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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행준의 예술거울과 미학렌즈-보이지 않는 눈
나는 볼 수 있지만 나를 볼 수는 없다
입력시간 : 2018. 08.10. 00:00


파놉티콘
선글라스에 가려 보이지 않는 눈은 더 거북하다.

보지만 보이지 않는다. 시선이 향하는 곳,

보고 있는 대상을 향한 섬세한 감정의 변화를 읽을 수 없으니 답답하다.

선글라스 너머의 눈은 내 답답함은 아랑곳 하지 않고

무엇을 보는지 알 수 없는 시선을 나에게 보낸다.

입의 표정으로 감정을 읽어보려 하지만

섬세한 변화를 알 수 없으니 눈을 가린 렌즈가 원망스럽다.

마스크 너머로 보이는 눈이 거북하다.

미세먼지 탓에 쓰는 걸 알지만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보는 그 눈이 거북하다.

표정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얼굴에는 중요한 감각기관과 표현기관이 모여 있다.

우리는 얼굴을 통해 보기도, 보이기도 하고 듣기도, 들리게도 한다.

마스크 뒤에서 웅얼거리는 말을 놓칠까 두렵기도 하지만,

입이 어떤 표정인지 알 수 없으니 그의 시선이 더 따갑다.

어떤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응대해야할지 모르겠다.

벨라스케스(1599~1660년)의 '시녀들'


내가 느낀 답답함은 진화의 시간과 연결된다. 일군의 심리학자들은 인간이 느끼는 아름다움에서 진화의 흔적을 찾는다.

이들에 따르면 생존에 유리한 환경이 아름답고, 풍경화의 주요 소재가 된다. 생존에 유리한 환경, 즉 아름다운 풍경이란 나는 볼 수 있지만 나를 볼 수는 없는 곳이다. 나는 상대가 잘 보이도록 앞이 툭 트여있고 상대는 나를 볼 수 없도록 은폐가 가능한 곳 말이다.

제시된 J. 컨스터블(1776~1837)의 풍경화를 보면 풍경화는 먼 곳까지 탁 트인 전망과 함께 나무, 나무 그늘, 바위 등 풍부한 은폐처를 갖고 있다. 이러한 지형에서 느끼는 안정감이 풍경화가 되었다. 반대의 경우, 즉 나는 은폐물이 없는 들판에 서 있고 주변에 천적이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미지의 장애물들로 채워져 있다면 나는 불안을 느낀다. 가시성과 비가시성의 불균형이 사람을 편안하게도 불안하게도 한다.



가시성과 비가시성의 불균형이 진화의 시간에는 생존의 문제였다면 역사의 시간에는 권력의 문제가 된다.

M. 푸코(1926~1984년)는 권력 문제에서 가시성과 비가시성을 파놉티콘(Panopticon) 구조물에서 다룬다. 파놉티콘은 모두를 뜻하는 Pan과 봄을 뜻하는 Opticon의 합성어인데, 모두 보임 구조라 할 수 있다. 파놉티콘은 효율적인 감옥의 구조로 고안된 것인데, 원형 건물의 중앙에 감시탑이 있고, 빙 둘러서 감방이 있는 구조이다. 각 감방에는 죄수가 1명씩 수감되는데, 죄수는 옆 감방을 볼 수 없고 감시탑 내부를 볼 수도 없다. 파놉티콘은 감시탑에서 모든 죄수들이 보이는 일망감시체계이다. 한 명의 감시자가 모든 죄수를 감시하기 때문에 효율적인데, 한발 더 나아가 감시자가 없어도 죄수들은 모르기 때문에 감시체계는 유지된다.

푸코는 D. 벨라스케스(1599~1660년)의 '시녀들'도 가시성과 비가시성 문제로 접근한다. 시녀들의 왼편에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있고 오른쪽에는 공주와 그녀를 수행하는 시녀들이 있다. 그런데 그림 안에서 그림을 그리는 작가는 정작 공주와 그 일행을 그리지 않고 화면 밖을 보고 있다. 화면 밖에 화가가 그리려는 국왕 내외가 있는 것이다. 벨라스케스가 화면 밖에 있는 국왕 내외를 그리고 있다는 것은 중앙의 거울을 통해 알 수 있다. 거울에 흐릿해진 국왕 내외가 보인다.
J. 컨스터블(1776~1837)의 풍경화


시녀들은 국왕 내외의 시야를 그리고 있다. 국왕 내외가 되었다고 생각하며 그림 앞에 서보자. 국왕 내외를 그리고 있는 화가, 그리는 장면을 구경하러 온 공주와 시녀들이 보인다. 이 그림은 국왕 내외의 시야를 보여주고 있지만, 국왕 내외는 보이지 않는다. 거울을 통해 암시만 되고 있을 뿐이다. 보이는 가시성과 보이지 않는 비가시성 사이에서 권력은 비가시성에 있다.

가시성과 비가시성의 긴장은 화면 전체를 지배한다. 첫째, 화면에 보이는 모든 것이지만 자신은 보이지 않는 왕과 왕비. 둘째, 화면의 모든 것을 보이게 하지만 보이지 않는 창문의 광원. 셋째, 모든 것을 보여주는 그림이지만 보이지 않는 그림 안 캔버스 등은 벨라스케스가 가시성의 필연적 조건으로서 비가시성을 명확히 의식했음을 보여준다. 물론 이러한 분석은 푸코의 해석(말과 사물, 민음사)에 따라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무엇인가가 보이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전제해야하는 조건은 그 필연성 때문에 의식되지 않는다. 근본적인 변화는 가시성의 전제인 비가시성을 의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작은 도둑은 드론 또는 몰래카메라로 사생활을 엿보겠지만 큰 도둑은 감시체계를 구축한다. 가장 의심 가는 큰 도둑은 권력집단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정보기관의 정보력도 정보화 시대의 감시체계에 비하면 장난 수준이다. 미국은 사람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높은 하늘에서 움직이는 모든 것을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지상에서 움직이는 모든 것을 녹화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동선을 역추적 한다. 만난 사람은 누구인지, 어떤 차로 움직였는지, 어디로 도주하였는지 명백하게 알 수 있다. 범죄자의 집 앞에서 잠복근무하는 경찰들의 이야기는 옛 추억이 될 가능성이 크다.

드론이 나타나 나와 시선을 교환할 수 있다. 나의 모든 것은 드러나지만, 상대는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 지 알 수 없다. 드론 기술이 발달하면 더 먼 거리 비행할 수 있게 되고, 드론을 포획해도 누구에게 죄를 물을 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일반화 될 것이다.

가시성의 불균형 때문에 발생하는 권력문제는 전면화 될 것이다. 국가권력이 개인을 감시하는 문제부터 자본권력이 개인의 소비 패턴을 파악하는 문제까지. 전자에서 후자로 갈수록 권력은 은밀해진다. 권력은 은밀해질수록 즉, 보이지 않을수록 치명적이다. 피지배자의 자발적 복종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쉽게 가장 은밀한 사생활이 노출될 수 있는 시대, 생활과 소비 패턴이 촘촘히 노출된 시대, 정치적 의사 결정이 조작되어 자유가 크게 위협받는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의 눈이 보이지 않으니 불편하다. 시민자유대학 교수



최행준은 전남대학교 철학과에서 미학을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대학과 다양한 교육기관에서 미술교육, 미술사, 미학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다. 광대와 기생으로서의 예술 개념을 넘어 진실을 표현하는 예술 개념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미지의복제와전송이자유로워진시대, 웹기반의직관적화면구성이 중요한 시대를 미학 또는 예술철학적 관점으로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전남대 코어 학술연구교수, 시민자유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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