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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칼럼-김동하의 도시 풍경 이야기
사라져 가는 장소들
입력시간 : 2018. 03.20. 00:00


계림7구역 재개발 예정지.
장소라는 말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그것은 공간이라는 물리적인 실체와 함께 행위와 사건들이 모여서 기억되는 곳이다. 일상 속에서 일터와 집은 우리 삶을 담는 그릇으로 역할하는 공간으로 존재하지만, 그 곳에서 일어나는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면 장소가 되고 그 곳에 오래 뿌리내릴 때 비로소 완성된다.

도시라는 장소는 자연상태인 대지로 존재하던 곳에 사람들이 하나 둘씩 들어와 정주하면서 군락을 이루었다. 옹기종기 모이면서 길을 내며 소통하고, 형편에 맞게 집을 지으며 가족 단위의 영역에서 이웃하며 마을을 만들었다. 한 그루의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며 아름다운 환경과 풍광을 이루듯이, 집과 땅에 대한 세월의 기억과 켜가 쌓여 주거지들이 어울러지며 마을이 되었다. 여러 동네의 풍경이 다시 도시 공간을 이룬다. 대개 한 마을에 사는 이들은 비슷한 정서를 가지며, 환경을 만들어 나간다. 그러면 우리 도시의 장소성과 경관은 어떠한가?

현대 도시의 주거형태로 절반 이상인 아파트는 언제부터인지 누구에게나 적합하고 당연하게 인식하고 있다. 급속한 근대화 시절부터 정부의 주택보급, 중산층 수요자의 주거지 확보, 건설사의 영리가 삼박자 되어 이토록 짧은 시간에 도시가 격변한 사례가 또 있을런지. 간혹 위성사진을 둘러보며 아파트 단지로 재개발된 도시의 파편을 보고 있자면, 오랜 시간 지켜온 장소와 흔적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거대 단위로 잘라내서 직사각형의 상자가 직선을 통해 남향으로 줄줄이 배치된 요새와 같다. 마치 전자기기 회로판과 같이 일정하게 배열된 차가운 느낌을 받는다. 재개발이라는 어마한 작업들이 공간을 층층이 쌓으며 우리에게도 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주었다는 데 그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지 재고할 여지가 있다. 이제는 인구가 감소하며 핵가족으로 분화되는 시점에서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본디 우리의 주택은 저층으로 마당을 중심으로 온돌방을 이루던 것이, 서양의 입식문화와 보일러 게다가 엘리베이터라는 수직 이동이 보급되면서 고층화되었다. 단독주택에서 강력한 요소는 마당이다. 거실 내부에서 마당은 외부공간이며, 담 넘어 외부에서는 사적인 공간이다. 이 장소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는 공간이며, 삶의 이야기가 가득한 곳으로 자연의 햇살과 여러 행위를 추억하는 곳이다. 또한 담 너머 골목은 공적인 장소로 이웃과 마을을 만나는 곳이다. 반면 주택의 마당을 대신하여 아파트의 유일한 외부공간으로 발코니에서 이루어진 행위는 한정되어 있다. 포근히 비가 내리는 소리를 고층 베란다에서 거대한 주차장을 내려다보며, 소리를 눈으로 밖에 볼 수 없는 공간체계에서 산다.

이 도심도 재개발구역으로 곳곳이 지정되며, 오랜만에 가보면 그 동네가 사라지고 수십 층이 하늘로 치솟아 자리잡고 있다. 오래된 장소가 낡고 쓸모가 없어져 새집의 형태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지만, 편리라는 단어가 곧 행복한 삶의 장소가 아니라 생각한다.

물론 '달동네의 미학'이나 '추억 속의 골목'과 같은 구도심의 주거지를 상투적인 글로 포장하기에는 현실은 그리 녹녹지 않다. 차가 들어오기 힘들어 긴 거리를 걸어야 하는 불편함과 추운 겨울 단열이 열악한 오래된 주택은 어찌해야 하는가. 정부는 주거환경 개선지역으로 도시재생의 형태를 말하고 있지만, 그것이 시행되기도 전에 재개발은 더 발 빠르게 움직이며 도시조직을 바꾸고 있다. 문제는 개발의 논리만으로 인간적인 정주지들이 오랜 기간 가지고 있던 성격을 회복할 수 없을 만큼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린 장소의 상실인 것이다. 문득 우리 주거의 절반이상이 아파트라는 형태에서 살고 있는 지금 세대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지 궁금해진다.

아뜰리에38건축도시연구소장.광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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