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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후배 윤한덕을 기리며…
"오직 응급의료만 생각했던 참의사"
입력시간 : 2019. 02.11. 00:00


허탁 전남대 의대 응급의학과 교수

"평소 수더분한 모습으로 나를 '탁형'이라 부르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러나 의료 현실에 대해서는 굉장히 비판적이었던 친구로, 오직 대한민국 응급의료 뿐이었습니다."

지난 15년간 늘 그랬듯이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윤한덕은 올해 설 명절 전 일주일간을 집에 들어가지 않고 전국 응급의료기관의 운영현황과 설 재난대비 비상연락망을 점검했다. 이번에는 연휴가 지난 후에 내 놓을 향후 5년간의 응급의료 계획에 따른 중앙응급의료센터 발전 방향을 만들기 위해 고심이 더 컸다. 지난 2달간 응급의료기관 평가 결과에 따른 민원에 시달렸다.

한덕이는 1994년 응급의학과 수련과정을 나와 같이 시작했다. 매일 밤낮없이 환자를 돌봤다. 당시 다른 의료분야 보다 열악한 응급실 문제에 대해 수없이 울분을 토로했다. 응급실에서 몇 명의 환자를 잘 치료하기보다 응급환자를 제대로 치료하는 선진국형의 체계로 개선해야 한다고 서로 공감하였다.

지난 2002년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첫 발을 딛은 후 윤한덕은 일제강점기의 독립투사처럼 살아왔다. 6년간 응급실에서 뼈저리게 느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상당히 진보적인 개선안을 주도해서 추진했다. 첫 번째로 응급진료 정보를 수집하는 체계인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을 구축했다. 이를 토대로 응급의료기관 체계 정립과 평가, 응급의료 전용 헬기 도입, 재난·응급의료상황실 운영, 응급의료종사자 교육·훈련 등 거의 모든 응급환자 진료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이상적인 미래를 꿈꾸는 윤한덕의 이런 진보적인 노력은 변화에 소극적인 기득권과의 마찰은 피할 수 없었다.

윤한덕의 외로운 싸움을 옆에서 지켜본 난 늘 이렇게 말했다. "너와 같이 국가를 위해서 일하는 공무원과 그에 준하는 사람은 현실에서 한 발자국만 나아갈 생각을 해야 한다. 두 발자국 이후는 나 같은 학자가 제시해야 한다" 난 학자도 못 되고 두 발자국 이후 미래도 제시하지 못했다. 그는 현실과 타협하라는 제안을 거부하고 일생을 선명하게 살아왔다. 이상주의자 윤한덕은 우리나라의 응급환자가 제대로 치료받도록 세 발자국 앞을 그리며 정책을 준비했다.

또한 윤한덕은 완벽주의자였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직원이 해온 자료와 서류를 밤새 수정하고 새로운 계획을 직접 기획했다. 이러니 그가 자기 집에 머무른 시간은 일요일 저녁 몇 시간뿐이었다. 난 그의 건강을 걱정하며 밤에는 자고, 주말에는 운동하고, 일 년에 한번이상 제대로 휴가가라고 사정했다. 이번 설 연휴에도 그래서 그는 사무실에 있었다. 윤한덕센터장과 응급의료의 속사정을 잘 알고 있는 서울대 의대 한 교수가 이번 사건을 접하고 SNS에 "허망하다.… 우리 사회가 한 개인의 생명을 갈아 넣도록 만든 것 같다"고 한탄했대.

윤한덕은 전공의 수련시절에 스마트하고 능력 있는 의사였다. 그는 평범하고 편안한 의사의 삶을 거부하고 동료의사의 삼분의 일밖에 안 되는 월급에도 아무나 못하는 일을 했다. 이국종 교수는 그의 베스트셀러 '골든아워'의 '윤한덕'편에서 "대한민국의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생각 이외에는 어떤 다른 것도 머릿속에 넣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고 썼다. 한덕이의 삶에서 '응급의료'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나의 자랑스러운 대학 후배, 한덕이는 몇명 환자 치료하는게 중요한 게 아니라 환자 치료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늘 말했다. 국가와 국민은 지난 20년간 대한민국 응급의료체계가 발전한 것을 윤한덕에게 감사하고 그에게 국가유공자로 보답하기를 소망한다.

한덕이가 꿈꾸던 우리나라의 미래를 나는 알고 있다. 그와 같이 한번이라도 일해 본 사람은 알고 있을 것이다. 응급환자가 적절한 시간, 적절한 장소, 그리고 적절한 의료진에 의해 응급치료를 받아 더 많은 생명을 살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전남대 의대 교정에 동상이라도 마련해 후배들이 보고 배우는 계기가 되길 희망해본다.

대한민국 응급의료 발전을 위해 독립투사처럼 살다간 윤한덕.

오래도록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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