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문화 콘텐츠의 위력
입력시간 : 2019. 05.30. 00:00


양기생 문화체육부 부장

지난 2005년 가을 탐사보도 연수차 영국 런던을 방문한 적 있다. 체류 기간 중 일요일이 끼어있어 하루 일정을 쉬게 됐다. 일행은 논의 끝에 엘리자베스 여왕의 여름 휴양지로 활용되고 있는 윈저성 관광에 나섰다.

저녁에는 런던 시내에서 뮤지컬 공연을 보기로 결정했다. 뮤지컬 문외한이었던 필자는 공연 관람이 마뜩치 않았다. 관람료 11만5천원이 아깝다는 생각에다 영어 공연에 대한 작품 이해도가 현저히 떨어질 것이고 그러면 감동이나 감흥도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일행 18명 중 4명은 뮤지컬 ‘맘마미아’를 보러가고 필자를 포함한 나머지는 ‘오페라의 유령’ 전용 극장을 찾았다. 걱정반 기대반 심정으로 들어간 전용극장은 예상보다 훨씬 규모가 커 일행을 압도했다.1천500석 좌석은 가득 찼고 일행은 무대 중앙 3층에 자리 잡았다. 공연 초반부터 웅장한 음악과 다양한 각도의 조명, 화려한 의상에 시나브로 작품에 빠져들었다. 2시간30분 관람 동안 밀려오는 감동은 충격 그 자체였다. 배우들의 열연과 가변형 무대가 한데 어우러져 완벽한 하모니를 연출했다. 공연이 끝난 뒤 관중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14년 전 처음 접했던 뮤지컬 공연의 감동으로 밤잠을 설쳤던 기억을 다시 떠오르게 한 건 프랑스에서 들려온 반가운 소식이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다.

100년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긋는 역사적 사건이자, 한국 문화콘텐츠의 수준과 작품성을 전 세계가 인정한 것이어서 가슴이 벅찼다. 만화광이었던 어린 소년이 세계 영화계의 거목으로 우뚝 서며 한국영화계의 보물이 되었다.

봉준호 감독이 2년전 제작한 ‘옥자’가 칸 영화제에서 배급 문제로 논란을 빚었던 데다 이번 영화제에 거장들의 작품이 다수 출품돼 각축을 벌인 끝에 수상한 것이어서 의미가 더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이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한류 산업의 화룡점정이 되길 바란다. 위축되어 가고 있는 국내 영화계도 활력을 되찾고 무엇보다 국내 문화산업의 기폭제가 되어 ‘문화가 밥이 되는 시대’가 하루빨리 오길 기대해 본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을 본 뒤 숙소로 돌아가면서 쓸데없는 계산을 한 적 있다. 런던에만 뮤지컬 전용극장이 200개가 있다고 한다. 이들 극장의 평균 좌석 수 1천석, 1인당 평균 입장료를 10만원으로 가정하면 하루 수입만 200억원이었다. 365일 쉬지 않고 공연을 한다고 하면 1년 동안 뮤지컬 공연으로 수 조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산이 나왔다.

전용극장 모두가 하루도 빠짐없이 공연하고 전 좌석이 매진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다소 비약적인 추산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6개월 동안 공연이 진행되고 절반 정도의 좌석만 찬다고 가정해도 연간 천문학적인 매출을 뮤지컬 장르가 올린다는 것은 상상이 쉽게 되지 않았다. 뮤지컬 공연으로 어마어마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은 문화산업과 문화콘텐츠의 위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또 있다. 2009년 개봉한 3D 영화 아타바는 전세계 흥행으로 27억 달러를 벌었다. 지난 1월 개봉한 영화 ‘극한직업’은 95억원의 제작비가 들었다. 1천395억원(관객 1천625만명)의 매출을 올려 14배의 놀라운 수익률을 보여줬다.

모두가 문화산업의 힘이고 결과물이다. 지난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킬러 콘텐츠로 제작하고 있는 ‘렉스’가 시범 공연을 가졌다. ‘렉스’는 문화전당이 야심차게 준비한 창·제작 작품으로 1년 여 전부터 제작해오고 있다. 조선시대 ‘박씨부인’ 설화를 비롯해 인도 등 아시아권 설화를 모티브로 한 판타지극으로 한국과 아시아 설화 속 15명의 인물을 캐릭터화 했다. 한국적 스토리를 세계적 빅 콘텐츠로 만드려는 문화전당의 첫 시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렉스가 광주를 대표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콘텐츠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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