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아빠와 밤샘 책놀이
심명자 대한독서문화예술협회·그림책연구회 대표
입력시간 : 2017. 08.09. 00:00


최근 영암공공도서관(관장 김경혜)에서 기획한 '아빠와 밤샘 책놀이'를 영암초등학교(교장 한길승)에서 진행했다. 작년에 처음으로 추진했을 때 참여했던 아빠들에게 좋은 경험이 되어 올해도 진행하게 된 것이다. 이 독서캠프는 아이랑 아빠만 함께 노는 행사여서 더 뜻이 깊다. 또한 영암공공도서관 기획자는 도서관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어머니 독서회를 도우미로 참여하는 기회를 주어 '배우고 나누고'를 실천하게 했다.

26가족이 참여하는 아빠들의 참여의지는 참으로 단순했다. 아이와 노는 것을 배우고 싶고, 아이와 시간을 갖고 싶으며, 늦둥이 아이와 소통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날 아빠들은 평소 익숙하지 않는 언어를 사용해보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사랑해', '자랑스럽다', '행복하다'라는 말과 함께 부끄럽고 어색한 것을 참아내며 아이를 안아주고 다독여주었다. 이렇듯 마음을 먹으면 표현할 수 있는 언어들을 가정 내에서 잘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 읽어주세, 아빠!'(니콜라 스미 지음) 그림책은 아이들이 얼마나 아빠와 놀고 싶고,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어 하는지 잘 보여준다. 책 속 아이는 계속 책 읽어달라고 아빠를 조른다. 책을 읽어달라는 것은 핑계이고 아빠랑 여러 가지 상상놀이를 하고 싶은 것이다. 아빠가 한두 권 읽어주다가 지쳐서 포기하니 아이는 결국 스스로 책 속의 판타지 공간으로 들어가는 상상놀이를 한다.

#'나 때문에'(박현주 지음)에서 아이들은 부모와 밀착되기를 원한다. 예쁜 꽃이 핀 것을 본 아이들이 엄마아빠에게도 보여주려고 달려간다. 그러나 집안 일이 산더미처럼 쌓인 엄마와 휴일에 단잠을 즐기는 아빠는 아이들의 행동이 귀찮기만 하다. 결국 부부싸움을 하게 되자 아이들이 깊은 죄의식에 빠진다.

어른들은 대부분 자신의 눈높이로 아이들의 행동을 판단한다. 행동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이의 행동이 어른의 시선에 합당하지 않을 때 원인은 무시한 채 야단을 치거나 체벌을 한다. 발달과정 상 거짓말을 하고, 남의 물건을 훔치는 시기도 있다. 이런 행동을 할 때 대부분의 부모는 성장과정을 이해하기에 앞서 혹독한 꾸지람과 채벌을 선택한다. 자신들이 어렸을 때도 부모님께 거짓말을 했던 경험은 떠올리지도 않고 아이를 거짓말쟁이나 사기꾼 취급을 하는 경우도 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은 날 때부터 이미지와 아이콘에 익숙한 채 성장함으로 맥락을 이해하는 힘이 약하다. 따라서 합리적인 의사소통이 어렵다.

이런 복잡한 생태체계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가족은 자신과 대상에 대한 완충작용 역할을 해주기도 하지만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원인이 되곤 한다. 집안일에 열중인 엄마와 단잠을 깨운 아빠가 서로를 탓하며 싸울 때 아이들은 자신들 때문에 부모님이 싸우는 것을 보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이 반복 되면서 아이들과 부모는 벽이 생기고 자신들의 무리에서 부모를 분리시킨다. 자신들을 양육해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부모지만,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사람으로 간주해버린다. 그러면 그럴수록 부모님들은 아이들을 윽박지르고 억압해서 부모의 말에 복종하도록 강요한다.

어린 시절의 부모님의 지지와 협력은 평생을 살아가는 중요한 자산이 된다. 반면, 질타와 꾸지람은 자신을 응축시키고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하게 하며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기 어렵게 한다. '안 돼', '이렇게 해' 등의 지시어와 명령어 속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기획하고 이끌어간다는 것은 요원하기만 하다.

이런 면에서 영암 공공도서관이 아빠와 아이들의 노는 시간을 마련한 것은 가족관계 회복에 기여하는 몫이 크다. 아빠들이 업무에 쫓긴다는 이유로 자녀들에게 따스한 말 한 마디 건네는 것조차 어색한 것이 일상이 돼버린 것이 현실이다. 소통의 단절이 자녀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탐색할 필요도 느끼지 못한 아빠들도 많다. 이런 환경 속에서 아빠와 책을 읽고 몸으로 놀며 한 밤을 텐트에서 자게 되면 아이들의 기억 속에 좋은 경험으로 저장될 것이다.

인간의 삶에서 미래에 관해 좋은 일은 어느 날 한꺼번에 온다고 했다. 아이들의 좋은 경험과 좋은 기억이 많을수록 좋은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공공기관에서 아빠와 아이의 시간을 자주 마련해주고, 대화법과 노는 기술을 익혀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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