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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업이 희망이다

[마을기업이 희망이다 11] 큰 수익없어도 마을 노인 일자리 창출에 효과

입력 2021.02.02. 15:14 수정 2021.02.04. 14:25
장성 아치실마을 영농조합법인
청정 자연서 얻은 절임배추 판매
3천평 배추밭 활용한 수익에 만족
다양한 제품 판매하다 배추에 집중
청년에 노하우 전수 후 인계 고민

절임배추

장성군 황룡면 아곡리. 홍길동이 태어난 곳이라고 해서 일명 '홍길동 마을'로 불리는 아치실 마을은 지금은 10여 가구가 사는 전형적인 남도의 포근한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곳으로 보리밭 사이사이 대숲으로 둘러싸인 돌담길이 일품이다. 홍길동 생가 터는 마을 길을 가로질러 200m 가량 양옆으로 길게 늘어선 대나무 숲을 지나면 만날 수 있는, 아치실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끄트머리에 자리하고 있다.

아치실마을의 홍길동생가

아치실 마을은 홍길동으로 유명하지만, 지금은 노인 인구가 대부분인 데다 마을에 살던 사람들도 떠난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식물이 시들어가듯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것이 안타까웠던 기노붕 아치실마을 영농조합법인(이하 아치실)은 자신의 배추밭을 활용해 절임배추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4년 기 대표가 마을 주민 25명과 함께 시작한 '아치실'은 전남형 예비마을기업을 거쳐 행안부형 마을기업에 선정됐고, 지난해에는 재지정됐다.

아치실은 마을기업으로 두 차례 지정되기는 했지만, 배추 주산지가 아니다 보니 여러 힘든 과정을 견디고 있다.


◆ 레드오션에서 살아남기

매년 7월이면 기 대표의 3천여 평 밭에 배추 씨를 뿌린 후 8월에 파종, 11월에 수확 후 절여 김장철인 12월까지 판매를 마친다.

'아치실' 절임배추의 특징은 청정지역으로 소문난 장성에서 직접 재배해 맑은 물에 여러 번 세척한 후 국내산 소금으로 배추의 한 잎 한 잎 속까지 꼼꼼하게 간이 들도록 하고 있다. 절인 후 세척도 세심하게 진행해 맛있으면서도 염도가 낮은, 건강한 절임 배추를 생산하고 있다.

된장

파종 후 수확하는 배추는 대략 2만여 포기. 8톤 대형 트럭 4대 분량이다. 이렇게 만든 절임 배추는 20㎏ 한 박스에 3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아치실은 절임배추을 판매하면서부터 레드오션임을 깨달았다. 가장 가깝게는 해남의 배추가 대규모로 재배되는 데다 전국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어 틈새 시장을 파고들기 버거워하고 있다.

다행히 기 대표나 주민들의 지인, 가족이나 친지들을 에게 판매, 매년 절인 배추를 다 판매하고는 있지만, 마을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품질 향상에 한계에 부딪쳤다. 밭을 더 늘려 배추를 더 많이 심기에는 일손이 부족하고, 고품질의 절임배추를 지향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감말랭이

◆ 마을 어르신 일자리 창출에 주목

'아치실'이 절임배추로 마을기업을 시작했지만, 여러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한 상태다. 그러나 '아치실'의 가장 큰 의의는 노인들만 살고 있는 농촌 마을의 활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 대표가 배추를 활용한 마을기업을 출범하기 전 이 마을은 힘든 벼농사만 했었다. 그러다 '아치실'을 시작한 후부터 농번기 마을 주민들의 중요한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처음에는 25명의 주민들이 마을기업 회원으로 등록했다가 지금은 10여 명으로 줄었다. 마을을 떠나거나 고령의 몸으로 힘든 밭일에 지친 까닭이다. 일부 회원들은 돌아가시기도 했고 기대보다 적은 수익에 실망해 탈퇴한 회원들도 있다.

생산량이 한계가 있어 매년 같은 금액으로 판매하다 보니 수입이 정해져 있다. 이 때문에 기 대표는 자신의 수익을 포기하고 회원들에게 배분해주고 있다.

당장의 수익보다는 농촌 마을의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 대표는 "배추 주산지가 아니어서 생산량이 정해져 있고, 판매할 수 있는 물량도 정해져 있다"며 "수확부터 생산, 판매까지 참여한 마을 분들에게 먼저 수익을 나눠주다 보니 최근 2년간 제 몫이 없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마을기업을 이끈다는 이유로 제 수익부터 챙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마을 분들에게 수익을 먼저 분배하는 것이 대표로서 솔선수범하는 자세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블랙커런트

◆ 마을기업 발전을 위한 고민

절임배추로 수익 창출에 한계를 느낀 '아치실'은 재래 된장과 감말랭이, 열대 과일 블랙커런트 판매를 시도했다. 마을에서 키운 콩을 불려 주민들이 직접 담근 된장을 판매하고, 장성의 대표 과일인 대봉 감으로 만든 감말랭이가 인기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예상만큼 많이 팔리지 않았다.

된장이나 감말랭이를 생산하는데 꽤 많은 인력이 필요해 대량 생산을 하지 못한 것도 한 이유다. 결국 몇 차례 시도했던 파생 상품 판매를 포기했다. 농산물 꾸러미 판매와 체험학습도 준비했지만 여러 사항을 고민하다 중단했다.

'아치실'은 마을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아치실'이 더 발전된 마을기업이 되기 위한 조건 중에 가장 부족한 사항도 '일할 수 있는' 젊은 사람이 적은 것이다.

기 대표는 '아치실'을 창의적이고 발전적으로 키울 수 있는 청·장년을 고용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마을 주민들과 '아치실'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데도 한계를 느낀 것도 크게 작용했다.

그는 "'아치실'이 더 커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아 고민이 깊다"며 "더 발전적인 방법을 찾아 마을기업을 인계한 후 물러설 계획이다"고 밝혔다. 선정태기자 wordflow@srb.co.kr


"더 건강하고 맛있는 절임배추 생산에 집중"

기노붕 장성 아치실마을 영농조합법인 대표

노기붕 장성 아치실마을 영농조합법인 대표

"배추 절임에만 집중, 판로 개척에 더 힘쓰겠습니다."

기노붕 장성 아치실 마을 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절임배추 판매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지만, 어려움이 많아 마을 사람들이 힘들어 한다"며 "행안부형 마을기업 재지정에 맞춰 더 많은 사람들의 입맛에 맞고 건강한 절임배추를 만들어 판매하는 데만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치실마을 영농조합법인은 지난달 김장철 전후까지 절임배추 판매가 끝난 후 잠시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치실 마을영농조합법인은 절임배추 판매가 끝난 후 한가한 시간을 활용해 재래된장과 감말랭이, 블랙커런트 등 특산품을 판매했지만, 지난해 부터 판매 아이템을 줄였다.

다양한 제품 판매가 늘지 않는 등 사업 아이템 확장 시도가 여의치 않았다.

된장의 경우 워낙 다양한 곳에서 판매하면서 상품 변별력이 낮아 판매가 부진했고, 장성의 특산품이 대봉감을 활용한 감말랭이는 찾는 이가 적었다.

블랙커런트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외국 과일인데다, 이 과일을 재배하기에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까닭이다.

이에 기 대표는 곁가지 사업을 줄이는 결단을 내렸다.

그러면서 마을기업을 이끌어가면서 발생했던 마을 사람들과의 마찰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마을기업의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마을 사람들과 다투기도 했다"며 "또 적은 인구를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벅찼다"고 설명했다.

기 대표는 "최근 절임배추 판매량도 줄어 수익이 줄어 제 수익을 남기지 않는 대신 마을 분들에게 분배해야 했다"며 "1년 고생해서 농사지어 저는 빈손이지만 마을 분들에게 수익을 나눠줄 수 있어 마음은 편하다"고 밝혔다.

그는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나눠주니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도 든다"며 "앞으로도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마을기업을 운영하다 나중에는 마을 분들에게 아치실을 인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선정태기자 wordflow@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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