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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평- 윤한덕은 국가유공자가 되어야 한다
입력시간 : 2019. 02.25. 00:00


허탁 전남대 의대 응급의학과 교수

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은 일생을 독립투사처럼 살아왔다. 그는 1994년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1기로 수련을 시작하며 열악한 응급실에서 더 많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병원 내 동료를 독려하며 새로운 환경을 만들려는 놀라운 의지를 보였다. 응급의학 전문의가 된 후 군 복무 중에도 응급구조사의 교육교재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군 응급의료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故 윤한덕 센터장은 2002년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첫발을 디딘 후 6년간 응급실에서 뼈저리게 느낀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모든 응급의료 정책의 계획, 수행은 오롯이 그의 몫이었다. 그는 우선 응급의료의 현황 파악과 정보 축적을 위해 선진국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의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과 구축을 주도했다. 이를 바탕으로 응급의료기관 개선을 위한 평가체계 수립, 재난응급의료상황실 운영, 닥터헬기 도입 등 모든 게 그의 손을 거쳤다.

그의 진보적이고 이상적인 계획은 늘 현장과 마찰을 빚었다. 5년 마다 바뀌는 정권은 그 기본 틀을 흔들었고 약 2년 마다 바뀌는 담당 공무원과 상급자들은 수없이 계획의 수정을 요구했다. 그래도 흔들리지 않고 일관된 열정과 책임감은 많은 것을 바꿔 놨다.

또한 수시로 터지는 사건과 사고에 즉각 대응하고 그 후 문제점 파악과 개선안을 마련하자니 집에는 겨우 일주일에 하루 들어갔다. 사실 몇 년 전부터 필자에게 "이제 힘들고 가족을 생각해 여기서 나가야겠어, 어디 편하고 돈 잘 버는 자리 하나 구해줘?"라고 했지만 며칠 후 "형, 조금만 더 해놓고 나갈 거야." 그는 지독한 그 책임감 때문에 대통령께서 "사무실 한편에 오도카니 남은 남루한 간이침대"로 언급한 거기서 10년을 넘게 쪽잠을 자며 버텼다.

이번 설 전날 故 윤한덕 센터장은 그의 사무실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다. 그는 의자에 앉은 채로 죽어 있었고 그 앞 책상위에는 설 연휴 재난대비, 외상센터 개선방안, 그리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중앙응급의료센터 발전 방향에 관한 서류가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그의 1차 부검 결과는 관상동맥이 심하게 굳어 있었다.

작년 가을 언젠가 국립의료원 근처에서 저녁을 먹으며 그는 "형, 나 오래 못 살 것 같아."라고 말했다. 그를 차분히 살펴보니 전공의 시절 잘생기고 날렵한 아이돌 스타와 같은 모습은 사라지고 푸석푸석한 얼굴에 배는 나와 있었다. " 야! 너 잠 좀 자고 운동 좀 해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유능한 응급의학 전문의다.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심한 스트레스에 비정상적인 생활을 해왔으니 관상동맥이 막혀 가면서 오래 못 살 것을 알았다.

이번 설 연휴에 응급환자에 관한 특별한 사건 사고가 있었는가? 없었다면 명절 연휴 응급실 운영과 재난대비를 준비하고 수행하며 죽어간 그를 생각해야 한다. 지난 20년 전과 비교하여 우리나라의 응급환자를 치료하는 시스템이 좋아졌는가? 그렇다면 국가와 국민은 그의 헌신에 감사하며 국가 유공자로 보답해야 한다.

고인과 놀아 보지 못한 장남에게 잊혀 지지 않은 아버지의 모습은 작년에 대통령상을 받아 오셔서 해맑은 어린아이처럼 좋아할 때라고 고백했다. 그 일생의 헌신에 국가 유공자로 추대하여 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과 유가족에게 명예와 자부심을 줘야 한다. 그는 10년간 공무원으로 부이사관까지 올랐으나 오롯이 응급의료의 발전에 전념하기 위해 국립의료원 직원으로 남았다. 공무원을 버리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응급의료의 발전에 이바지한 신념과 노력이 국가 유공자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 일생을 독립투사처럼 주위 시련과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국가 사회 발전에 헌신하고 희생한 그에게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국가 유공자로 추대하여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와 후손들에게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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