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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일보' 창간 19주년에 부쳐
입력 : 2007년 10월 10일(수) 00:00


새 세상을 여는 신문고

박 몽 구

섬집 아기 부드러운 살결을 가진 종이가

완강한 어깨로 눌러오는 철을 이긴다는 말만큼

미덥지 않은 것은 없다.

하늬바람 한 올에도 앉은 자리 들썩거리는 종이 한 장

어디에 그런 힘이 숨어 있다는 말인가.

거짓을 빼곡히 담은 채

땅의 사람들 앞에 나타난 때에

너는 찬 이슬에 젖어 채 버려지는

한낱 하루살이 운명의 값싼 파지지만

오염된 권력의 먹구름 같은 얼굴에 굽히지 않은

한 줄기 목마른 진실을 담은 때

너는 어떤 날카로운 쇠붙이도

마침내 꺾을 수 없는 보석이 된다.

낯선 사람들의 거푸집 대단한 말잔치

몇몇 잘 나가는 사람들의 화려한 동정 아닌

노령의 품안에 도란도란 모여 사는 사람들

함평 들 양파처럼 벗겨도 벗겨도

다 쏟아내지 못할 가슴 속의 말

모래를 끼얹은 듯 멈칫거리던 기계의

장딴지 다시 힘차게 몰아붙이는 소식

알토란같이 담아내 온 너의 역정!

그해 5월 라일락으로 온 산에 만개한

평등 세상, 지방 분권에의 열망 업고

서울의 입맛에만 맞는 메뉴 버린 채

무안 현경 벌판에 끝없이 펼쳐진 무 같은,

우리들의 아이들에게 불 같은 희망을 당겨주는

언어를 올곧게 지켜온 19년.

때로는 몇몇 불손한 자본의 간섭으로

행간에 진실을 감춰야 했고

누군가는 민초들이 하나같이 등을 돌린

검은 손의 나팔수 역할을 떠맡기려 했지만

무등의 정신이 살아 있는 한

천길 물속에서도 곧은 소리 지워지지 않는

종이 한 장의 힘으로 지켜온 너는

쓰고 아픈 소리를 더욱 귀담아 듣는 신문고!

멀고 낯설게만 들리던 정치 이야기

남도 천리 사람들 모두 나누는 떡이 되게 하고

몇몇 사람들의 구미에만 맞는 백화점 아닌

낮고 축축한 데 있는 사람들에게

더욱 기다려지는 따뜻한 복음을 장만해온

무등의 청년기는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다시 한번 민주주의의 면역성을 점검받는 오늘

제 살을 도려내는 아픔으로

곪은 상처 말끔히 도려내고

바르고 곧은 말만 담을 의지 더욱 다져

무등골 시민의 입이 된 팽팽한 신문고,

민초들을 대신하여 불 같은 희망을 켜는

등대로 우뚝 서기를!

어둠 너머 시대를 앞서가는 예언자 정신

노령을 넘어 삼천리, 아니 온 세계로

널리 퍼져 누구도 막을 수 없이

골고루 퍼지는 새벽 햇살 되기를!

빠르고 바른 소식을 담은 활자들로 차려진 밥

누구나 즐겁고 맛있게 나누는 자리 되기를!

축시-박몽구(朴朦救)

·1956년 광주 태생

·전남대 영문과 졸업 한양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석사)

·1977년 월간 '대화'지 시 당선으로 등단

·시집 '개리 카를 들으며' '마음의 귀' 연구서 '모더니즘과 비판의 시학' '한국 현대시와 욕망의 시학'

·2005년 한국출판평론상 수상

축화-장현우(張賢佑)

·1964년 진도 태생

·조선대 미대·동대학원 졸업 중국 로신미술학원 수료

·개인전 14회(서울 광주)

·국내외 그룹 초대전 400여회 참가

·광주시전·전남도전·대구시전·경기도전 심사위원 전국서화명인대전·전국행주미술대전·대한민국미술대전·조형미술대전 심사위원

·광주광역시 미술대전·전라남도 미술대전 초대작가 광주시립미술관 문화교실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