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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side 칼럼-김현옥의 음악이 있는 아침 가구 음악 '그대를 원해요'
입력시간 : 2018. 08.21. 00:00


에릭 사티(1866-1925)
19세기 말 20세기 초, 드뷔시는 환상적이며 몽상적인 인상주의 음악으로 음악사에 한 획을 긋고 있었다. 세기의 판이 바뀌는 시점, 장 콕토의 영향을 받은 프랑스 작곡가들은 한편 무중력같은 드뷔시 음악에 반대하면서 단순하고 독특한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음악을 추구한다.

소위 프랑스 6인조(다뤼스 미요, 프랑시스 풀랑, 아르튀르 오네게르, 조르주 오리크, 루이 뒤레, 제르맹 타유페르)라고 하는 이 그룹은 에릭 사티(Erik Satie 1866-1925)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새로운 형태는 언제나 과거의 비판에서부터 시작되듯이, 드뷔시 뿐만이 아니라 독일의 바그너음악은 심각하고 현학적이며 과도한 감정을 요구하여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만들고, 엄숙하고 웅변적이어 숨이 막힌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바그너에 흠뻑 정신을 빼앗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래저래 지금까지도 욕을 먹고 있는 바그너다.

이들은 사티를 자신들의 정신적 지주로 삼고 독특하고 실험적인 작품을 주로 썼다. 과거에 대한 반항으로부터 시작된 사티의 음악은 매우 특유한 자신만의 언어로 '가구음악'이라는 장르를 만들었으며, 이는 오늘날 'BGM(Back Ground Music-배경음악)'의 시효가 되었다. 집안 한 구석에 앉아있는 가구처럼 있는 듯 없는 듯, 방해받지 않는, 흘려보내듯 담소에 배경이 되어주는 그런 음악을 지칭하는 말이다. 사티의 음악은 상상할 수 없는 독특한 제목에 3분이 넘지 않은 짧은 길이로 일체의 군더더기가 없다. 그의 음악을 '다이어트 음악'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포장되고 과장된 모든 것들은 가짜야, 진실은 가벼운 곳에 있는 것이야, 무겁고 버거운 인생 따윈 던져버려!'' 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그러니 내 햇빛을 가리지 마시오'라며 알렉산더에게 한 수를 던졌던 저 디오게네스처럼. 그저 따스한 햇빛 속에 낮잠을 즐길 정도의 음악을 추구했던 사티. 가볍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그러나 그만의 독특한 성향으로 20세기 미니멀리즘의 선구자로 불리운다.

앙상한 뼈를 연상할 만큼 간결하게 축소된 음악으로 그래서 감상에 어떠한 강요도 없다. '나는 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젊게 세상에 왔다'라고 자신의 운명을 요약했던 사티. 그는 엄숙함을 깨고 파격을 시도했던, 시대를 앞서가는 예술가였다. 존재하지만 존재감을 굳이 드러내지 않는, 곁에 두는 꼭 필요한 어떤 것처럼 조용히 흐르는 음악. 그래서 애써 에너지를 쓰면서 들을 필요가 없는 배경음악, 특별한 집중을 요구하지 않는 음악인 것이다.

그의 작품은 파격적이고 특이한 작품명으로 유명하다. '소크라테스' '휴식'을 더불어 '바싹 마른 태아' '불쾌한 개요' '야무진 데가 없는 전주곡' '자동기록' '엉성한 진짜 변주곡-개를 위하여' '까다로운 귀부인의 세 곡의 우아한 왈츠' '끝에서 두 번째 사상' '차가운 소곡집' ' '성가심' 등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뻔한 사물을 쓱 비틀어서 본다. 거기에 상상을 자극하여 해학을 더해 기발한 제목으로 주목을 받는다. 그러면서 음악은 단순하니 참 아이러닉하다.

흔히 클래식에서 볼 수 있는 고상함이나 무거움, 진지함 등도 찾아볼 수가 없으며, 또한 누구나 부담을 갖지 않는다. 가장 기발한 작품은 '성가심, 짜증, 괴로움'으로 번역되는 피아노곡이다. 한 페이지밖에 되지 않은 이 악보는 무려 840번을 반복하라는 지시와 함께 고요함 속에 진지한 부동성을 준비하라는 문구가 써있다. 이 작품은 사티가 죽은 40여년 후에 발굴이 되었으니, 사티 생전에는 물론 연주 된 적이 없다. 1963년 작곡가 존 케이지와 12명의 연주자가 릴레이로 초연을 했는데 연주시간만 무려 18시간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실제 우리나라 모 방송국에서도 이 곡의 연주를 시도한 적이 있다.

은둔형 외톨이었던 사티. 장 콕토를 만나면서 몽마르트 예술가들과 소통을 했지만 경제적으로 궁핍했던 그는 생계를 위해 카페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며 여생을 보냈다. '몽마르트 뮤즈'로 통했던 유일한 여인 쉬잔 발라동과 짧은 사랑을 하고, 그녀가 떠난 이후에는 27년 동안 누추하고 허름한 집에서 어느 누구의 방문도 허용하지 않으며 5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카페의 손님들이 자신이 치는 피아노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제 음악은 집중해서 듣는 음악이 아닙니다. 계속 말을 하세요 음악은 듣는 게 아닙니다'라고 말했던 일화는 그의 음악세계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혹독했던 여름은 물러날 생각에 섭섭하겠지만 서둘러 가을노래가 듣고 싶다. 아침저녁으로 가을이 문을 두드리는 이때, 해박한 음악적 지식이 없어도 되는, 부담없는 사티의 다이어트 음악은 어떨까. 추천음악. 에릭 사티의 '그대를 원해요'.

작곡가.달빛 오디세이 대표


김현옥        김현옥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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