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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의 삶 장터의 맛 <2> 곡성 기차마을전통시장
전국 최고의 명소가 된 곡소리(哭聲) 장터
입력시간 : 2017. 10.13. 00:00


곡성기차마을 전통시장은 재래시장의 불편함을 대형할인점의 편의성으로 바꾸고, 대신 대형할인점의 야박함을 재래시장의 넉넉함으로 채워 지역의 명소가 되고 있다.
2016년 곡성(哭聲)이라는 영화가 큰 인기를 모은 적이 있다. 영화는 시골마을에서 벌어지는 끔직한 연쇄 살인사건을 다뤘다. 영화 제목이 곡성(谷城)의 지명과 동일할 뿐만 아니라 영화촬영의 주된 배경도 곡성에서 이뤄졌다. 곡성지역주민들은 영화 '곡성'이 지역의 관광산업에 곡소리가 될 것을 우려했으나 결과는 영화로 인해 곡성 관광의 포인트 하나가 추가됐다.

실제로 곡성은 고려시대에 곡성(哭聲)으로 불린 적이 있고 이때의 지명은 장날에서 유래했다. 곡성장을 찾아오던 보부상들이 험한 골짜기와 무수히 많은 고개를 넘으며 곡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해서 곡성(哭聲)이라 했다.

즈믄 해의 세월이 흘러 장돌뱅이들이 곡소리를 내며 찾아오던 장터가 이제는 국내 대표적 문화관광시장인 '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으로 탈바꿈,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눈물과 한숨의 날도 시간이 지나면 웃음과 기쁨이 되는 평범한 진리를 곡성의 장터에서 본다.

곡성고속버스터미널과 인접한 장터는 무료주차장이 잘 정비돼 있는데다 길 건너 곡성군보건의료원의 주차장을 이용할 수도 있어 주차가 용이하다. 전통시장의 골칫거리인 주차문제가 기차마을전통시장에서만은 예외다.

◆4대문에 들어서다

1956년 개장한 이래 '곡성오일시장'으로 불렸으나 2009년 현재의 장소로 이전, 한옥과 돔 형태의 장옥을 신축하여 '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으로 새롭게 거듭났다.

여타 시군의 전통시장과 달리 기와지붕을 얹은 성문형태의 4대문이 출입구를 대신하고 장옥이 성벽처럼 장터를 둘러쌓고 있다. 4대문은 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 정문을 기준점으로 하여 왼편은 동악산문, 오른편은 심청문, 맞은편은 섬진강문이다. 4대문 안팎으로 동선이 잘 정리돼 있는데다 쇼핑카트까지 갖추고 있다.

"시설과 장의 편의성이 알려지면서 전국의 지자체에서 끊이지 않고 견학을 온다." 최태중 기차마을전통시장 관리소장의 말이 아니더라도 재래시장의 넉넉함과 대형할인점의 편의성 등 과거와 현대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장안에 들어서듯 4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할머니들이 펼치고 있는 좌판과 매대노점이 펼쳐지고 무대와 이벤트 광장이 양쪽 먹거리장터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다.

취재차 방문한 날에도 무대에서는 입 돌아가고 코 빨간 주근깨투성이의 각설이가 엉거주춤 우스꽝스런 몸짓으로 한 곡조 장타령을 뽑아내고 있었다. 흥을 일구려는 듯, 장타령을 마친 각설이는 무대에서 내려와 객석을 돌며 구수한 입담으로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를 희롱했다. "움매~ 잘 생겨 부렀네! 내가 여자라면 호올딱 벗고…" 웃을 줄 밖에 모르는 각설이가 노란 엿 한 조각을 건네주며 웃자 할아버지도 웃고, 스무 명 남짓한 관객들도 따라 웃었다.

◆통담배상추를 아시나요

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은 5일장으로 3일과 8일에 열린다. 장터에는 지리산 산골마을 곡성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임산물과 농특산물은 물론이고 산골에는 없는 갈치와 조기 등 수산물도 가득했다.

'1 능이, 2 송이'라고 불리는 버섯의 제왕들이 매대노점이며 할머니들의 좌판에서 팔리길 기다리고, 진한 향의 젠피도 얼굴을 내밀며 지리산가의 장터임을 일깨운다. 생능이의 가격은 1㎏당 15만원 선에 거래됐고 생능이 1㎏을 말린 것도 상인은 같은 가격을 불렀다.

전국 생산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곡성의 알토란도 유명하지만 통담배상추도 기차마을전통시장이 갖고 있는 특징 가운데 하나다.

크기와 모양이 담뱃잎을 닮은 담배상추는 아삭한 씹는 맛과 입안에 가득 퍼지는 청량감이 일품이다. 다른 지방에서는 재배되지 않고 섬진강가의 굵은 모래(마사토) 땅에서 자라며 보통 9월 하순이면 수확이 끝나지만 올해는 예년에 없는 더운 날씨로 인해 추석 연휴에도 장에 나왔다. 통담배상추 한 포기면 4인가족의 쌈이 가능할 만큼 크다. 4포기의 횡재를 5천원에 산 뒤 집으로 오는데 담배상추 보쌈 생각으로 입안에 침이 고였다.

장터에는 황토로 지어진 '옛날대장간'이 먹거리장터 부근에 자리하고 있다. 황쌍요(72) 할머니가 전통방식의 풍로로 숯불을 일궈 호미며 낫, 곡갱이, 쇠스랑 등의 연장을 만들어 판다.

대장장이었던 남편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뜨고 한동안 가업을 잇던 아들이 국밥집을 차려 나가자 할머니가 쇠를 다루고 있다고 했다.

◆대장장이 할머니의 모정

모루위의 시뻘건 쇠붙이를 두들기던 할머니가 명함 한 장을 건넸다. 대장장이를 그만두고 국밥집을 차렸다는 아들의 가게 명함이다. "입맛은 저마다 다릉께 잘 모르것지만 깨끗하게는 한 것 같어. 곡성 초입에 있응께 밥 먹을 일 있으면 오가는 길에 한 번 가 봐~"

무심한 듯한 말투에서 달궈진 쇳덩이 보다 뜨거운 모정이 묻어났고 시월의 하늘빛은 깊고 시렸다.

시장에는 황 할머니의 대장간처럼 사라져가는 또 다른 풍경 하나가 힘겹게 버티고 있다. 한광택(84)할아버지와 김덕심(76)할머니 부부가 운영하는 뻥튀기집이다.

가게 앞에 걸린 플래카드의 글귀가 눈길을 끈다. '세상에서 가장 구수한 소리, 뻥이요~!' 어릴 적, 간 떨어지게 했던 소리가 세상에서 가장 구수한 소리라는 사실에 쉽게 동의할 수는 없지만 글귀는 할머니의 미소처럼 귀엽다.

"옛날엔 명절 때 한과를 맨들라고 찾는 사람이 많아서 장사가 좀 됐는데 요즘은 노인들만 가끔 찾아올 뿐이야"

할머니의 말씀과는 달리 40대 초반의 부부가 찾아와서 튀길 물건을 자루에서 꺼내는데 생밤이다. 그렇구나, 밤도 튀겨 먹는다는 것을 튀밥집에서 알았다. 할머니는 밤을 튀길려면 껍질에 금을 그어 와야 한다고 했다. 칼집을 내는 일이 금 긋는 일이라는 것도 튀밥집에서 추억의 언어로 배운다.

◆"호박하나 더 드릴께"

이것저것 둘러보며 느리게 걷다 각종 약용작물을 파는 매대노점 아낙의 목소리에 발길이 붙잡혔다. "노인들이 주머니에서 돈을 낼려면 천 원짜리 한 장에도 벌벌 떨어. 그래서 양을 적게 해서 팔고 있어. 그거 사면 호박 하나 더 드릴께" 손님과 흥정 중이던 아낙의 목소리는 시골장을 찾는 고객과 상인의 입장을 적확히 표현해내고 있었다.

내가 화가라면 단 돈 천원에도 쩔쩔매는 고객과 그런 고객을 위해 소량 판매를 선택하고 덤으로 다른 물건 하나를 더 얹어주는 시장의 풍경을 그리고 싶어졌다.

어디로 갈까 망설이는데 오른팔이 없는 젊은 사내가 있는 왼팔로 작은 수레를 끌며 한 낮의 햇살보다 더 느리게 옆을 지난다. 수레에는 1회용 면도기와 빨래비누, 노란 고무줄과 검은 고무줄, 이약과 쥐약, 실타래와 바늘쌈, 빨갛고 파란 때밀이 수건 등이 주저리주저리 쌓였다.

"어머니, 빨래집게 있어요!" 그가 부른 어머니는 수레에 곁눈도 주지 않고 그냥 지나갔다. 사내의 오른쪽 옷소매가 바람에 날린다. 조영석 시민전문기자 kanjoys@hanmail.net

-"아~ 맛나!"


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에는 대궐입구 같은 4대문과 함께 혀끝에 감기는 4대 먹거리로 유명하다. 어디에도 있는 음식이지만 어디에도 없는 맛이다.

-한우 명품관의 심청갈비탕

마진을 남기지 않는 탓에 하루에 100 그릇만 한정 판매한다. 육수의 깊은 맛과 갈비살의 풍부한 식감은 먹고 있어도 침이 흐르고 목젖은 활짝 열리게 된다. 시장에서 제일 비싼 음식으로 한 그릇에 12,000원이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으면 발길을 되돌리기 십상이다. 상설장옥인 탓에 시장이 열리는 날 뿐만 아니라 매일 기회가 온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곡성축협에서 운영하는 식육식당으로 지리산 한우 1등급만을 사용한다. 섬진강문 밖에 있다.

-기차마을 전통 손두부

일반 모두부와 순두부의 중간 정도 굳기로 부드러움이 특징이다. 미리 만들어 저장했다가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주문을 받은 후 재래식방식으로 그때그때 만들어 낸다. 고소한 맛이 살아있는 따끈따끈한 손두부에 생막걸리 한사발이면 오늘 하루 부러울 게 없다. 집에 가져가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 한 모씩 진공포장하여 판매도 한다. 한 모에 4,000원이다. 유전자 변형(GMO)이나 수입산이 한 톨도 섞이지 않은, 곡성지역 농가에서 자연산 퇴비로 키운 서리태만을 쓴다.

-내고향 시장 팥죽


자신이 직접 재배한 팥을 가마솥에서 끓여내 걸쭉한 국물의 진한 팥 맛이 일품이다. 팥과 함께 씹히는 칼국수의 매끄럽고 쫄깃한 질감이 음식은 먹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임을 실감케 한다. 맛 만큼이나 그릇도 깊어 한 그릇에 행복한 포만감이 가득찬다. 포장 주문을 할 경우 팥죽의 맛을 지켜내기 위해 칼국수와 팥죽 국물을 별도로 싸준다. 집에서는 가져간 팥물과 칼국수를 한데 넣고 한소뜸 끓이기만 하면 시장의 맛이 안방에서 되살아난다. 시장 내 먹거리 장터에 있다.

-아맛나 찐빵


주인장은 '대한민국 최고의 찐빵'이라고 자부하고, 먹어본 자는 엄지척으로 인정하는 맛이다. 빵과 팥앙금의 배합이 적당한 균형을 이뤄 어디를 베어 물어도 담백하고 감미로운 맛을 똑같이 느낄 수 있다. 말랑말랑한 보드라움은 다음날까지 살아 숨 쉰다. 꽈베기와 찹쌀도너스도 찐빵에 뒤질세라 인기가 많다. 4개들이 한 봉지에 3,000원이다. 시장 내 먹거리 장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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