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노련한 스승과 노쇠한 교사
입력시간 : 2017. 08.09. 00:00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병원에 가면 'OO전문의 OO분야 수술 500회 실시' 등의 홍보물이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의사들은 수술을 통해 수술 경험을 쌓고, 수술과정에서의 실수를 통해 배우고, 다양한 상황 대처하는 능력도 기른다. 의사는 수술을 잘못하면 눈앞에서 심지어 환자가 사망하기도 하기 때문에 큰 수술을 할 때 고도로 집중하고 몰입하게 된다. 만일 대충해 의료사고가 발생하거나 수술 효과가 떨어지면 그 의사에게는 수술 기회가 줄어들게 될 것이다. 따라서 많은 수술 기회를 가진 의사가 수술을 잘 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어느 정도 타당하다.

이때 유념해야 할 것은 의사로서의 경력이 오래되었다는 것과 수술 경험이 많다는 것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의사 경력이 오래되면 수술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아지겠지만 꼭 그러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수술 경험이 부족한 채 경력만 쌓여 가면 자칫 환자들이 기피하는 '노쇠한(고경력 저경험) 의사'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의사를 선택하듯이 교사를 선택할 수 있다면 학부모와 학생도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 특성에 맞는 지도를 해주는 노련한 선생님을 찾을 것이다. 나이든 선생님이라고 해서 학생과 학부모가 무작정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경력은 오래되었는데 학급경영, 수업, 학부모관계 등에서 실력과 노련미가 뛰어나지 못할 때 입소문으로 듣고 그를 기피하는 것이다. 초등 저학년 담임선생님 중에는 수업을 포함한 제반 분야에서 노련미를 발휘하여 오히려 젊은 교사들보다 부모와 학생들이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

얼마 전 EBS 다큐 프라임 팀과 함께 미국에서 '최고의 교수'라는 5부작 다큐 제작에 참여했다. 그때 만난 교수들도 대부분 고경력자들이었다. 노벨 화학상을 받은 하버드대의 허쉬바흐 교수나 피츠버그의 골드쉬틴 교수는 심지어 칠순을 넘긴 고령의 교수였다. 초·중교에서 그리고 대학에서 학생들이 기피하는 교사(수)는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노련한 스승이 아니라 노쇠한 교사이다.

그럼 교직에서 어떻게 해야 경험을 축적해갈 수 있을까, 그리고 경험이 많은 노련한 교사의 모습은 무엇일까?

우리가 별로 집중하지 않은 채로 어떤 일을 반복한다면 그 분야 전문성이나 기술을 축적하기 어렵다. 즉, 의도적인 학습과 반복 훈련을 해야 경험이 축적되어 그 결과로 역량이 길러진다. 교사의 가르침 경험은 상황에 적합한 교수법을 찾고 익히고, 의도적으로 새로운 교수법을 적용한 후 성과를 분석하며, 실수를 줄여가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할 때, 그리고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맞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때 축적된다.

깨어 있는 자세로 임하지 않고 학교생활을 그냥 반복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경력은 쌓여가지만 경험은 축적되지 않는다. 가르침의 경험이 축적되면 어떤 특정 교수법에 의해 수업을 진행하다가도 학생들의 열의나 몰입도가 바뀔 경우 이를 바로 감지하여 교수 전략을 조정하며 지속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노련한 교사가 된다. 수업 진행 중에 교사나 내린 판단과 대응이 잘못되어 혼란이나 갈등이 생긴다면 더 많은 경험이 축적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물론 교사만 그러한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는 근무지에서 혹은 더불어 살아가는 생활공간에 세월이 흐르면 어찌 살아 왔느냐에 따라 노쇠한 사람이 되기도 하고 노련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골동품은 세월이 흐를수록 가치가 올라간다. 골동품은 되지 못하더라도 버려지는 쓰레기나 깊은 곳에 묻어야 하는 산업폐기물이 아니라 최소한 재활용품은 될 수 있도록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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