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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side칼럼-김요수의 꾸브랑 나브랑-탈을 쓴 사람들
입력시간 : 2018. 04.03. 00:00


집에서는 그렇게 살갑고 말없던 사람이 예비군복만 입으면 거친 몸짓으로 언저리를 못살게 굴고 쌍스런 말로 거슬리게 하는 사람 있다. 자기도 모르게 분위기에 휩싸여 자신의 밑바탕(본질)을 잊어버린다. 집이나 회사에서 주어진 구실(역할)과 예비군 훈련에서 맡은 바를 다르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간혹 평소에 쌓인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달래는데 핑계일 뿐이다. 스트레스는 낯선 환경에서 느끼는 정신과 신체의 긴장상태를 말하는데 예비군 훈련은 결코 적응하기 어려워 짜증낼 일은 아니다.

사는 집은 깔끔하다 못해 으리으리한데 자기가 일하는 공장은 지저분과 어지러움으로 가득한 사람 있다. 집은 가지런해야 하고, 공장은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다른 잣대를 가지고 있으니까. 집에서 가지고 있던 '바름'을 공장에서는 '잃은' 게 아니라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간혹 공장은 '원래 그런 곳'이라고 못 박아 말하지만 원래 그런 일은 없다. 원래(元來, 原來)는 처음을 가리키는데 공장이 본디 지저분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점잖고 멋있음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워할 사람이 어려움에 처하면 억세고 괄괄해지는 사람 있다. 규칙은 던져버리고 상대의 흠집만 끄집어내어 따진다. 어려움이 자신의 정체성을 잊게 만들기 때문이다. 간혹 '나를 무시해서'라고 둘러대는데 원칙 앞에서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 예외는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天災地變)에서나 생기는 일이다.

연극에서 맡은 역할이 있듯이 삶에서도 제가끔 자기의 구실이 있다. 공부한 사람들은 이를 '페르소나'라고 부른다. 페르소나는 연극배우가 쓰던 탈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지금은 사람의 본성이나 구실(역할)을 말할 때 쓴다.

맡은 배역에 깊이 빠져들다 보면 연극을 벗어나서도 쉽게 그 역할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성직자의 배역을 맡았으면 일상에서도 의젓하고 번듯하게 베푼다. 악마의 역할을 했으면 만남의 자리에서도 악마의 흉내를 낸다. 그 빠져듦을 이해는 한다. 그렇다고 한없이 자신의 생각을 팽개치고 줏대 없이 페르소나에 빠져서는 안 된다.

직업에서도 마찬가지다. 회사에서 지시를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은 가정에서도 지시를 하고, 친구들을 만나도 지시를 한다. 회사에서 업무추진비로만 밥을 먹는 사람은 회사를 떠나서도 자신이 먹은 밥값 내는 일을 잊어버리고, 밥 살 줄을 모른다. 회사에서 대충 일처리해도 월급이 나오는 사람은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도 눈치만 보다가 대충 일처리를 한다. 직업 속의 역할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일이다. 역할이든 역할을 벗어났든 어느 한 쪽에서 제 모습을 감추는 일이다. 탈을 쓴 거짓의 삶이다.

외교용어에 페르소나 그라타(persona grata)가 있다. 평판 좋은 외교관을 말한다. 반면 외교관으로 임명을 하고 상대 나라에 동의(아그레망)를 물었을 때 거절당하는 경우도 있다.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다. 상대국가에서 그 사람이 마땅하지 않다고 거부하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서 외교에 좋은 성과를 낸다.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잘 이끌어 남북교류를 이끌고, 전쟁의 분위기를 막았다. 여러 외교의 성과에도 오래된 폐습(나쁜 버릇)은 쉽사리 없어지지 않는다. 폐습이 관행이란 이름으로 이미 우리 몸에 배어들어 있고, 폐습이 몸에 배인 사람이 아직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까. 폐습은 버리고, 잘못은 파헤쳐 그에 걸맞은 벌을 주어야 맞다.

과거의 잘못을 파헤치면서 지금 우리의 잘못도 살펴서 바꿔야 한다. 우리의 현재 모습은 과거에 살아온 우리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미래를 올바르게 꾸려가려면 지금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우리의 미래는 지금의 우리 삶이 원인일 테니까. 지금이 우리를 돌아보고 바꾸어서 '양심과 염치의 시대'로 이끌어가야 할 가장 좋은 때다.


제 노릇을 못하면서 큰소리치는 사람들을 보았을 때 옛 어르신들이 하던 말이 떠오른다. '지 구실도 제대로 못함서, 씨부렁거리기는?'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전략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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