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로 21년 만에 법정 서는 전두환
광주지검, 회고록 통해 고 조비오 신부 비난 혐의 기소
50만페이지 검토 간접증거 인정 헬기사격 등 다툴 듯
입력시간 : 2018. 05.04. 00:00


본인이 쓴 회고록을 통해 또 다시 광주시민들에게 상처를 남긴 전두환씨가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

광주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이정현)는 전씨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전씨는 회고록을 통해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비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997년 내란 및 내란목적살인죄로 법정에 섰던 전씨는 21년여 만에 형사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전씨는 지난해 출간된 '전두환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으므로 조비오 신부가 헬기사격을 목격하였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인 주장이다. 조비오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며 비난했다.

이에 고 조비오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와 5월 단체들은 지난해 4월 전씨가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이를 증언한 조비오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광주지검에 전씨를 고소·고발했다.

검찰은 5·18진상규명의 한축인 '헬기 사격'이 사건의 핵심인 만큼 실제 헬기사격이 있었는지에 대해 초점을 두고 수사에 나섰다.

국가기록원 자료, 그리고 '헬기사격'이 있었음을 밝힌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자료, 관련 수사 및 공판기록 등 검찰이 지난 1년간 검토한 자료만 해도 A4용지 40~50만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방대했다.

아울러 자료의 객관성 확보를 위해 5·18 당시 미국과 일본, 독일, 프랑스 대사관들이 본국에 보고했던 자료도 주재국 법무협력관을 통해 해당 외교부에서 확보, 검토했다. 일본과 독일, 프랑스 보고 자료에서는 헬기사격에 대한 기록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주한미국대사관 비밀전문에서 5월 21일 헬기사격에 대한 기록을 확인했다.

광주시에 요청해 확보한 비밀전문에는 "군중들은 해산하지 않으면 헬기 공격을 받을 거라는 경고를 받았고 실제로 발포되었을 때 엄청난 분노가 일었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그리고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광주시민 47명의 진술도 확보했다.

21일과 27일 헬기사격을 직접 목격했다는 시민들의 진술과 특조위에서 발표한 헬기사격 조사결과가 동일함을 확인했다.

또 지난 1997년 재판 판결문에서 '당시 광주에서의 시위 진압 상황을 보고 받았다'는 내용과 국과수 전일빌딩 감정결과 등을 통해 '전씨가 헬기사격이 있었음을 알고 있었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사자명예훼손의 경우 허위임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가 범죄구성요소라는 점에서 고의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전씨가 헬기사격에 대한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전씨가 소환에 불응에 이어 서면진술을 통해 '자신은 헬기사격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기존입장을 고수해 왔지만 앞서 이뤄진 주거지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자료 등 1만여 페이지에 달하는 재판 증거자료를 통해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내 자료만으로는 명쾌하지 않아 외국 자료를 수집하고 목격자진술과 특조위 결과 등 객관적 증거를 통해 고의를 입증했다"며 "이번 기소가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씨는 유죄가 인정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도철원기자 repo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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