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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진의 어떤 스케치- 하늘을 나는 돼지의 비애
입력시간 : 2019. 01.15. 00:00


 구름 위 하늘을 나는 돼지, 꽃잎 위에서 부귀영화를 누리는 돼지, 여행하는 돼지, 자연 속에 서 자신만의 시간을 갈구하는 돼지….

 지역 전시장에 내걸린 돼지 모습이다.

 매해 초에는 그 해 동물에 대한 온갖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지역 갤러리들이 돼지해를 맞아 약속이나 한 듯 돼지를 주제로 전시를 마련했다.

 온통 행복한 돼지다. 꿈에 나타나면 돈과 재물을 가져다 주는 '돼지 꿈'쯤으로 이해하면 될 법하다.

 헌데 전시장의 돼지들, 구름위를 날고 꽃잎 위에서 노니는 돼지들의 넘치는 행복이 왠지 처연하다.

 이처럼 귀하게, 소중하게 대접받고 있는가. 현실의 돼지들 멍청함과 게으름 나태의 상징이다. '돼지같다'는 비유는 칭찬이 아니다. 그뿐인가, 일부 애완용을 제외하면 지상의 모든 돼지들은 인간의 먹이로서만 의미가 있다. 험악한 환경에서 사육 당하며.

 전시장 돼지가 진짜인가 다른 종의 먹이가 되기 위해 사육당하는 멍청함과 게으름의 비유가 진짜인가.

 돼지는 인간들 필요에 따라 신화적 존재로 떠 받듬을 받기도 하고, 단박에 천덕꾸러기로 전락되기도한다. 애먼 돼지 참 할 말 많겠다.

 어찌 돼지만의 일이던가. 고양이도 여우도 신화 속에서 신묘한 동물로 등장하다가도 간사하고 영악한 동물, 사악한 악마로 치부되기 다반사다. 모두 인간의 얍삽함이 창조해낸 상징일 뿐.

 그 버릇 어디가겠나. 얍삽한, 필요에 따라 달리하는 얼굴 인간에게도 향한다. 동물에게도 그렇지만 이 얍삽함이 감정과 마음, 생각을 지닌 사람에게 향할 경우 심각한 폭력이다.

 "나는 그대로 인데, 필요에 따라 검찰을 보호하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검찰을 공격하는 사람이 되기도 했다. 잘못된 조직문화를 개선하자고 촉구해왔을 뿐이다. 연장선에서 검찰을 사랑하며 묵묵히 일하는 수많은 동료 선후배 검사들을 존중한다."

 지난 연말 광주를 찾은 임은정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의 이야기다.

 대학재학 중 수석합격한, 빼어난 임 검사. 입문 후 승진이나 출세보다 조직내 정의를 구가했다. 내부 게시판을 통해 개선을 촉구했다. 출세를 포기한 댓가는 혹독했다. 조직내 성폭력 문제를 제기하자 소위 'xx잡아먹는 검사', '꽃뱀'이라고 내몰렸다. 과거사위 재심 사건에 검찰 역사상 최초로 무죄구형(그것도 담당검사 변경을 거부하면서)을 선고하자 그녀의 정의로움은 '사고'가 됐고 검찰은 징계로 응수했다.

 그들이 두려워한 건 당최 승진이나 출세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그녀의 투명함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임 검사가 검찰 변호인으로 언론에 등장했다. 영화 도가니 때 일이다.'문제 검사도 있지만 대한민국 검사가 저 지경은 아닌데'. 후배들이 맘에 걸려 격려차 올린 글이었다. 검찰 수뇌부가 떨어진 검찰의 위신회복을 위해 임 검사의 글을 보도자료로 뿌린 것이다.

 졸지에 정치검사로 전락했다. 검찰 비판하더니 이제는 비호하냐, 정치할 거냐, 등등. 온갖 내외부의 폭력적인 시선에 시달렸다.

 얍삽한게 어디 검찰 뿐인가. 검찰이라는 철의 장막 안에서 혈혈단신으로 버텨온 한 검사를 정치 운운하며 일거에 나락으로 내몬 대중의 기회주의도 만만찮다.

 "버텨내니 그래도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가해자 중심에서 지금은 피해자 시선으로 조금씩 변하지 않나. 살아생전에 진실이 밝혀지지 못한 경우도 많은데 그래도 한 5년, 10년 버티니 세상이 달라지고 있지 않은가."

 임 검사의 세상에 대한 긍정은 외려 얄팍한 대중을 위로하는 듯 하다.

 헌데 당최 선택의 여지가 없는 돼지는 어찌할 것인가. '돼지 꿈'으로 상징되는, 부의 선도자로 추앙받는 그림 속 돼지는 행복할까. 제 동료들이 인간의 사막에서 천대받고 죽음으로 가는 길 외에 다른 선택이 없는 현실은.

 신년 벽두 혹여 내 식으로 대상을 재단하지는 않았는지, 나 편하자고 상대의 처지를 나몰라라 한건 아닌지, 한번쯤 하늘을 나는 돼지에 비춰 보면 어떨까 싶다. 아트플러스 편집장 겸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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