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진정한 수영 마스터즈
입력시간 : 2019. 08.08. 00:00


양기생 문화체육부 부장

고향에 가면 언제나 포근하다. 반겨주는 부모님이 있고 익숙한 산과 들이 있다. 따스한 아랫목에 누우면 이내 잠이 든다. 편안함 때문이리라. 정겨운 고향을 생각하다가도 문득 떠오르는 잔상이 하나 있다. 어릴 적 개헤엄하다 겪은 일이다. 그 일로 인해 한 동안 강이나 호수에서 물놀이를 즐기지 못할 만큼 트라우마에 시달리기도 했다.

사연은 이렇다. 시골 마을 바로 밑에 규모가 다소 큰 저수지가 있다. 중학교 3학년 여름 방학 때 친구들과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야구를 즐겼다.

운동이 끝난 뒤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목욕을 위해 저수지로 달려갔다. 물장구에 물싸움까지 물놀이를 한참 즐긴 친구들은 해질녘이 되자 하나 둘 마을로 돌아갔다.

그때 혼자 남은 필자는 갑자기 저수지 건너편으로 헤엄쳐서 갈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깨복쟁이 친구들 사이에서 개헤엄 만큼 자신 있었던 필자는 홀로 무모한 도전에 나섰다.폭 길이가 족히 300m가 넘는 거리인데 건너편을 향해 무조건 몸을 날렸다. 한번도 수영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던 필자는 개헤엄으로 건너가기 시작했다.용용하게 물살을 가르며 개헤엄을 하던 필자는 얼마 가지 못해 후회가 밀려옴을 느꼈다. 팔 힘은 빠지고 속도는 급격히 느려졌다. 절반도 가지 못했는데 덜컥 겁부터 났다.

‘끝까지 가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 ‘물에 빠져 물귀신이 되나’ 온갖 잡념이 떠올랐다. 몸의 절반 이상이 물 속으로 완전히 가라앉은 상태로 헤엄치고 있었다.이를 악물었다. 이대로는 포기할 수 없다는 신념으로 버티고 버텼다. 그렇게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식으로, 때로는 악으로 때로는 깡으로, 계속해서 개헤엄을 하던 끝에 건너편 언덕에 간신히 다다랐다. 온 몸의 힘이 다 빠져 언덕을 바로 올라가지 못하고 물 속에 잠긴 바위 위에서 한참을 머무르다 귀가했다. 터무니없는 도전 뒤 한 동안 물놀이를 하지 못했다. 저수지 뿐만 아니라 해수욕장에 가는 것도 무서워 했다.

직장을 잡고 상당한 세월이 흘러서야 수영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었다. 지난달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전 세계에서 모인 수영 선수들은 정정당당한 경쟁 끝에 228개의 메달 주인공이 결정됐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수영 분야의 진정한 세계챔피언을 가리는 것이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도 크다. 즐길 수가 없는 것이다.

선수권대회에 이어 지난 5일 개막한 마스터즈대회는 순수 수영 아마추어들의 세계적 잔치다. 같은 수영대회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엘리트체육이 세계수영선수권대회라면 생활체육이 세계마스터즈선수권대회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마스터즈수영선수권대회는 18일까지 14일 동안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 등지에서 열리고 있다. 경영과 다이빙, 아티스틱수영, 오픈워터 수영, 수구 등 5개 종목 63경기가 진행된다. 안전 때문에 하이다이빙은 포함되지 않는다.

1위부터 6위까지 메달과 증서를 함께 수여한다. 동호인 축제이니 만큼 성적 보다는 격려와 축하 위주의 세리모니를 진행한다.

마스터즈대회 참가는 국제수영연맹(FINA)에 가입된 나라의 만 25세 이상 수영 동호인이면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다.이번 대회에는 84개국 1천208개의 클럽, 선수는 5천672명이 참가했다. 메달 수가 가장 많은 경영 경기는 전 세계 1천24개 수영 동호인 클럽에서 9천502명이 등록을 마쳤다. 아티스틱 수영에는 47개 클럽 142명이 참가하고 있다.

다이빙 참가 선수는 74개 틀럽 182명, 단체경기인 수구는 39팀, 장거리 수영인 오픈워터 수영은 308개 클럽 563명이 참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개최국답게 110개 클럽 1천34명이 참가 신청했으며 경영이 76개 클럽 801명으로 가장 많았다.

마스터즈 참가자들은 노익장을 과시하는 남녀 선수들이 많다. 수영캡 때문에 물속에서는 쉽게 알 수 없지만 경기가 끝나고 육상으로 올라오면 백발의 선수들이 자주 목격되는 이유다.

마스터즈 대회 참가자들은 경기 뿐만 아니라 각종 행사나 축제, 관광지 등을 찾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해당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참여하는 경우도 많고 대회를 즐기는 선수들이 많다. 이번 광주 마스터즈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가 수영 자체를 즐겼으면 한다. 즐기는 선수가 진정한 수영 마스터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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