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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의 삶 장터의 맛 <7> 완도5일장
"전통시장이 마트하고 같으면 쓴다요…"
-지정된 날에만 ‘헤쳐모여’식으로 장이 서는 완도5일장은 옛날 보부상들로 형성되던 전통시장의 원형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동백꽃을 노래한 많은 시 중에서도 김용택 시인의 ‘선운사 동백꽃’을 골랐다. 동백꽃도 이 악물고 시린 밤을 견디다 ‘남몰래 엉엉 운다’고 믿기 때문이다.-

-“처음 노점을 시작 할 때만 해도 이번에 팔지 못하면 쟁여 놓았다 내년 계절에 팔고, 또 그 내년에 팔면 됐다. 그래도 마진이 좋았다. 인자는 그리 못한다.”-

-“사천원에 시집보내버려. 앵긴대로 팔아야지. 그럼 한 단 더 살께”라는 손님 할머니의 말에 난전 할머니는 “이거 양념하시오”라며 쪽파 한 움큼을 더 얹어 ‘앵긴대로’ 팔았다.-

-파장 무렵이 되어가자 어물전의 상인은 빠꼼빠꼼 숨을 쉬는 선홍색 참돔 10마리를 한 소쿠리에 담아 떨이 가격으로 5만원을 불렀다.-
입력시간 : 2017. 12.08. 00:00


주체할 수 없는 이 흥을 어찌하랴. 굴이며 반지락·물김·톳 등을 팔던 노점 아주머니가 카메라를 보더니 벌떡 일어나 덩더쿵 춤사위를 펼친다.
완도5일장은 장터가 따로 없다. 장터가 곧 길이고 길이 곧 장터인 까닭이다. 장이 열리는 5일자와 10일자에 길은 장터가 되고, 장이 파하면 길은 자연스레 일상으로 돌아간다. 장이 서면 길이 소멸하고, 길이 서면 장이 소멸한다.

'완도군 농어민문화체육센터'건너편 동백아파트 뒤편에서 부터 장보고대로 옆 성광교회 앞까지의 700여m에 이르는 개포로가 주인공이다. 개포로를 주 무대로 삼아 동네로 스며드는 주변의 샛길이 모두 장터를 겸한다.

길과 장터가 순환하는 완도 5일장에는 여느 시장과 달리 장옥이 없다. 장옥이 없다는 것은 노점이나 난전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지정된 날에만 '헤쳐모여'식으로 장이 선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 점에서 완도5일장은 옛날 보부상들로 형성되던 전통시장의 원형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농어민문화체육센터에 주차하고 청해진서로를 건너면 장터의 들머리와 날머리를 겸하는 개포로 초입에 들어서게 된다.

◆ 동백꽃 피는 시장

들어서는 길, 오른편 야트막한 언덕빼기에 동백이 짙푸른 잎 사이로 숨바꼭질하듯 붉은 꽃망울을 터트렸다. 동백의 붉은 단심은 수줍은 열정이 토해내는 신열처럼 뜨겁고 단아하다.

동백꽃은 '나무에서 한 번, 땅에 떨어져서 한 번, 마음속에서 또 한 번', 이렇게 세 번 핀다고 했다. 그 중에서도 세 번째 개화가 화개일 것이다.

시 한 수 읽고 갈 일이다. 시가 있는 전통시장도 꽤나 괜찮을 성싶다. 시를 읽다 화개에 든다면 무얼 더 바라겠는가.

동백꽃을 노래한 많은 시 중에서도 김용택 시인의 '선운사 동백꽃'을 골랐다. 동백꽃도 이 악물고 시린 밤을 견디다 '남몰래 엉엉 운다'고 믿기 때문이다.



여자에게 버림받고

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

맨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

이 악물고

그까짓 사랑 때문에

그까짓 여자 때문에

다시는 울지 말자

다시는 울지 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뒤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



완도5일장의 어물전은 신선도와 저렴한 가격으로 유명하다.


◆ 몸빼도 패턴이 바뀐다

완도 5일장에는 노점 옷가게가 많다. 장터의 중심가도라 할 수 있는 개포로의 전 구간에 옷가게가 늘어섰다. 노점 옷가게의 주요 고객으로는 외국인도 빼놓을 수가 없는데 완도5일장도 예외는 아니다.

40대 초반의 외국인 여성 둘이 노점 옷가게의 패딩 잠바를 꼼꼼히 살펴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국의 추위가 그녀들의 하얀 얼굴에 텃세를 부렸고, 그녀들은 목도리를 끌어당겨 코와 입을 가렸다. 브라운색상의 비니 털모자를 쓴 키 큰 여성이 만 원짜리 지폐 석 장을 내민 뒤 총총걸음으로 가던 길을 갔다.

"아, 외국인만 찍지 말고 나도 한 장 찍어 주시오" 옆에 있던 훤칠한 외모의 노점 옷가게 주인이 자기도 사진 한 장 찍어 달라며 웃었다. 광주가 고향이라는 홍성배(56)사장은 17년 전 생리대로 유명한 대기업의 호남 총판을 하다 '말아 먹고' 노점 의류상을 시작했다고 했다.

처음 노점을 시작 할 때만 해도 이번에 팔지 못하면 쟁여 놓았다 내년 계절에 팔고, 또 그 내년에 팔면 됐다. 그래도 마진이 좋았다. 인자는 그리 못한다. 패턴과 유행이 자주 바뀌고 소비자들도 유행에 민감하다. 몸빼도 패턴이 바뀐다. 가능하면 손해를 보더라도 그때그때 팔아야 한다. 그가 느끼는 재래시장 옷가게의 세월 속 변화다.

아내와 함께 완도5일장과 해남남창장, 영광장, 신안지도장 등 네 군데 장을 돈다는 홍사장은 "카드 결제도 되고, 교환은 물론 환불도 해주기 때문에 허접한 제품은 팔지도 못 한다"면서도 "전통시장은 허술하고 낭만이 있어야지, 마트하고 같으면 쓴다요"라고 했다.

◆ "앵긴대로 팔아야지"

김장철을 맞아 완도5일장에도 무와 배추가 이곳저곳에 놓여 손님을 기다렸지만 장옥이 없는 탓에 소규모 난전위주로 펼쳐졌다. 열무는 한 단에 5천원, 배추는 한 포기에 2천500원을 호가했다.

장터 4거리 모퉁이에서 난전을 펼친 80대 할머니와 할머니만큼 나이 들어 보인 손님 할머니 간에 열무 가격을 놓고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둘이는 서로 아는 사인 갑다. 손님 할머니가 8천원에 열무 2단을 달라했고, 난전 할머니는 '한 단에 오 천원이랑께'로 맞섰다. "사천원에 시집보내버려. 앵긴대로 팔아야지. 그럼 한 단 더 살께"라는 손님 할머니의 말에 난전 할머니는 "이거 양념하시오"라며 쪽파 한 움큼을 더 얹어 '앵긴대로' 팔았다.

건너편 족발집 앞 난전에서는 물김과 파래도 나오고 까만 생 톳도 나왔다. 생 톳은 검은 비닐봉투 한 봉지에 1만원에 팔렸고 물김은 한 움큼에 3천원, 파래는 2천원에 거래됐다.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듯한 냉이와 달래도 나왔고 이들 봄나물은 한 되박에 3천원을 불렀다.

짧은 겨울해가 중천을 지나자 장은 한산해지고, 젓갈가게 여주인이 팥죽을 시켜놓고 이웃한 야채상 아주머니를 불렀다. 야채상 아주머니가 "물건도 못 팔았는디, 벌써 점심시간이다요?"라면서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의류 노점상 홍성배사장은 자신이 입은 오리털 패딩 조끼가 2년이 넘도록 입어도 털이 빠지지 않는다며 시장의 옷도 품질이 우선이라고 한다.


◆ '문어가 사는 자동차'

섬 시장인 완도5일장은 당연하듯 어물전이 강점이다. 장이 서는 날에는 상설시장인 중앙시장의 상인들도 이곳에 나와 난전을 펼친다. 주낙배로 직접 잡았다는 말린 간재미는 6마리가 2만원에 팔렸고, 반지락은 5천원과 1만원 어치씩으로 양을 나눠 팔았다.

파장 무렵이 되어가자 어물전의 상인은 빠꼼빠꼼 숨을 쉬는 선홍색 참돔 12마리를 한 소쿠리에 담아 떨이 가격으로 5만원을 불렀다.

광주에서 왔다는 30대 초반의 새댁이 한 마리에 3만원하는 왕문어를 사며 '비닐봉지를 잘 묶어 달라'고 몇 번이나 신신당부했다. 그녀는 "저번에 차안에서 문어가 봉투 밖으로 기어 나와 의자 밑으로 들어가는 통에 혼났다"고 했다. 상상만으로도 황당함이 충분한 '문어가 사는 자동차'다.

트럭에 싣고 다니며 파는 '꼬막, 왕꼬막! 건강에 좋은 왕꼬막! 진짜 맛있는 여수 왕꼬막!'도 5㎏에 1만원이라며 스피커를 울렸다.

완도 5일장에는 각각 2층으로 지어진 원뿔 형태의 건물과 팔각형 건물 두 동이 유일한 장옥으로 마주하고 있다. 고대 성곽의 한 부분을 연상케 하는 원뿔 건물은 대장간 건물이고, 건너편의 팔각형 건물은 식당과 주점이 들어섰다.

◆ 대장간과 옛날식 다방

대장간에는 벼린 칼이며 낫, 도끼 등의 날이 희멀겋게 섰는데 화로의 숯불은 불기운이 다해 가물거렸다. 대장장이 남금옥(57)씨는 "건목(연장의 형태만 겨우 갖춘 물건)을 가져온 뒤 완제품을 만들어 파는데 요새는 조새가 그나마 잘 나가는 편에 속한다"면서도 "값싼 중국산에 밀려 찾아오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했다.

그는 대장간의 전 주인이 병으로 드러누우며 '잠깐만 맡아 달라'고 해서 일하고 있는데 '잠깐'이 벌써 7년째라고 했다. "모루와 망치만 있으면 옛날엔 밥 먹고 살았다"는 남씨의 말이 사그라지는 화롯불처럼 흔들렸다.

시장을 둘러보다 '다방'이라고 쓰인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가수 최백호의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이 저절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곳에 '도라지 위스키'는 물론 '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이 있을 리 만무했다. 마담대신 전기장판에 누워있던 60을 넘긴 여사장이 부스스 일어나 직접 담았다는 생강차를 탔다.

아가씨 둘을 데리고 배달위주의 장사를 한다는 여주인이 말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완도읍에 다방이 120개 정도 있었어. 근데 지금은 예닐곱 개나 될라나."

여사장의 추억과 최백호의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는 같고도 달랐다.

조영석 시민전문기자 kanjoys@hanmail.net

"아~ 맛나!"-미원횟집



본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대장간 건너편에 8각형 건물의 '장터식당'이 있고 8각에 각각 하나씩의 가게가 들어섰다. 주점을 겸한 식당들이다. 낮에 본 팥죽이 생각나 들렸으나 재료가 동났고, 여사장은 '떨어지면 안 한다'며 5일 뒤에 오라고 잘라 말했다.

완도까지 왔다면 싱싱한 자연산 활어 회를 맛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횟집을 찾았다. 미원횟집은 시장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해변공원 건너편 음식특화거리에 있다.

감성돔과 참돔, 농어, 우럭은 자연산이고 광어와 전복은 양식을 사용한다. 이태연 사장은 "수족관에 오래 두지 않고 2~3일 만에 소비할 수 있는 양만 수협 위판장에서 가져 오기 때문에 회가 싱싱하다"고 했다.

회는 푸짐상과 알뜰상으로 나눠 파는데 기본안주만 다를 뿐 회의 양은 동일하다. 감성돔과 참돔, 우럭 등 자연산은 알뜰상의 경우 4인 기준 9-10 만 원 선이다. 푸짐상은 2-3만원이 더 비싸다.

미원횟집의 특징은 회를 먹고 난 뒤 생선머리와 뼈로 끓여낸 '생미역 맑은매운탕(지리탕)'에 있다. 생미역이 아삭한 씹는 맛은 물론, 생선의 비린 맛을 잡아주면서 동시에 깊은 맛을 더한다.

완도5일장에서 차로 5분거리에 있는 완도타워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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