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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_청소년 유해 매체물 판정
입력시간 : 2011. 09.20. 00:00


"술 한 잔 정신없이 취하련다" 청소년 안돼

유해물 기준 모호·표현자유 침해 반발 극심

여성부 민간기구 넘겨 자율규제 방안 검토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는 노랫말에 유해한 약물이 포함돼 청소년에게 불건전한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최근 술·담배란 말이 들어간 곡에 대해 ‘19세 미만 청취 불가’판정을 내렸다. 록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나를 받아주오’는 ‘어제 소주를 잔뜩 마시고 나는…’이란 대목이 문제가 되었고 아이돌 그룹 2PM의 ‘핸즈업’은‘술 한 잔을 다같이 들이킬 게…’란 대목이 유해 판정을 받았다. 이에 가요계는 “국가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반발하자 여성가족부는 청소년유해 매체물 판정을 민간 기구로 넘겨 자율적 규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술’들어간 노래는 ‘19금’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최근 동방신기의 '이것만은 알고 가'의 뮤직비디오와 김현중의 ‘제발’등의 곡을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판정했다. 이 곡들은 가사 내 표현들이 문제가 돼 청소년 유해곡으로 결정됐다.

'한잔의 추억'은 유해약물, 동방신기의 뮤직비디오는 폭력성, 사행성 조장 등의 이유로 청소년 유해 판정을 받게 됐다. 청소년보호위원회는 또 지아의 '술 한 잔 해요', 김진표의 싱글 ‘가지말 걸 그랬어’의 유해약물 및 폭력성, 비속어 표현 등을 지적했다. 그룹 블락비의 곡 '그대로 멈춰라!'는 노랫말 내 불건전교제 표현이 문제시 됐다.

또 그룹 DJ DOC '오늘밤', 힙합신의 떠오르는 루키 크림팀 등의 노래들이 비속어 및 선정성, 비뇨기과 등의 노래들이 비속어 및 선정적 표현으로 유해판정을 받았다. 비스트의 ‘비가 오는 날엔’ 중 “취했나 봐 그만 마셔야 될 것 같아”, 옴므의 ‘밥만 잘 먹더라’중 “친구들과 술 한 잔 정신없이 취하련다 다 잊게”등의 노랫말도 유해 매체물 판정을 받았다.

유해 판정을 받은 노래는 청소년들에 유해한 약물(술)이 가사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 국내노래 중 310곡이, 지난 해엔 490곡이 유해 매체물로 결정됐다.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결정된 노래는 청소년보호시간대인 평일 오후 1시부터 밤 10시, 주말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모든 방송매체에서 방송이 금지된다. 또한 음반에는 ‘19세 이하 판매 금지’스티커를 붙여야 한다.

청소년보호법의 청소년 유해 매체물 심의 기준은 성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선정적이거나 음란한 것, 청소년에게 포악성이나 범죄의 충동을 일으킬 수 있는 것, 폭력행사와 약물의 남용을 자극하거나 미화하는 것, 반사회적·반윤리적인 것,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명백히 해를 끼치는 우려가 있는 것 등이다.

현재 음반 심의는 3단계로 진행되며 우선 계약직 모니터 요원 5명이 심의 대상곡을 선별한다. 2006년부터 음악평론가·방송PD·작사가 등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운영하고 있는 음반 심의 기구인 음반심의위원회가 한 달에 두 번씩 합의 또는 표결을 통해 음반의 유해성을 심의한다. 연간 3만여 곡의 신곡이 발표되는 현실에서 5명에 불과한 모니터 요원이 전체를 검토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 있다.

여성가족부는 내년 1월 말부터 음반 유해매체물 판정에 대한 재심의 제도를 시행한다. 이미 유해 판정을 받은 곡에 대해서는 법 시행 후 30일 이내에 재심의 청구가 가능하게 된다. ‘아메리카노’에서 문제가 된 가사는 ‘이쁜 여자와 담배 피고 차 마실 때’‘다른 여자와 키스하고 담배 필 때’라는 부분이다. 여성가족부는 "담배 피우는 것을 미화하고 건전한 교제를 왜곡할 우려가 있어 유해 매체물로 판정했으며 해당 가사를 바꾸면 방송이나 CF 활동을 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 밖에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지정된 곡은 장혜진의 '술이야', 김현중의 '제발', 백지영의 '아이캔 드링크', 노라조의 '포장마차', 이장희의 '한잔의 추억' 등 1천500여 곡이 청소년 유해 매체물 판정을 받았다.



■ 오락가락하는 심의 기준

청소년보호위원회는 록밴드 보드카레인의 ‘심야식당’이란 곡에 나오는 ‘내게 간절한 것은 얼음보다 차가운 한 모금의 맥주’란 대목에 대해 유해 판정을 내렸지만, 임창정의 ‘소주 한잔’의 ‘술이 한 잔 생각나는 밤…’이란 대목은 문제 삼지 않았다.

‘세시봉 열풍’이 불면서 발표된 지 30년도 넘은 이장희의 ‘한잔의 추억’이 소급 규제되는 해프닝도 있다. 음반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과도하게 술을 마시는 내용이 있을 경우 유해 매체로 판단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최근 비스트 1집에 대해 여성가족부의 청소년유해매체 판정 집행을 정지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집행정지 수용 이유를 밝혔다. 이로써 비스트 1집은 큐브엔터테인먼트가 여성가족부장관을 상대로 낸 청소년유해매체물 결정통보 및 고시결정 취소 청구소송의 판결 확정시까지 유해매체물 결정이 정지된다.

음악 전문가들은 유해 매체물 판정 기준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비판한다. "단순히 '술'이 나온다고 해서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판정하는 건 잘못됐다"며 "참담한 정서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는데도 청소년보호위원회가 맥락은 무시한 채 모호한 기준을 들이대고 있다"고 말했다.

또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과잉 규제로 창작 의욕을 떨어뜨려 문화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청소년 유해 매체물 지정은 군부독재시절 금지곡을 연상시키는 시대착오적인 제도"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가사에 술과 담배라는 단어가 들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판단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노래 가사의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해 술과 담배 등을 권하거나 조장하는 것에 해당할 때 지정한다는 것이다.

음반심의위원으로 참여한 위원은 "청소년 유해 매체물은 아동부터 19세 이하 연령층을 대상으로 놓고 심의하니 기준이 더 엄격할 수밖에 없다"며 "단지 술이 가사에 들어가서가 아니라 술을 해결의 도구로 삼아 음주를 조장하는 의미가 있을 경우에는 유해 매체물로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 심의기능 민간기구 이양 검토

SM엔터테인먼트가 여성가족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소속 가수 더 발라드의 노래 ‘내일은…이 술에 취해 너를 그리지 않게’라는 가사로 인해 청소년 유해 매체물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였다.

지난달 25일 서울행정법원은 “술은 마약류나 환각류와는 달라 노래 가사에 문구가 포함돼 있다고 해서 유해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유해 매체물 결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여성가족부는 술·담배 등을 노골적으로 조장하는 경우에만 규제토록 할 방침임을 밝힌 데 이어 ‘12세 미만 이용 제한’ 등급을 신설해 연령별로 차이를 둬 규제하겠다는 등의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또 청소년 유해음반 심의 기능이 여성가족부에서 민간 기구로 이양를 검토하고 있다. 음반업계의 자율심의 활성화를 통해 청소년유해성에 대해 자율적으로 평가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음반심의위원회의 심의결과와 함께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최종 심의 결정에 반영하는 등 음반업계의 의견이 심의 결정에 적극 수용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될 전망이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심의 기준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술·담배 표현의 경우 “직접적 노골적으로 이용을 조장하거나 권장, 미화하는 경우에 한정”하도록 할 계획이다.

청소년유해음반 등급제가 도입돼 초등학생 기준의 12세 미만 이용제한 등급을 신설해 청소년의 발달단계에 맞게 유해성을 평가하는 등 음반심의제도를 유연하게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중고생 청소년이 수용 가능한 표현임에도 초등생 이하 청소년의 접촉을 감안해 일괄적으로 ‘19세 미만 금지곡’으로 지정해 일부 청소년으로부터 과도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것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서강고등학교 수석교사 봉병탁



<학생작>

청소년 위한 유해 매체물 심의 필요

서강고 1년 선희란

요즘 작곡가와 가수들의 창작을 하는데 있어서 많은 규제를 당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여성부의 유해판정 때문이다.

비스트의 ‘비가 오는 날엔’, 10cm의 ‘아메리카노’, 바이브의 ‘술이야’ 등 인기 있는 가수들과 노래들이 유해판정을 내려져 규제를 받았다.

이런 판정에 대해 인정하지 못한 소속사들이 소송을 제기하고 있고, 많은 네티즌들은 여성부를 비꼬는 글을 올리고, 홈페이지를 일시적으로 다운시키는 일도 벌어졌다. 대중들이 이렇게까지 격렬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유해 판정이유가 정당하지 못해서이다.

노래 가사를 쓰다보면 노래의 느낌을 최대한 살려 대중들에게 어떻게든 어필을 하려한다. 그래서 노래의 흐름에 따라 이별노래에서는 흔히 술을 이용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흐름도 무시한 채 단순히 그 한글자만을 보고서 유해판정을 내리는 것은 억지라고 생각된다. 또 똑같이 술이라는 단어가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노래는 규제를 당하고, 어떤 노래는 규제를 받지 않는 것도 공정하지 못한 판결임에 틀림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요계는 한류 열풍으로 한창 주가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규제는 국외에서 우리나라와 그 문화를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는 가요계에 기준 아닌 기준을 내세워 제동을 걸게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리고 가요뿐만 아니라 각종 드라마나 영화 등으로 적용 범위가 확산된다면 결국엔 청소년들이 보고 즐길 것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실제로 술이나 도박이라는 단어를 듣고서 ‘술 마시고 싶다’, ‘나도 도박 한번 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는 청소년들이 얼마나 될까 의문이 든다.

이런 주관적인 기준보다는 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기준을 내세워 정말로 청소년들을 위한 심의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또한 실제로 청소년들에게 해가 되는 것들에 판정을 내리길 바란다.



<생각나무>

1.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판정을 받은 가요에는 어떤 곡들이 있으며,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판정된 근거가 된 노랫말을 조사하여보세요.

2. 올해 상반기에 술이나 담배가 포함된 노랫말이 포함된 국내노래 중 300곡이 청소년 유해매체물 판정을 받았다. 정부의 청소년 유해매체물 판정에 대해 청소년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입장이 있다. 자신은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주장을 적어보세요.

3.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사가 소속 그룹 에스엠 더 발라드의 음악파일인 ‘내일은…’을 청소년유해물로 지정한 여성가족부의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했다.‘내일은…’을 두고 재판부와 여성가족부의 입장이 어떻게 다른지 정리해 보자.

4. 노랫말에 술·담배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청소년 유해매체물 판정을 받는 것에 대해 과잉심의인지 청소년보호를 위한 정책인지 토론해 보세요.

5. 어느 노랫말은 술이 들어가도 허용되고 어느 노랫말은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판정받았다. 청소년 유해매체물 판정 기준이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이 있는데, 청소년 유해매체물 판정을 어떤 기준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생각을 적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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