의)을 하고, 거기에 자기 속내를 맞춘다. '이 상품이 행복의 길로 이끕니다', '제가 여러분과 함께 행복의 나라로 만들겠습니다'. 그게 맞아 떨어지면 점쟁이이거나 선구자이고, 그게 어긋나면 사기꾼이거나 밥통이다. 밥통은 밥만 축내고 제 구실을 못하는 사람이다.

아무튼 우리 삶인데 남의 말(점괘)을 듣고 갈팡질팡할 일 아니다. 날마다 제 몫을 해내고, 배려하면 좋은 일은 주렁주렁 열릴 거니까. 제 몫만 잘해도 혹시 정기고와 소유가 우리만을 위한 공연을 해줄지도 모른다.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감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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