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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평- 지긋지긋한 '당쟁(黨爭)', 이제 막 내리려나
입력시간 : 2018. 12.17. 00:00


토요일인 15일 오후 5개 정당이 전격적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극 검토하기로 함에 따라 단식농성을 벌여왔던 바른미래당의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의 이정미 대표가 열흘만에 이를 풀었다. 지난 역사에서 정치인의 단식은 여러 차례 있었다.

 대표적 예가 야당지도자였던 김영삼과 김대중이 벌였던 단식이다. 1983년 5월 5·18 3주기를 앞두고 시작한 김영삼의 단식은 이를 계기로 재야가 ‘민추협’으로 결집하는 계기가 되었다. 1990년 10월 단식했던 김대중은 ‘지방자치 실시’라는 성과를 얻어냈다. 군사정부를 상대로 투쟁하는 방법의 하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군소 야당인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이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었고, 반면 거대 정당인 여당(더불어민주당)과 제 1야당(자유한국당)은 짬짜미하며 이를 거부했던 것이다. 군사정권도 아닌 민주정권 시대에서 말이다.

 촛불혁명 이후 2017년 대선에서 모든 정당은 국민의 적극적인 정치참여 보완책으로 비례대표제의 개혁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당시 문재인 후보도 현재의 야3당이 주장하는 것과 비슷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주장했다. 이번에도 문 대통령의 ‘수용 입장’이 해결의 단초가 된 듯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국회의원과 비례대표 의원 수를 2대 1로 하여 국회의원 총선때 정당의 지지율에 따라 의석수를 나누자는 것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누고, 각 권역에서 나온 정당지지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원을 선출하는 제도이다. 두 개혁적 비례대표제는 결국 소선거구제에서 발생하는 최대 49%에 이르는 사표(死票) 방지, 특정지역 싹쓸이 방지, 다당제 정착으로 국회에서 토론과 협상문화를 활성화 하자는데 있었다.

 그런데 두 거대 정당의 거부 이유는 “대통령제에는 맞지 않다”“이 제도를 도입하려면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석에서 더 늘려야 하는데 국민이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내심은 이 제도가 군소 야당 의원 숫자는 늘어나는 반면, 거대 정당은 지금보다 의원 수가 줄어드는데다 양당제마저 고수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 급기야는 ‘단식’이 동원된 것이다.

 정당은 각기 다른 정강정책 때문에 정쟁(政爭)을 벌일 수 있다. 그러나 민주발전을 위한 일이라면 협상으로 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 정당은 미적거렸던 것이다.

 한국의 정당사(史)는 수많은 갈등으로 얼룩져 있다. 제 1공화국때는 이승만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위한 헌법개정 때문에 ‘해외 망명’이라는 종말을 보았고, 4·19혁명으로 집권한 민주당은 집권 신파와 야당 격이 된 구파의 갈등으로 1년만에 쿠데타를 맞았다. 3공화국때도 장기집권욕 때문에 박정희가 측근에게 피살되고, 군사정권까지 연장시켜 놓았다. 1980년대에는 5·18 민중항쟁과 6·10항쟁으로 국민이 민주주의를 되찾아 놓았으나 DJ와 YS의 대립으로 민주정부의 수립이 늦어졌다. 지난 2016년에도 테러방지법을 놓고 당시 야당인 민주당은 “야당탄압법”이라며 192시간 동안 필리버스터(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벌였다. 사회를 보던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모욕적인 언사도 서슴지 않았다. 정권이 교체되자 집권 민주당은 이 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처음 적용하기에 이르렀다. 민주정치의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긴 했으나 결과적으로 ‘당쟁(黨爭)’이 아니라면 무얼 위한 필리버스터였는지 아리송해졌다.

지금은 정치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게 국민적 바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 정당이 미적거리는 것은 ‘촛불정신’을 거스르는 행위다. 현재의 지역구 국회의원 기득권 때문에 타결이 어렵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숱한 암초가 나타나겠지만 정당들은 내년 1월까지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지켜 국민의 촛불 분노를 풀어주기 바란다.


김성        김성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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