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화순역(驛) 삿갓솔은 알고 있다
박석민 코레일광주본부 영업처장
입력시간 : 2017. 08.10. 00:00


"진도에서는 거리의 개도 그림을 물고 다니고, 화순에서는 지폐를 물고 다닌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진도는 남화의 대가 소치 허련 집안이 5대째 화맥을 잇고 있는 등 많은 예술가를 배출하였고, 화순은 교과서에 대표적인 탄광지대로 나왔듯이 노다지가 터지면서 호황을 누렸다.

화순역은 1928년 3월1일에 광려선(광주~여수)이 개통되어 영업을 개시하였다. 1934년에 광산이 개발되면서 8년 후 광업소까지 11.1km의 철도(복암선)가 부설되어 본격적으로 석탄을 발송하였다. 다시 1955년에 거대한 새 탄맥이 발견되어 전국을 흥분시켰는데 당시 동아일보는 "지금 탄맥을 훨씬 능가하는 보유량과 품질을 가진 새로운 탄맥을 수개 발견하였는데 탄맥마다 200여 만 톤이라는 놀랄만한 것이다"라고 보도하였다. 이로 인해 화순은 엄청난 호황을 누리면서 광산종사자가 5,000여명에 달하여 월급날에는 읍내가 들썩였다고 한다.

필자는 농촌 태생이라 광산촌은 전혀 생소한 곳인데 우연히도 1983년도에 강원도 태백선 연당역으로 첫 발령을 받았다.

이곳은 면소재지 역으로 일간 50명이 이용하고 500톤의 석탄을 발송하는 곳이다. 하루 업무는 10량의 화차에 석탄을 적재시켜 서울로 보내는데 6량의 화차는 페이로다로 쉽게 싣는데 유독 민간 광산업자에 배정된 화차 4량은 20여명의 작업원이 시커먼 석탄을 뒤집어 쓴 채 삽으로 실었다. 껌벅이는 눈을 제외한 온 몸이 검둥이가 되어 안타까운 마음에 사실을 물어본 즉 일부러 작업원의 품삯을 위해 인력으로 한다는 말을 듣고 그분들이 달리 보여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한국전쟁 이후 남북 분단으로 생긴 심각한 에너지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주로 석탄, 중석 등 지하자원을 채굴하고 기차로 수송하여 발전소, 공장을 돌리는데 사용하였으니 철도가 없었다면 매우 어려움을 겪을 뻔 했었다. 정부에서는 영암선, 함백선, 문경선의 3대 산업철도를 긴급히 건설하였고 계속하여 충북선, 태백선, 영동선 등도 개통시켰다.

호황을 누리던 석탄도 석유, 가스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1989년 부터사양 산업으로 분류되어 폐광을 시작하였다. 30년이 지나면서 화순역은 한적한 역이 되고 복암선 기차도 멈추었다. 북적였던 옛 모습은 사라졌지만 오롯이 화순역의 화려했던 역사를 기억하는 커다란 소나무 한 그루가 승강장을 외롭게 지키고 있다. 밑둥치로부터 줄기가 여러 갈래로 넓게 퍼지는 모습이 엎어진 소쿠리 같아서 반송(소쿠리盤,소나무松) 또는 우리말로 삿갓솔이다. 그동안 역을 지켜 준 은혜에 보답하는 의미에서 멋진 이름을 지어 주면 좋겠다.

화순은 세계문화유산 고인돌, 와불 운주사, 화순적벽 등 수려한 문화자원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바라건대 산업 발전의 주요 에너지원이었던 탄광의 힘겨웠던 역사도 간직했으면 한다. 언젠가는 복암에 석탄전시관을 짓고 화순역으로 왕복하는 관광열차를 운행하며 철길 옆으로 배롱나무 꽃길 등을 조성하면 좋을 것이다. 서로 화(和)하고 하늘의 순리(順理)를 따르는 화순은 우리의 기억에서 영원하리라.


이 기사는 무등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honam.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root@ho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