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트위터 youtube
탑뉴스 정치 지방자치 경제 지방경제 사회 국제 문화 전남뉴스 구청뉴스 오피니언 사람과생활
탑뉴스
정치
지방자치
경제
지방경제
사회
국제
문화
전남뉴스
구청뉴스
오피니언
사람과생활
장터의 삶, 장터의 맛 <12>화순고인돌전통시장- "장터에 흐르는 모정의 세월 "
비닐봉지에 담아 냉동시킨
항강쿠는 엉겅퀴를 닮았으나
아들은 항강쿠가 따로
있다고 믿었다. 어머니는
엉겅퀴를 알지 못했고,
아들은 항강쿠를 알지 못했다.
호남권의 군 단위 전통시장
입력시간 : 2018. 04.20. 00:00


산이 물을 내고, 물이 산을 키우는 화순의 장은 약초와 특용작물로 차별성을 갖는다.
노점의 할머니가 엉겅퀴를 가르키며 '항강쿠'라고 하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항강쿠…'

어머니는 해마다 봄이 되면 산에 나가 항강쿠를 뜯으며 도회의 아들을 생각했다. 살짝 데친 항강쿠를 냉동시켜 주먹만 한 크기로 비닐봉지에 담아 보내곤 했다. 항강쿠가 엉겅퀴를 닮았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들은 항강쿠가 따로 있다고 믿었다. 어머니는 엉겅퀴를 알지 못했고, 아들은 항강쿠를 알지 못했다.

"얘야, 봄날 된장국에는 항강쿠만 한 것이 없다. 산에서 내가 캔 것이다!"

항강쿠 된장국은 잎사귀의 가시가 주는 식감으로 까칠했지만 향기만은 봄 산의 냄새를 옮겨 놓은 듯 경이로웠다. 쉰을 넘기고서야 그게 엉겅퀴임을 알았다. 된장국에서 나오는 냄새가 항강쿠 향이 아니라 늙은 엄니의 냄새라는 것도 그때서야 깨달았다.

"요즘은 항강쿠도 재배해. 근데 이것은 내가 산에서 직접 캔 거여. 된장국에 넣어서 잡숴봐. 얼매나 맛있다고." 노점 할머니 말씀이 노모를 빼닮았다.

항강쿠 1봉지를 2천원에 샀다. 어머니께 전화 드려야겠다. 올 봄에는 항강쿠를 보내지 않아도 된다고. 아니다, 항강쿠 좀 보내달라고 해야겠다. 노모는 즐거움으로 만사 제쳐놓고 산으로 달려갈 것이다.

'말표신발' 가게의 양용만사장(62)은 가게 간판에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화순고인돌전통시장에서는 상인실명제 차원에서 점포마다 가게 주인의 사진을 간판 홍보물로 이용하고 있다. 대부분 나홀로 모델이다. 대부분 활짝 웃고 있으나 더러는 웃는 것이 멋쩍어 웃을 듯 말 듯인 표정도 내걸렸다.

고구마 씨종자


◆ 어머니 사진을 내건 이유

말표신발 가게의 간판에서 어머니는 웃지 못했다. 아들은 어머니 어깨에 손을 얹어 사람 좋게 웃었지만 어머니는 카메라가 낯설었고, 어머니가 자랑스러운 아들 앞에서 미안했다. 시계바늘을 반세기만 거슬러 돌린다면 아들의 어깨에 손을 얹은 뒤 다정히 웃고 있는 어머니의 표정을 담을 수 있겠지만 세월은 모자의 위치를 바꿔 놨다.

다른 가게와 달리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을 간판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유를 듣고 싶었다. "어머니가 아버지를 잃고 스물세 살 때부터 장터에서 신발 장사를 하셨어요. 올해로써 64년째네요. 저하고는 40년을 같이 했고요. 당연히 어머니가 주인공이 되셔야죠."

그런 어머니가 기어이 드러눕고 말았다고 했다. 지난달 중순 장터를 지키던 어머니가 종이 박스를 깔고 주무시다 하반신이 마비되셨다며 양씨는 말끝을 흐렸다. "집에 들어가셔서 주무시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양씨는 이제 어머니 없는 장터를 홀로 지켜야 한다. 양씨가 보고 싶은 것은 신발 사러 오는 손님이 아니라 장터를 그리워하고 계실 어머니다. 양씨는 어머니의 낡고 오래된 자리가 가게의 전부처럼 크게 느껴진다고 했다. 아들에게 어머니의 자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는 마법같은 존재다.

화순고인돌전통시장은 2년 전인 2016년 화순전통시장에서 현재의 이름으로 개칭했다. 세계문화유산인 화순고인돌 유적지를 홍보하기 위해서다.

호남권의 군 단위 전통시장 중에서는 규모가 제일 크다. 2000년까지만 해도 1.3.6.8일에 개장하는 3일장이었으나 대형 할인마트 등이 들어서면서 3일과 8일에 개장하는 5일장으로 바뀌었다. 또 2015년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선정, 매주 금·토요일에 야시장을 개장했으나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다.

토란의 씨종자. 하얀 뿌리를 혀처럼 내밀어 대지를 갈구하고 있다.


◆ 명품 가득한 원산지 '화순'

점포 주인 72명, 노점상 210명 등이 시장 상인회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여기에 화순관내 농사짓는 할머니 300여명이 자신의 소출을 가지고 나와 난전을 펼치는 형태다.

상인회 박두진 회장(50)은 "2000년 초부터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매년 10%이상씩 매출이 줄어드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도 "시장의 주 고객이 60-70대이지만 상인들은 40%정도가 40-50대로 채워질 만큼 젊어지고 있어 미래의 전통시장이 결코 어둡지만은 않다"고 했다.

장터의 세대교체가 일어나면서 대형마트나 인터넷쇼핑몰과 경쟁할 수 있는 전통시장만의 문화가 조금씩 싹트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에는 산 좋고 물 좋은 지역의 특성이 고스란히 배어난다. 안양산과 모후산, 백아산, 옹성산 등이 물을 내고, 동복호와 주암호, 도곡 온천 등은 산을 키운다. 화순이 '호남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이유다. 특히 모후산은 우리나라 고려인삼의 최초 재배지로 지금도 가끔씩 산삼이 발견되는 곳이다. 약초와 특용작물이 여느 시장과 다른 강점이다.

당연히 논농사보다는 밭농사 위주다. 그 중에서도 콩과 깨는 전국적으로 알아주는 작물이다. 콩으로 두부나 두유를 만들거나, 깨로 참기름을 가공하려면 원산지 '화순'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화순고인돌전통시장은 인접한 광주시민들이 즐겨 찾는 시장 가운데 하나다. 넉넉한 장에서 넉넉한 마음으로 구경하는 게미가 쏠쏠하다. 규모는 크지만 위압적이지 않고, 장 구경은 부담감으로 물건을 사지 않아도 될 만큼 편하다.

자연산 두릅


◆기쁨도 덩달아 덤이 되고

광주에 사는 정혜윤씨(47)도 장 구경을 겸해서 시장에 들렸다. 정씨가 난전의 할머니 앞에 앉았고, 할머니 앞에는 할미꽃이 뿌리 채 다발로 놓였다. 정씨가 할미꽃 10뿌리를 5천원에 샀다. 할머니는 "요즘 할미꽃을 약재로 사가는 사람들이 많다"면서도 어디에 좋으냐는 물음에는 "사가는 사람들이 뭐라 하던데, 나는 잘 몰라" 라고 했다.

쪼그려 앉은 정씨가 쟁반위에 놓인 두릅에도 관심을 보였다. 쟁반에는 두릅 새순이 얼추 30여 촉이 담겼다. 할머니는 산에서 직접 땄다고 했다. 거짓말하겠느냐고도 했다. 옆에서 버섯을 팔며 지켜보던 할머니가 "조금 더 주고 팔 수 있을 때 팔아버려"라고 거들었다. 두릅을 팔던 할머니가 쟁반에 두릅 너 댓 개를 기꺼이 더 얹었고, 정씨는 기꺼이 1만원을 내밀었다. 덤은 두릅만이 아니다. 장터의 기쁨도 할머니와 아낙의 마음에 덤으로 얹혔다.

장은 봄 잔치로 활기차고 분주했다. 쑥,취,두릅, 돌나물, 머구대, 고사리, 불미나리 등 각종 봄나물이 한 걸음 건너마다 장을 펼치고, 감자·고구마·생강·토란 등의 씨종자는 혀 같은 하얀 뿌리를 내밀어 대지를 갈구했다. 혀가 대지에 닿아 튼실한 뿌리가 되는 날, 세상은 다시 새로워질 것이다.

장터 한 귀퉁이에서는 작은 가축장이 펼쳐졌다. 토끼는 토끼끼리, 고양이는 고양이끼리, 강아지는 강아지끼리 그렇게 끼리끼리 서로 몸을 맞댄 채 자신의 체온을 내어주고 상대의 체온을 받았다. 까만 눈썹아래 까만 눈이 반짝이는 진돗개 새끼 3형제도 시장에 나왔다. 주인 아주머니는 선물용으로 좋다며 강아지 한 마리당 1만5천원을 불렀다. 젖 빨던 어미를 잊지 못하는데, 형제간에도 헤어져야 하는 강아지의 눈빛이 그저 선하다. 강아지의 입장에서 보는 세상은 아프다.



◆ 추억으로 가는 과자의 향연

노점의 꽃가게에서는 젊은 아낙과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간에 백합뿌리 한 개의 덤을 놓고 흥정이 붙었다. 팻말에는 '3개 5천원'이라 쓰였고, 아낙은 짝을 맞춰야 한다며 5천원에 4개를 요구했다. "1만원에 6개를 사면 한 뿌리 더 주겠다"는 할아버지의 제안은 실현되지 못한 채 아낙의 요구대로 흥정은 끝났다.

골목길처럼 이어지는 상가의 반찬가게에서는 가격표시제로 팔았다. 아가미젓갈과 낙지젓·칠게젓·바지락젓 등은 5백 그램 한 통에 5천원의 가격표시가 붙었고, 명란젓은 6천원이라고 써 붙였다. 김치와 갓김치는 3천원에 팔았다.

반찬가게에는 파김치·열무지·양파지·오이지·미나리김치·고추 장아찌·깻잎절임 등 30여 가지의 각양각색 형형색색 반찬들이 다투어 피는 봄날의 꽃처럼 만개했다.

수제과자 좌판 앞에서는 아이들의 뒤를 엄마가 따랐다. 화순읍에 사는 김영수(12)·영호(10) 형제도 엄마 손을 잡고 시장에 나왔다. 반찬가게를 나온 엄마를 형제가 과자점으로 이끌었다. 과자점에서는 20여 종류의 과자를 골라 담도록 하여 무게를 재어 팔았다. 과자점은 어린 형제에게 꿈같은 향연으로 펼쳐졌다. 형제는 모를 것이다. 세월이 흘러가도 전통시장에서 경험하는 과자의 향연이 흐르지 않은 시간으로 그들에게 남겨질 것임을. 그들의 어머니와 함께. 조영석 시민전문기자 kanjoys@hanmail.net

초벌구이 떡갈비와 숙성중인 돼지고기


'아~맛나!'

왕언니 수제떡갈비

손정례 사장(65)이 개발하여 '군불피그베큐'이름으로 특허 받은 떡갈비다. 시장에서 구입한 국산 돼지고기의 앞·뒷다리를 섞어 사용한다. 양파와 마늘 등을 섞어 다진 돼지고기를 반죽처럼 재어 24시간 이상 냉장 숙성 시킨 뒤 양념을 발라 숯불에 초벌구이를 한다. 야들야들 보드라우면서도 찰진 식감에 고소한 맛이 얹힌다. 특이한 것은 떡갈비를 야채 대신 구운 김에 양념을 적셔 싸 먹는다. 김과 떡갈비의 궁합이 퓨전처럼 서양요리를 연상케 한다. 떡갈비를 주문하면 청국장을 곁들여 나오는데 1인분에 1만원이다. 장날과 상관없이 상시 영업한다. 택배도 가능하다.

국내산 다슬기만을 고집하는 빈대떡마을의 다슬기 탕과 다슬기 전.


빈대떡마을 다슬기탕

화순 사평에서 나오는 국내산 다슬기만을 사용한다. 정정덕 사장(52)이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손으로 알갱이를 일일이 깐다. 기계를 이용하면 손쉽기는 하지만 다슬기의 영양분이 고스란히 빠져나가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 사장의 설명이다. 장을 쇠고 난 뒤 다음날 하루는 5일치의 다슬기를 까는데 할애한다. 다슬기 탕은 다슬기 특유의 검푸른 국물이 마치 다슬기 엑기스를 풀어놓은 듯 진하다. 부추를 넣어 끓이는데 쌉싸레 한 맛이 강하다. 탕에 든 다슬기의 양에 한 번 더 놀란다. 7천원이다. 다슬기 전은 핀 피자처럼 얇은데다 호박과 당근을 부재료로 듬뿍 사용하여 밀가루 반죽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1만원이다. 사전에 주문하면 다슬기 백숙도 가능하다. 장날이 아니어도 문을 연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기사 목록     프린트 화면     메일로 보내기     뉴스 스크랩    


이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독 자 의 견 제 목이 름작성일


사설 오피니언
무등칼럼 무등데스크
홈페이지 | 회사소개 | 편집규약 및 윤리강령 | 편집 자문위원회 | 독자위원회 규정 | 무등일보 사우회 | 행사안내 | 기자 이메일 | 청소년 보호정책
Copyright ⓒ 1996-2019. 무등일보(MoodeungIlbo) All right reserved. 개인정보취급방침
등록번호:광주아00187등록년월일:2015년 1월8일회장 : 조덕선발행 · 편집인:장인균 61234 광주 북구 제봉로 324 (중흥동, SRB빌딩) (주)SRB무등일보
기사제보,문의메일 : mdilbo@srb.co.kr긴급 대표전화 : 062-606-7760, 017-602-2126, 대표전화:606-7700 팩스번호 : 062)383-8765 광고문의 : 062)606-7772
본 사이트의 게재된 모든 기사의 판권은 본사가 보유하며, 발행인의 사전허가 없이는 기사와 사진의 무단 전재복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