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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출신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병원 집무실서 별세
독립투사같이 치열하게 산 응급의료의 영웅
전남대병원 응급의학 ‘1호 전공의’…빈소·SNS 애도 물결
입력시간 : 2019. 02.08. 15:35


이낙연 국무총리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 빈소에 추모객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故 윤 센터장은 설 명절 연휴인 지난 4일 병원 집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뉴시스
응급환자 전용 헬기(닥터헬기) 도입 등 국내 응급의료 분야를 진두지휘한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51)이 설 전날인 지난 4일 병원 집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전남대 의대 출신으로 1994년 전남대 병원에 응급의학과가 신설되자 1호로 응급의학과 전문의과정을 마친 후 한국 응급의료 분야 발전에 헌신했던 윤 센터장의 부고가 알려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계와 국민들의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 쪽잠자며 근무하다 사무실서 사망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윤 센터장은 4일 오후 6시께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행정동 2층 중앙응급의료센터장실에서 발견됐다.

검안의는 ‘급성 심정지’(심장마비)라는 1차 검안 소견을 내놓았다. 발견 당시 윤 센터장은 책상 앞에 앉은 자세로 있었다. 전문가들은 발견 당시 앉은 자세였던 정황으로 미뤄 심근경색의 전조 증상도 없이 빠르게 의식을 잃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센터장은 연휴를 하루 앞둔 1일 공식 일과를 마친 후에도 퇴근하지 않고 센터장실에 남았다고 병원 관계자들은 전했다. 윤 센터장이 가족과 함께 설에 귀성하기로 해놓고 주말 내내 연락이 닿지 않자 그의 가족은 4일 직접 병원 집무실을 찾았다가 직원들과 함께 숨진 그를 발견했다.

발견 당시 의자에 앉은 상태인데다 책상에 설 연휴 재난대비, 외상 센터 개선방안, 그리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중앙응급의료센터 발전 방향에 대한 서류가 놓여 있던 점을 감안하면 응급의료 관련 서류를 검토하던 중, 과로로 인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윤 센터장은 평소에도 주중엔 거의 귀가하지 않고, 센터장실에 놓인 간이침대에서 잠을 해결하며 일에 몰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응급의료센터는 국내 응급의료 인력과 시설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으로, 특히 명절에 업무가 늘어난다. 대형 교통사고로 환자가 한 곳에 몰려 의료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전국 응급실 532곳과 권역외상센터 13곳의 병상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병원 직원들이 윤 센터장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지난 1일 오후 8시경 동료 의사와 저녁을 함께 먹고 각자 업무 위치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윤 센터장이 가족과 함께 설에 귀성하기로 해놓고 주말 내내 연락이 닿지 않자 그의 아내는 4일 직접 병원 집무실을 찾았다가 직원들과 함께 숨진 그를 발견했다. 윤 센터장의 영결식은 10일 오전 9시 국립중앙의료원장(葬)으로 치른다.



▲ 전남대 1호 응급의학 전공의…독립 투사같은 삶

윤 센터장은 해남 출신으로 광주제일고를 거쳐 전남대 의대 응급의학과가 생긴 1994년 ‘1호 전공의’로 자원해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됐다. 하지만 응급환자가 간신히 구급차에 타도 엉뚱한 병원을 전전하거나 응급실에서 여러 진료과목의 협진을 받지 못하고 숨지는 현실을 본 뒤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의지를 늘 갖고 있었다.

이후 윤 센터장은 2002년 중앙응급의료센터 창립과 함께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2년 7월엔 센터장이 됐다. 취임하자마자 그는 응급진료 정보를 수집하는 체계인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을 구축했다. 이를 토대로 응급의료기관 체계 정립과 평가, 응급의료 전용 헬기 도입, 재난·응급의료상황실 운영, 응급의료종사자 교육·훈련 등 거의 모든 응급환자 진료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윤 센터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해 닥터헬기 착륙장이 부족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환자를 살리는 데 중대한 걸림돌이었지만 누구 하나 발 벗고 해결에 나서지 않던 문제들이었다.

윤 센터장과 전남대 의대 응급의학과 동기인 허탁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윤 센터장을 “응급의료의 영웅”이라고 추켜세웠다.

허 교수는 “수련의 시절부터 윤 센터장과 매일 밤낮없이 환자를 돌보며 다른 의료분야보다 열악한 응급실 문제에 대해 수없이 울분을 토로했다”며 “우리는 응급실에서 몇 명의 환자를 잘 치료하기보다 응급환자를 제대로 치료하는 선진국형 체계로 개선해야 한다데 공감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허 교수는 “그는 평범하고 편안한 의사의 삶을 거부하고 동료 의사의 삼분의 일밖에 안 되는 월급에도 몇 사람이 못하는 일을 했다. 한덕이의 삶에서 응급의료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며 “2002년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첫 발을 디딘 후 마치 일제강점기의 독립투사처럼 살아왔다. 6년간 응급실에서 뼈저리게 느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상당히 진보적인 개선안을 주도해서 추진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덕이와 같이 한번이라도 일해 본 사람은 그가 꿈꾸는 미래를 알고 있을 것이다”며 “응급환자가 적절한 시간, 적절한 장소, 그리고 적절한 의료진에 의해 응급치료를 받아 더 많은 생명을 살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 빈소·SNS 추모 물결 이어져

윤 센터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은 많은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윤 센터장의 안타까운 죽음에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7일 애도의 글을 올렸다. 문 대통령은 SNS에 올린 글에 “사랑하는 남편과 아버지, 자식을 잃은 유가족께 깊은 위로 말씀을 드린다”며 “고인은 정말 자랑스러운 남편이자 아버지였고, 명예로운 대한민국의 아들이었다”고 적었다. 이어 “설 연휴에도 고인에게는 자신과 가족보다 응급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 먼저였다”며 “사무실 한편에 오도카니 남은 주인 잃은 남루한 간이침대가 우리의 가슴을 더 아프게 한다”고 추모했다.

이낙연 총리도 SNS에 조문 사실을 알리며 “오직 응급환자를 한 분이라도 더 살리고 싶으셨던 참 좋은 의사였다. 감사하다”며 “공공의료, 특히 응급의료체계의 보강이 더 속도를 내도록 독려하겠다”고 추모했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는 저서 ‘골든아워’의 ‘윤한덕’ 편을 할애해 “출세에 무심한 채 응급의료만을 전담하며 정부의 도움이 없는 상태에서도 센터를 이끌어왔다”며 “응급의료계에 말도 안 될 정도로 기여해온 영웅이자 버팀목이었다”고 평가했다.

윤 센터장은 지난 달 21일부터 3일간 군대에서 휴가 나온 큰 아들 일정에 맞춰 가족 휴가를 계획했다가 방송사의 외상센터의 문제 제기로 현장 점검과 대책 마련하느라 가족들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한 사연도 알려지면서 그의 사망에 안타까움이 더 크게 느껴지고 있다. 선정태기자 wordflow@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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