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광주형 일자리' 꼭 성사돼야 한다
입력시간 : 2018. 11.22. 00:00


류성훈 사회부장

광주는 지금 역사를 만들고 있다. 역사를 만든다는 것은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대의를 위해 누군가의 희생이 뒤따라야 하고 숱한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반드시 밟아야 한다. 먼 훗날을 기대하면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다보면 순탄치만은 않은게 현실이다. 가시밭길도 나오고 수풀이 우거져 길을 잃기가 일쑤다. 나와 내 주변의 작은 이익 보다는 광주,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한다는 원대한 생각을 갖지 않는다면, 너무 힘든 길이어서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싶을 것이다.

국내 첫 노사 상생 모델인 '광주형 일자리' 완성차공장 설립사업 얘기다. 지금 '광주형 일자리'는 이래저래 힘겨운 길을 가고 있다.'광주형 일자리'는 전례가 없는 일자리를 만드는 사업이어서 처음부터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노사가 상생의 정신으로 한 걸음씩 양보하는 대타협의 길을 열어야만 가능하다. 그런데 넘어야 할 벽이 높기만 하다.

'광주형 일자리' 필요성은 정부와 여야 모두 인정한다. 대통령과 총리도 광주형 일자리 성공에 거는 기대가 크다. 지역민들의 바람도 크다. 유일한 노사 상생 모델인데다 고임금·저생산에서 벗어날 시금석이 될 수 있어서다. 일자리 나누기가 확산돼 청년 일자리를 넘치게 할 수 있다는 희망도 담겨있다.

'광주형 일자리'의 첫 모델인 현대자동차의 완성차 공장합작투자를 놓고 광주시 투자유치추진단(협상단)과 현대차가 벌써 네번째 협상시한을 넘겼다. 협상은 또다시 다음달 2일까지 늦춰졌다. 적정임금과 근로시간 등 주요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주 44시간과 평균연봉 3천500만원을 협약서에 서명하자는 반면 협상단은 법정 근로시간 40시간에 3천500만원이나 주 40시간만 명시하고 생산직 초임은 3천~4천만원으로 하고 추후 확정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협약에 대해서도 현대차는 5년간 임금단체협상 유예를 요구하고 있어 협상단과 입장차만 확인하고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벼랑 끝에 몰렸다.

이런 상황에 민노총과 현대차노조, 기아차노조 등 노동계 반발도 강해 광주시와 현대차의 '광주형 일자리' 협상은 공전을 이어가고 있다. 노동계는 '광주형 일자리'가 성사될 경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독일 폭스바겐의 'AUTO 5000'을 도입한 사례다. 독일 실업률이 10%를 넘었던 2001년께 폭스바겐은 노조에 '아우토 5000'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경제침체로 생산량이 급감하는 등 위기를 맞자 별도의 독립법인과 공장을 만들자고 노조에 제안했고, 노조는 받아들였다. 5천명의 실업자를 기존 생산직의 80% 수준인 월급 5천마르크에 정규직으로 채용하자는 게 골자다.

2002년 독립법인으로 설립된 '아우토 5000'은 7년간 히트작 '투란'과 '티구안'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등 정상적인 궤도에 올랐고, 고용위기가 끝난 2009년 폭스바겐그룹에 편입됐다. 이는 불황을 극복하는 힘이 됐고 기업이 경쟁력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

국내에 비슷한 모델도 있다. 기아차의 경차인 '모닝'과 '레이'를 만드는 충남 서산의 완성차 위탁생산업체 동희오토다. 자동차부품회사인 동희산업과 기아차가 공동투자해 2002년에 설립했다. 고임금으로 경차를 만들어서는 수지가 맞지 않아 임금이 낮은 위탁생산업체를 별도로 만든 것이다. 이 회사의 직원 평균연봉은 4천500만원 정도로 기아차(9천300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다만, 동희오토는 정규직이 아닌 파견근로자 형태로 공장을 운영한다.

광주시는 노사가 상생하면서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한 폭스바겐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동희오토와 비슷한 모델을 추진하되 직원은 100% 정규직이라는 원칙을 세워 '광주형 일자리'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수차례 협상에도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한데다 노동계의 반발이 커 장기화될 수도 있고, 좌초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만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일자리의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 광주는 지금 역사를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완성차 업계 절반에도 못 미치는 임금이 기존 노동자들의 처지까지 열악하게 만들 수 있다는 노동계의 반발도 분명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러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힘을 합쳐 주거·의료·교육비를 지원, 실질 임금을 높이는 시도를 한다는 점도 새롭게 평가해야 한다.

광주시는 노동계를 상대로 진정성 있는 설득작업을 더해 조금이라도 더 이해시키고, 현대차는 눈 앞의 이익 보다는 거시적이고 큰 틀에서 접근하고, 노동계는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일거리를 만들어주고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통크게 양보하는 자세를 보여 '광주형 일자리'가 성공하길 바란다.

우려만 앞세워 시도조차 해보지 않으면 성공 확율은 0%이지만, 일단 시작해보면 성공 확율은 1%라도 생기는 것이 진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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