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1(월)광주 11ºC
쉼 > 레포츠
[남도답사 일번지 강진] “영랑과 다산의 고뇌에 기대 오늘 당신의 삭막함 햇살에 녹여보시라”
입력 : 2016년 05월 04일(수) 11:10


강진의 매력적인 속살을 만나다

영랑의 모란이 피워내는 봄 너머

‘대한민국 가을여행 일번지’ 모색



여행은 힘과 사랑을

그대에게 들려준다. 갈 곳이 없다면

마음의 길을 따라가 보라.

그 길은 빛이 쏟아지는 통로처럼

걸음마다 변하는 세계,

그곳을 여행할 때 그대는 변하리라.

(잘랄루딘 루미 ‘여행’)



“ 지역적 편애라는 혐의를 피할 수만 있다면 나는 ‘남도답사 일번지’가 아니라 ‘남한답사 일번지’라고 불렸을 답사의 진수처인 것이다”(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중에서)

즐기고 누리는 여행이 아니라 인증샷으로 상징되는 ‘관광’이 대세이던 90년대 초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라는 책으로 ‘아름다운 보고, 박물관’의 시선으로 국토를 다시 들여다본 유홍준 전 문화재 청장의 명명으로 전남 강진은 그렇게 대중 곁으로 부쩍 다가섰다. 유 전청장의 찬사로 빛을 발한 남도의 보석같은 아름다운 자연과, 남도의 시간은 속 깊은 대화를 갈망하는 사막화된 도시인들에게 영원의 안식처로 기대되고 있다. ‘남한 답사 일번지’ 강진이 2017년을 ‘강진 방문의 해’로 내걸고 내방객을 맞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남한답사일번지의 매력 속으로 들어가 본다.



켜켜이 쌓인 시간의 정취 길목마다 감성 가득

문화역사·생태·체험·먹거리 선택지 무궁

‘찬란한 슬픔의 봄’으로 명명되는 영랑의 시세계와 다산 정약용이 ‘목민심서’를 완성한 유배의 땅으로 기억되는 강진. 발길 닿는 곳곳마다 시간이 빚어낸 그윽한 정취로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답사일번지다.

진각국사의 혼이 어린 월남사지,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와 한없는 탄성을 자아내는 무위사를 차치하고라도 고려청자의 혼이 서린 청자도요지, 조선을 해외에 최초로 알린 ‘하멜보고서’ 하멜의 거주지 등 켜켜이 쌓인 수백 수천년의 시간의 자락을 만날 수 있다.

여기에 남도 최고의 섬,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된 ‘가우도’를 비롯해 조선조 정원의 멋과 운치를 완상할 수 있는 비밀의 정원 ‘백운동 별서정원’, 강진만을 배경으로 펼쳐진 갈대숲, 해풍을 벗 삼은 드넓은 차밭에 이르기까지 숨 쉴 겨를이 없다.

강진의 다채롭고 아름다움을 만끽하려면 어떤 얼굴을 만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무위사와 영랑생가·강진청자박물관·강진오감통에 이르는 문화역사여행을 한 축으로, 이미 이름을 날린 강진 한정식과 개불 등 신선한 해산물로 이어지는 마량 놀토수산 시장 등의 풍부한 맛기행, 가우도와 별서정원 백운동·갈대숲의 생태여행, 푸소(Feelong Up-Stress Oout)로 이어지는 맛과 쉼의 여행 등 고르기에도 버겁다.

‘필링은 업하고 스트레스는 날려버리는’ 푸소는 강진의 새로운 여행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현지 농가에 머무르며 농촌의 일상을 체험토록 한 이 프로그램은 어른에게는 그리운 유년시절을 되돌려주고 콘크리트에 갇혀사는 도시 학생들에게는 자연의 풍성함과 여유,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신비로운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정을 주고 마음을 얻는 프로그램’이지만 푸소체험은 마량 놀토 수산시장과 함께 ‘로컬푸드’ ‘로컬경제’의 새로운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건강한 여행, 로컬 경제를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막연한 농촌의 낭만을 꿈꾸는 이들이라도 놓치기 아까운 프로그램이다.

선택지가 너무 많아 고민이라면 그냥 강진이라는 공간에 무계획적으로 무장정 안겨보는 것도 대안이다. 바다와 바람, 갈대와 모란이 포근히 감싸 안아줄 것이기 때문이다.



햇살아래 일렁이는 모란은 감성의 보고

강진의 첫 걸음은 아무래도 영랑이 아닐까 싶다.

군청 바로 인근에 자리한 영랑생가는 예전 영랑이 거주하던 초가를 비롯해 집터가 고스란히 남겨져 있는데다 입구의 수백년 시간을 자랑하는 은행나무가 방문객을 아늑한 시간 속으로 안내한다.

영랑생가를 들어가자면 입구 오른쪽 편에 강진시문학파기념관이 자리하고 있고 대문을 들어서기 전 안 마당보다 넓은 마당은 여유로운 상념을 권하는 듯 하다.

영랑의 모란이 아니더라도 초가집 뒷마당을 대신한 언덕의 동백과 대나무도 감성을 일렁인다. 군이 생가 뒤편에 조성중인 세계 모란공원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생가 뒤편 언덕에 모란꽃길은 이곳이 영랑의 숨결이 숨쉬고있음을 말해주고 아직 공사중인 온실은 연중 모란을 만날 수 있도록 방문객을 위한 배려다. 허나 연중 꽃을 피워내야하는 모란들에게는 쉬운일은 아닐 듯 싶다.

문학에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초입의 강진시문학파 기념관을 방문해보는 것도 묘미다. 1930년대 활동했던 시문학파는 김윤식 박용철 정지용 정인보 이하윤 변영로 신석정 허보 등 당대 대표 시인들이 활동했던 유파로 김영랑을 기려 생가 입구에 들어섰다.

매년 5월 초에는 영랑을 기억하고 향유하는 ‘영랑문학제’가 열린다. 문학에 영랑에 관심이 더 가는 이들이라면 모란이 꽃피는 오월에 문학제에 들러 모란이 자아내는 감성의 덫에 빠져드는 것도 좋겠다.

영랑감성학교와 감성여행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감성여행대학은 문화관광이야기꾼을 대상으로 문화유산 교육과 관광해설 기법, 친절교육 등을 통해 감성여행 1번지의 전도사로서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강진만 석양 배경 ‘강진만 갈대숲’ 강성일번지 기대감

강진군은 별처럼 빛나는 강진의 숨은 속살을 대중들과 호흡하겠다며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의 영혼의 안식처를 자처한다.

군은 가을 ‘갈대숲 생태여행’을 최고의 힐링여행으로 강추한다.

강진만 갈대는 독특한 지형으로 가을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육지 깊숙이 들어온 만은 작은 강의 형태를 이루며 만 양쪽으로 넓은 갈대숲을 일궈냈다. 뻘과 늪지대는 바다생물은 물론 철새들의 생활터전으로 가을이면 고니를 비롯한 새들의 낙원이다. 가을바람이 빚어낸 갈대와 새들의 군무, 갯벌 생명들의 생존기는 가을여행의 묘미를 제공한다.

강진군은 이곳을 생태공원으로 조성해 여행객들이 보다 더 섬세하게 자연을 완상할 수 있도록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갈대숲 데크와 탐조대, 쉼터, 전망대, 갯벌탐방터널이 선보인다. 특히 탐방로 는 영랑과 다산의 거님길, 철새 거님길, 노을 거님길로 명명해 강진의 특성을 담았다. 생태체험관, 밀물과 썰물, 갈대숲을 가까운 거리에서 체험할 수 있는 오감체험 공간, 강진만을 사이에 두고 양쪽 갈대숲을 동시에 오갈 수 있는 다리도 선보인다.

가을을 테마로 한 이 축제는 유명가수와 함께하는 1박2일 음악여행을 비롯해 썸남썸녀 커플게임과 강진만 노을을 배경으로 찍은 커플사진 뽐내기 대회 등 강진만과의 소중한 기억을 간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즐비하다. 강진만 생물종 및 사계절 사진, 영랑과 다산의 시 거리, 도암면 고바우공원에서의 노을콘서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강진읍 중앙로 일원에서 국내 인디밴드팀들의 버스킹 공연, 오감통에서의 빅 할로윈 파티도 전개된다.

강진가을 여행에 참여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예약을 받아 감성충전을 위한 ‘푸소체험’도 진행한다. 영랑감성학교와 농가에서 하룻밤, 외할머니 시골밥상, 농어촌 일상체험이 준비돼 있다.

국화와 사피니아, 메리골드를 활용한 팜파티는 강진 가을여행에 멋을 더해 줄듯하다. 또 탐방구간인 목리대교~생태탐방로~상하수도사업소~남포교~해창 철새도래지를 걷는 강진사랑 군민건강 걷기대회도 마련해 놓고 있다.

농수산물을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농·수·축·특산물 직거래 장터를 만들어 로컬푸드의 경제화를 도모하고 있다. 축제에 빠질 수 없는 맛깔난 강진음식은 덤이다.



숨겨놨던 강진만 먹거리 “임금님 안 부러워”

강진한정식과 회춘탕, 보리밥은 벌써 전국에 소문난 먹거리다.

여기에 탐진강을 오르내리며 살을 찌운 강진장어의 감칠맛은 지역민들보다 외지인들에게 더 이름값을 자랑한다.

강진 대합은 궁중 진상품으로 이름이 나 있다. ‘강진원님 대합자랑’이라는 전설이 전해온다. 사연은 이렇다. 강진으로 부임한 어느 원님이 환영연에 참석했다. 40도 이상인 강진 특유의 토산 곡주에 아전들 앞에서 결국 쓰러졌다. 새벽녘에 깨어난 사또가 곰곰 생각해 보니 놀라운 것은 아전들 술 실력이었다. 아침이 돼 밥상에 놓인 대합국물을 몇 모금 마시니 속이 풀리고 새 기운과 맑은 정신이 되돌아왔다. 답을 찾았다. 이후 사또는 가는 곳마다 ‘강진대합’을 자랑했다는 전설이다. 숙취 해소에 탁월하다.

강진대합의 희고 부드러운 알맹이의 촉감은 부드러운 비단결 같다.

바지락과 꼬막도 빼놓을 수 없다. 강진만 청정해역의 좋은 서식환경이 맛을 품게 했다. 바지락은 맛이 독특하고 육질이 좋다. 밥반찬 보다 술 안주로 애용되는 꼬막은 단백질과 칼슘이 많이 함유돼 있다. 이와함께 물천어 요리, 다슬기탕, 짱뚱어 구이, 남포 멸젓김치가 관광객들의 구미를 당기는 데 한 몫 한다.



오감통, 마량놀토수산시장 로컬경제 일궈

건강여행으로 쉼 제공하며 여행의 즐거움 선사

강진청자박물관, 다산초당을 비롯한 시간 여행도 놓치면 아쉽다.

수천년 시간이 녹여 담아낸 강진청자는 박물관과 청자가마 등을 통해 인생의 무상함과 영속함을 함께 제공해준다. 여기에 부패가 극에 달한 조선 후기 지방의 사회와 정치의 실제를 민생과 관리의 덕목과 역할과 결부시켜 소상하게 밝혀낸 그의 명저 ‘목민심서’가 탄생한 다산초당은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삶에대한 진지한 질문을 제공한다. 비단 공직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체제, 정치의 근본 지향점이 어디인가를 수백년전 고민했던 한 유학자의 고뇌를 통해 오늘이 결코 허망하지 않음을 배워볼 수도 있는 무대다.

음악과 음식, 시장을 한데 버무린 문화복합공간 강진 오감통은 강진군의 역점 사업으로 지역민의 관심과 사랑, 그 사랑이 어떻게 지역을 살찌우게 하고 찾는이들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관광지 중심의 여행객을 강진읍으로 불러들이고 다른 한편으로 지역민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하겠다는 야심찬 이 프로그램은 이제 첫걸음을 떼고 있다.

녹음스튜디오와 공연장, 게스트하우스 등 관련시설을 갖춘 음악창작소는 가난한 뮤지션들에게 문을 열어 재능을 키우도록 하는 한편 그들의 일상이 이곳을 찾는이들에게 상품이 되도록하고 있다. 음반제작, 무료 음반 레코딩, 오감통 대학, 지역민 대상 음악교실 운영, 그리고 음악도시 선포식까지 거치면서 음악이 흐르는 도시로 변모를 모색하고 있다. 할로윈파티, 노래자랑, 불금버스킹을 통해 흥겨움이 자리잡아가고 있다. 즐거움이 오감통으로 사람을 모이게 하고 이는 재래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강진원 강진군수는 “매주 토요일 강진 명소를 둘러보는 ‘시티투어’는 전남지역에서 유일하게 매회 매진을 기록하는 등 인기상품으로 자리 잡았다”며 “강진은 전국에서 찾아온 모든 이들에게 쉼과 여유라는 선물을 줄 수 있는 생명의 땅이자 안식처로, ‘대한민국 여행 일번지’는 강진이라고 자신있게 소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