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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에세이- 여행준비의 필수품 천 원짜리 지폐
입력시간 : 2018. 11.22. 00:00


김항조 광주관광협회 부회장

지난 3월 곧 찾아 올 봄을 만나지 못하고 우리나라를 떠나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는 나라 뉴질랜드로 여행을 갔었습니다. 눈이 부시도록 푸른 하늘, 낮게 드리워진 흰 구름, 넓은 대지 지루할 만큼 조용한 곳에서 멋진 한국 가이드를 만났습니다. 우리의 여행을 돕는데 필요한 지식이나 행동 가짐이 훌륭했습니다. 하루를 마치고 호텔로 들어가는 차 안에서 안내를 하며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를 여행하면서 팁으로 사용할 돈을 왜 미화 1불짜리로 바꿔가지고 오냐'고 물었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 아니겠냐'고 했습니다.

오래 전 중국에 갔을 때 팁으로 받은 천 원짜리 지폐를 모아 열장씩 묶어가지고 다니며 한국 관광객이 지나가면 지폐 묶음을 흔들며 '만 원','만원'하면서 바꿔 달라고 하는 모습을 종종 보았습니다. 의아해서 현지인에게 '천 원짜리 열장이나 만 원짜리 한 장이나 같은데 왜 바꿔달라고 하냐'고 물었더니, 천 원짜리 지폐는 은행에서 환전을 해 주지 않고, 만 원짜리부터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그 후부터 동남아나 중국 지역을 여행할 때는 우리나라 돈 천 원짜리를 넉넉하게 가지고 갔지만, 유럽이나 미주, 캐나다 그 밖에 다른 나라를 갈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미화 1불짜리를 바꿔 가지고 다녔습니다.

뉴질랜드 가이드의 느닷없는 질문이 궁금했습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팁으로 받은 사람들이 어떻게 사용하든 그건 생각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팁을 주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고 받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용하는가는 그들의 몫이라는 겁니다. 호텔 객실에 놓거나 짐을 들어다 준 사람들, 식당에서 서빙을 한 사람들에게 준 천 원짜리 지폐를 보고 이 돈이 어느 나라 화폐이며 그 나라는 어떤 나라인지 궁금해 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나라를 알리는 것이 아니겠냐고 하였습니다. 물론 지금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지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는 겁니다.

천 원짜리 한 장 두 장을 모아서 자기나라 화폐로 바꾸려고 노력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때로는 모아 둔 돈으로 대한민국으로 여행을 가고자 하는 마음의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입니다. 왠지 설득력이 있게 들렸습니다.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열심히 일을 해서 모아 두었던 천 원짜리 지폐가 해외여행의 첫 목적지로 대한민국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호텔에 들어갔는데 침대 시트 위에 담당 하우스 키퍼의 양머리 그림과 함께 '…, I hope you have a great time in Queenstown…'라는 메모지가 놓여 있었습니다. 순간 행복함과 설렘에 즉시 대한민국 지폐 천 원에 마음을 담았습니다. 짧은 영어 실력으로 메모도 남겼습니다. 이 순간 나의 기분은 하늘의 흰 구름이 덩실덩실 춤을 추며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 후 여행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외화 환전을 하면서 대한민국 천 원짜리 지폐를 깨끗한 것으로 넉넉하게 바꿉니다. 그 순간부터 여행의 설렘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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